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9호]내안의 검은개,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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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호]내안의 검은개, 우울증
  • 임다원 기자
  • 승인 2018.05.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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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의 일종인 ‘우울증(depression)’은 기분의 저하 및 흥미의 상실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사고 및 정신, 신체의 포괄 적인 장애가 나타나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즉, 단순히 ‘기분’의 변화만을 겪는게 아니라 사고, 행동, 수면, 식욕 등 여러 신체, 정신 기능의 장애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대체로 기간과 심각성으로 병의 유무를 판단하곤 하는데, 단기적인 우울감과 정신질환인 우울증은 구분돼야 한다. 송후림 정신과 전문의 저작「가장 궁금했던 우울증」 에 따르면, 정상적인 슬픔이나 우울한 기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걷히지만 병적인 우울 증상은 지속기간이 길다고 한다. 2주 이상 우울한 기분 때문에 식생활이나 수면 등 기본적인 일상 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치료가 필요함을 인지해야 한다. 현대인의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 우울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black dog (구어) 우울증

'black dog(블랙독)’은 우울증을 앓던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이 “내 평생을 따라다닌 검은 개가 있다”고 말하며 우울 증을 검은 개에 비유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우울증이 산책길에 마주치는 이웃집 개처럼 자주 보이고 끈질기게 따라다님을 표현한 것이다. 그렇게 블랙독은 우울증을 의미하는 단어 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우울증은 현대인이 겪는 ‘마음의 감기’ 라는 말이 있을 만큼 만연한 정신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인 WHO는 우울증을 인류에게 가장 큰 부담을 초래하는 10대 질환 중 3위로 보고했고, 2030년이 되면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렇듯 확산되고 있는 우울증의 그림자는 빠르게 20대들에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의 수는 2012년 5만 2,793명에서 2016년 6만 4,497명으로 약 22.2%가량 상승했다. 20대들이 우울증을 상담 받는 이유에 대해 은평구 정신건강 복지센터 김경희 주무관(이하 김 주무관)은 “학업스트레스, 이성관계, 대인관계, 취업 스트레스 등이 있다”고 전했다. 늘어난 20대 우울증 환자들의 이야기는 한 취업 카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카페에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100여 개에 달하는 취업 준비 관련 우울증에 대한 글들이 검색됐다.

▲ 사진은 한 취업 카페에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결과이다.

 

홀로 앓지 마세요

우울증의 발병 원인은 환경, 유전 등 다양하지만 해부학적으로 단순히 개인의 ‘기분’ 때문만이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2003년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경우 뇌에서 기억 및 학습에 대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해마의 크기가 10% 정도 더 작다. 또한, 서울삼성병원 우울증 센터는 우울증의 발병원인이 △유전적 요인 40%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 60%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신경전달물질을 관리하는 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는 증거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이 경우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노르아드레 날린 △도파민이 우울증 발병과 관련된 주된 물질이다. 이처럼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물질들 간의 균형이 깨지고 부정적인 기분을 담당하는 물질이 증가할 때 우울증이 발생하며 항우울제를 통해 물질들 간의 균형을 맞추는게 약물치료다. 분당차병원의 건강진단 가이드에서는 우울증은 약물치료를 통해 60~80%가량 호전될 수 있고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2~4 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즉, 우울증 환자들이 자신의 성격 혹은 기분을 탓하며 ‘내 잘못이지’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겪으며 눈물의 강에서 끊임없이 자책하는 이들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는 점을 찬찬히 인지하고 심리상담, 약물치료 등과 함께 강에서 헤엄치는 원동력을 마련 해야 한다. 김 주무관은 “우울증은 마음이 약하고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이겨낼 수 없는 병이므로 약물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며 “흔히 우울증인 사람들을 마음이 연약한 사람, 게으르고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우울증 증상이다. 때문에 우울증인 사람들에게 치료를 권하고 전문기관에 연락을 하는 등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울감이 든다면, 늦기 전에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사망원인통계’에 따르 면 1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데, 자살자의 80~90% 가 우울증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보건 복지부의 ‘2016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질환자들이 병, 의원에서 치료나 심리 상담을 받는 경우는 전체의 22.2%로 △캐나다(46.5%) △미국(43.1%) △벨기 에(39.5%) 보다 한참 떨어진다. 특히 우울증으로 병, 의원에 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전체의 약 15%에 그쳤다. 이는 △미국(39.2%) △오스트레일리아(34.9%) △뉴질랜드 (38.9%) 등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정신질환이 있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료받기를 꺼리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찍혀 취직 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나 정신과 치료 기록으로 인해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할 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 등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주무관은 “우울증에 대한 병원 진료기록은 의료법에 따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열람이 불가하다. 또한 상담센터 및 그 외 기관의 상담기록 역시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열람이 불가하다”고 전했다. 또한, 강북구 정신건강 복지센터의 한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이하 정신건강임상심 리사)는 “예전부터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효과가 있었기에 사람들이 비밀이 보장된다는 이야길 해도 믿지 못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담 받으러 오는 걸 두 려워하는 것이다. 사실 상담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는 뜻을 밝혔다.

▲ 사진은 ‘2016 연령별 주요 사망원인’ 구성비표다. (출처/ 통계청)

 

혹시 당신의 이야기인가요?

 

 

위의 사례와 체크리스트가 본인의 삶과 유사해 보인다면, 가까운 상담센터 혹은 정신의학과를 방문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만일 본인이 우울증임을 인지했고,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만 상담비가 부담되거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교내 학생 상담센터를 추천한다. 학생 상담센터는 인문캠 S4101, 자연 캠 Y9315에 위치하고 있으며 방문 혹은 전화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상담시간을 예약한 뒤, 10~20회 정도 상담을 진행하면 된다.

▲ 사진은 인문캠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을 신청할 시 주어지는 상담신청서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은 충분 히 이해가 된다. 낙인이라는 게 한 사람 한 사람이의 행동으로 좌우되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우울증임 에도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면, 큰 병을 키우기 보다는 불안을 덮어두고 상담 받을 용기를 내는 게 첫 걸음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우울증은 낫고자 한다고 쉽게 나을 수 있는 질환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병을 앎이 첫 걸음이란 것이다. 첫 걸음마가 가장 힘들겠지만, 의외로 걸음마를 떼고 나면 더 넓 은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 그럼에 홀로 앓고 있는 당신이 우울 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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