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졌다. 아니요, 별이 떴지요. 편식은 나쁘다. 아니요, 그것은 식성일 수 있지요. 가장 많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큰 그릇이다. 아니요, 빈 그릇이지요. 결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아니요, 결혼은 가장 오래 사랑할 사람과 하는 것이지요. 나가 모이면 우리가 된다. 아니요, 나를 버려야 우리가 되지요. 아니요,는 부정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시작이다. 네.”
멋지지 아니한가! 프랑스에 (예전에 소개했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정철의 「머리를 9하라」가 있다. 제목의 ‘9하라’부터 포스가 남다르다. 상품과 사람을 팔기 위한 자본주의 시장의 꽃은 광고라고 한다. 물론, 경영학과 학생들은 증권시장이라고 하겠지만. 꽃의 화려함 때문인지 광고계에는 스타들이 많다. 매혹적인 윙크로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여배우, 일본 여성들이 비행기 타고 날아오는 꽃미남은 스타의 기본이다. 그런데 이들 말고도 PD, 카메라, 그래픽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 크리에이터 중에도 스타가 많다. 이 중 카피라이터는 기막힌 광고 문구로 소비자의 뇌를 파고드는 글쟁이들이다.
대한민국의 카피라이터 중 손가락에 꼽히게 유명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카피라이터 정철’이다. 필자 역시 카피라이터 정철을 잘 안다. 오프라인에서 서로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 ‘정철의 카피’에 감탄해 그의 책과 글을 통해 이름과 실력을 잘 알고 있을 뿐이다.
카피라이터 정철의「머리를 9하라」는 나온 지 5년 됐는데 필자가 학생, 청년들에게 특히 자주 권하는 책이다. ‘9하라’는 발상전환, 상상력, 창의력의 대가가 되기 위해 머리를 가지고 놀고, 훈련시키고, 개조시키는 아홉 가지 방법론을 ‘따라 해보라’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가 ‘9할’ 것들은 ‘찾자, 떨자, 참자, 묻자, 놀자, 돌자, 따자, 하자, 영자’ 등 9가지다. ‘생각 없이 생각하는 틀’을 과감히 깨는 방식들이다.
찾자는 발상전환의 정의, 떨자와 참자는 발상전환을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노력, 묻자, 놀자, 돌자, 따자는 발상전환의 요령, 하자는 발상전환의 자세, 그리고 영자는 발상전환의 철학이다. 저자는 묻는다. 새로운 발상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한 글자가 뭐겠냐고. 돈, 힘, 꿈, 술은 절대 아니다. 그 글자는 ‘왜?’다. 발상전환의 동기는 호기심, 호기심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뭔가가 궁금한 사람은 늘 ‘왜?’라는 글자를 머리에 달고 다닌다. 그리고 ‘왜?’는 ‘오!’를 창조한다.
중요한 사실은 ‘발상전환’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훈련으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머리를 9하라」는 바로 그 훈련교습서다. 운동으로 몸의 근육을 단련시키듯 ‘9하여’ 발상의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발상전환의 목표는 사물과 현상을 남다르게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얻자는 것인데 이를 위한 가장 핵심적 훈련은 ‘관찰’이다. 지독한 관찰, 저자는 ‘땀과 침’을 하염없이 관찰해 다음과 같은 통찰을 얻었다.
[썩지 않기]
땀에는 소금기가 있다. 그래서 땀은 썩지 않는다. 그래서 땀을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 흘린 땀을 가로채려고 침만 흘리는 사람은 결국 썩고 만다. 침에는 소금기가 없다. 저자는 자신의 발바닥도 관찰했다. 그 결과 ‘발바닥은 폭이 좁다. 남을 밟고 일어서면 내가 추락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광고회사에 입사를 원하는 학생은 기본이고, 뭔가 남다른 창의력과 통찰력을 갖춘 인재가 되고 싶은 학생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것을 ‘강강추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