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0호]다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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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호]다 그렇지 뭐!
  • 장재호(방목기초교육대학 인문교양) 교수
  • 승인 2018.05.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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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과 인격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사람에게는 도(道)나 예(禮)를 가르치지 말라 하였는데, 자식이라는 인정에 끌려 너에게 의술을 가르친 것은 나의 큰 실수였다.”

이 말은 2000년대 들어 최고의 시청률(63.7%)을 기록한 드라마 <허준>에 나왔던 대사의 한 부분이다.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가 자신의 아들인 유도지에게 왕희지(王羲之, 307~365)의 말을 빌어서 한 말로, 의원으로서의 가장 근본이 되는 정신과 대의(大義)보다는 세상의 명예와 영화를 좇는 것에 대한 책망의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 허준과 유도지는 한 스승 밑에서 의술을 배운다. 허준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의술과 함께 ‘진정한’ 의원의 길을 고민한다. 심지어 허준은 중요한 의원 시험을 보러 가던 중에 병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병자들을 치료하면 시험장에 늦을 것을 알면서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치료하다가, 결국 시험장에 늦게 도착해 입실이 거부돼 눈물을 흘리는 상황도 벌어진다. 그러나 유도지는 다르다. 그는 조선 제일의 명의(名醫)가 되기 위해서 적당한 꼼수를 써가며 불의와 타협하는 기회주의자로, 어떻게 해서든지 세상의 명성과 영화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역사는 유도지가 아닌 허준을 명의로 기록한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어떤 자리에 올라가지 못한 것을 한탄한다.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남이 자신에게 서운하게 한 것만을 생각한다. 내가 품행과 인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자리를 갈구하기 전에 먼저 그럴 만한 품행과 인격을 갖추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너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형제여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할 수 있느냐. 외식(外飾)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라. 그 후에야 네가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리라(누가복음 6:42)”라고 말씀했다.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다고 전해지고, 우리나라 속담에도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말이 있다. 남의 잘못은 크게 보면서 자신의 잘못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인간에게는 이성이 있기에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듯이, 반대로 그 이성 덕분에 남을 위해 살아갈 수도 있다. 우리가 올바른 길로 가고자 한다면, 매일 매일 수양하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의 삶을 유혹하는 가장 큰 적은 ‘다 그렇지 뭐!’라며 스스로를 용서해 버리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길임을 알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보며 스스로를 정당화해 버리는 것이다.

명지인들이여, 먼저 남을 탓하기 전에 나의 모습이 어떤지를 돌아보자. 실력뿐만 아니라 인품의 성숙을 위해서도 함께 노력하자. 또한 남들이 잘못된 길로 간다면 ‘그 길이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자신이 당했다고 남도 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닌 것에는 과감히 “NO”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내가 먼저 변해 도미노의 작은 부분을 감당한다면, 어느새 그 도미노는 점점 커져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다 그렇지 뭐!’ 하며 점점 무디어가는 장정이 아니라, 보다 충만한 데 이르고자 노력하는 진정한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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