인생의 새로운 엔딩(Ending)을 소망하며! <10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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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새로운 엔딩(Ending)을 소망하며! <1047호>
  • 정지현 (방목기초교육대학 인문교양) 교수
  • 승인 2018.11.19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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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바드는 “비록 아무도 과거로 돌아가 새 출발을 할 순 없지만, 누구나 지금 시작해 새 엔딩

(Ending)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끝맺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공부든 인간관계든 인생이든 그렇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가 확정된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을 생각해 볼 때, 희망을 품으라고 말하기가 때로는 미안하다. 착하고 정이 많은 우리 명지 학생들조차 이런 현실의 고통 속에서 점점 날카로워지고, 어두워지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

나 역시 힘든 일이 왜 없었겠는가. 그때마다 웃음을 잃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삶의 결론을 말해보라면 ‘인생은 고통’이다. 잠 안 자고 열심히 일하며 공부도 해봤으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고, 때로는 삶을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보기도 했고, 힘들게 이루어낸 성과라 할지라도 큰 기쁨을 맛보지 못한 적도 많다. 가난에도 시달려보았고, 관계 속에서 어려운 경험도 해 보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회피하는 것을 선택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많은 사람의 꿈이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인데, 그 평범함의 기준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온 지난 삶이었다.

그러한 인생의 경험으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는데, 놀라운 것은 오래된 대중가요 가사에도 이

미 표현되어 있더라는 점이다. 다음은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가사 중 한 소절이다.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더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경험했고, 그토록 노력해도 실패와 고뇌의 시간은 찾아왔다. 그런데도 내가 아무것도 아닐 때조차 변함없이 사랑을 나누고 함께했던 사람들은 내 삶의 기쁨이며, 나의 유일한 보물이었다.

그 사랑의 가치를 알고 계신 현명한 어르신들을 간혹 마주할 때가 있다. 내가 남편과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눈에서 꿀이 떨어지게 바라보며 인사하시는 분들이 있다. “너무 예뻐요” 하시면서 말이다. 나이 40살이나 먹고 그렇게 예쁘지 않은 우리를, 그것도 길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에게, 사랑의 눈빛으로 봐주시는 어르신들을 뵐 때면 숙연해진다. 아마도 사랑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기에, 서로 사랑하는 타인들을 볼 때도 느껴지는 기쁜 마음일 것이다. 사랑하며 사는 것, 또 사람을 보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 그것만이 이 고통의 인생길을 비추어주는 일상의 행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조건을 다 버리고 내 가족을, 내 친구를, 내 학생들을 살아있는 존재 자체로 감사하며 바라보게 된 시점이 있었다. 나에게 무엇을 주지 않는다 하여도 사랑하려고 했고, 그들과 울고 웃으며 삶을 나누고 살아보니 이것이 내가 누리는 가장 큰 행복의 결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 때로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고 힘든 순간들이 오지만, 고통은 축복의 통로라고 했던가. 고통이 있었기에 사랑도 축복도 배울 수 있었다.

삶은 원래 고통이다. 이 원리에서 도망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도 축복과 행복은 있다. 어두운 고통의 터널을 사랑의 빛으로 비추어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그 끝이 ‘축복의 터널을 통과한 자’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의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 있을지 모르는 사랑하는 명지 학생들이 ‘나의 엔딩은 새로울 것’이란 기대를 하길 바란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라 할지라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그대들의 그 인생의 끝에는 ‘사랑’이라는 열매가 남길 소망한다. 나도 나의 학생들을 어제보다 더 사랑하기로 하며, 허덕이는 삶의 고통 속에서도 모두를 아름답게 사랑하는 인생의 새로운 엔딩(Ending)을 그려보려 노력하는 또 한 명의 명지인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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