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즈를 버리고 전면적으로 꿈에 달려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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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를 버리고 전면적으로 꿈에 달려들자
  • 관리자
  • 승인 2009.10.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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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를 버리고 전면적으로 꿈에 달려들자

 

 

처음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했을 때가 생각난다. 나는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그림을 보는 포즈’를 취했던 것 같다. 문외한인 나로서는 갤러리에 들어선 순간부터 어색함을 느꼈고, 하나의 그림에서 다음 그림으로 옮겨가는 시간이 몇 분 정도가 적절한지, 바싹 붙어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좀 떨어져서 봐야 하는지,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분주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림 보는 걸 꽤나 좋아하지만 처음 찾은 갤러리에서 나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생각해보면 이십 대의 적잖은 시간을 위와 같이 ‘포즈를 취하는 자’로 살아왔던 것 같다. 문학을 사랑했지만 좋아하는 작가에 매료되기 바빴고, 철학을 사랑했지만 ‘정신현상학’이라는 말을 발음할 때의 감흥이라거나 줄을 그어 놓은 문구들을 다이어리에 옮겨 적을 때의 우쭐한 기분에 빠져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 사랑은 진정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포즈, 그러니까 냉정히 말해 ‘하는 척’만 하는 것에 불과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전히 문학에 꿈을 놓지 않았지만 생활인으로서도 예술가로서도 조금씩 포즈만 취한 채 갈팡질팡했다. 나는 여러 벌의 욕망과 여러 개의 자아를 지닌 채 각각의 포즈를 통해 겨우 꿈의 이미지만 소비하고 있었다.
결국은 우회로를 돌고 돌아 원래의 꿈대로 소설을 쓰며 살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늘 경계해야 할 교훈을 얻은 것 같다. 포즈만 취하지 말 것, 포즈만 취하는 자는 입과 머릿속 관념으로만 움직일 뿐 정작 손발을 움직이지 않기 마련이다. 더 나쁜 것은 포즈만으로도 자신이 무언가 그럴싸하게 하고 있다는 착각을 준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을 지탱하는 꿈과 명분이 있다. 그게 소시민적인 행복이든 훨씬 거창한 것이든 말이다. ‘난 아무 꿈도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머릿속도 비어있지 않다. 그 속엔 세상이 주입한 대로의 매뉴얼이 흘러들기 마련이다. 이런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지만 그 다음엔 자신의 욕망을 그저 포즈로만, 부분적인 흉내로만 버려두지 말고 냉철하게 부딪쳐야 한다. 내가 아는 한 꿈에 도전하는 일은 늘 ‘전면적’이어야 한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포즈인지 아닌지 늘 점검해서 자기 자신한테 속는 일이 없도록 하자. 포즈를 버리고 전면적으로 자신의 꿈에 달려들 것. 짙은 초록빛의 이십대가 질주할 도로는 이런 것이 아닐까.

김성중(문창 96) 동문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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