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0년대 임진왜란과 1950년대 한국전쟁은 모두 한반도를 무대로 한 대규모 국제 전쟁이었으며, 한반도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두 전쟁이 가지는 공통점들 중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두 사건 모두 전쟁 과정에서 작전권을 외국에 넘겨줬고, 강화협상 과정에서도 배제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피해자였던 한반도의 목소리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고, 전후에도 그 후유증은 세대를 걸쳐 이어졌다. 그리고 그 역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남북 종전선언 문제’라는 이름으로 한반도를 또다시 폭풍의 중심에 세웠다.
하지만, 어쩌면 동아시아세계 힘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어 놓을 이번 남북 종전선언 문제는 한반도에게 큰 과제임과 동시에 새로운 역사의 길을 개척할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비록 한국전쟁과 휴전상태를 주도했던 것은 미국ㆍ소련ㆍ중국이었지만, 오늘날 기나긴 분쟁을 종식시킬 중요한 열쇠를 남북한이 각각 쥐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에서도 확인했듯, 북한은 전례와 다르게 종전선언 의사를 확실히 밝혔으며, 종전선언을 위해 지금까지 대한민국과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또한 종전선언의 가장 핵심인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개인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중국을 비롯한 주변 열강들의 견제 사이에 있는 종전문제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 국회는 종전문제를 앞두고 분열에 빠져있다. 반대 측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판문점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며 이에 대한 논의는 국회내부에서 다툴 것이 아닌 북한과의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구체화 시키는 것이 더욱 건설적일 것이다.
최근 북미 간 비핵화협상이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지난달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4차 방북계획’을 취소하는 등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따라서 오는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또다시 정체될 위기에 빠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한반도의 평화체제에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든 간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주변 열강들도 모두 이에 주목하여 앞으로의 한반도 문제에서 각자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자중지란(自中之亂) 속에서 그냥 주저앉을 것인지, 한반도의 비극의 역사를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 기회를 잡을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