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8호]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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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8호]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일까?
  • 황호림 커피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3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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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가르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커피를 마셔야 하나요?”다. 이 질문은 “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인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맛있다”, “좋다”의 느낌이 있는 커피는 어떤 것일까? 

첫 번째, 갓 볶은 신선한 커피여야 한다. 커피는 생산지에서 열매를 수확한 후 여러 가공과정을 거친 다음 생두 상태로 소비국에 유통된다. 논에서 생산된 벼를 볕에 말린 후 일정한 수분이 되면 정미소에서 도정을 하고, 생쌀 상태로 마트 등에 유통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렇게 유통된 쌀을 소비자가 구입해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 려면 열을 가해 밥이나 떡을 만들어야 한다. 마 찬가지로 생두도 열을 가해 볶아주는 과정이 필 요한데, 이를 ‘로스팅(Roasting)’이라 부른다. 로스팅을 통해 볶은 원두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 과 향을 잃어 가는데, 폐용기 등에 아무리 잘 보관하더라도 한 달 이상이 지난 커피 원두는 제 맛과 향을 이미 잃어 상품성이 없다. 따라서 커피를 구입할 때는 로스팅 일자를 확인해서 가장 최근에 볶은 원두를 구입한 후 꼭 한 달 이내에 소비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별다방’, ‘콩다방’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미국이나 유럽 등 본사의 소재지가 위치한 나라에서 커피를 로스팅한 다. 이를 포장해서 수출하면 보통 45~90일 후에 나 우리나라에 도착한다. 이런 커피 원두는 아무리 잘 포장했더라도 좋은 맛과 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에 잘 팔 리는 이유는 바로 브랜드 파워 때문이다. 가끔 쓰레기 같은 커피를 비싼 값 치르고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 카페창업자 중 60%는 직접 로스팅을 하는 로스터리 카페다. 그만큼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많이 마련되어 있으니 주변에 가까운 로스터리 카페를 찾아서 커피를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두 번째, 등급이 높은 커피일수록 좋은 커피다. 커피 생산지에서는 커피열매를 수확한 후 생두의 크기, 재배 고도, 결점두의 수에 따라 커피 등급을 나눈다. 좋은 커피콩은 콩이 크고, 높은 고도에서 생산되며, 결점두 수가 적은 것을 말한다. 크기는 보통 ‘#16~20’ 등으로 표시하는데 #18 이상(AA등급)이 돼야 콩이 커서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닐 수 있다. 높은 고도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보통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지역에서 생산 되는 커피를 말하는데 고지대에서 생산된 커피는 밤과 낮의 일교차가 커서 열매가 성장하면서 높은 밀도를 갖게 되고 그만큼 더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니게 된다. 고도에 의한 분류로 등급을 표시하는 커피는 SHB(Strict Hard Bean) 또는 SHG(Strict High Grown) 등급을 쓰는 콩이 가장 좋은 것이다. 결점두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경우 무작위로 생두 300g을 샘플링 해서 그 안에 포함된 결점두 수가 적을수록 높은 등급을 부여 하는데 보통 G1~G8 등급으로 나뉘며, G1의 경우 300g당 결점두 수가 3개 미만으로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된다. 

좋은 커피의 마지막 조건은 추출 도구에 맞게 잘 추출된 커피여야 한다는 것이다. 생두 로스팅 원두의 과정을 거친 커피는 추출 도구에 맞게 분 쇄되어지고, 각각의 추출 도구로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음료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이때 추출하는 사람의 손맛이 반영된다. 추출 도구에 맞는 정확한 추출법으로 내린 커피는 맛과 향이 뛰어나지 만 반대의 경우 커피가 가진 제 맛의 절반도 추출 해내지 못한다. 따라서 아무리 간단한 추출 도구 라 할지라도 정확한 추출 방법을 숙지해 사용하 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핸드드립 커피를 판다고 하는 대부분의 카페들이 물을 굵게 부어 빨리 추출하는 ‘푸어 오버(Pour Over)’ 방식을 많이 사 용하는데, 이 방법으로 커피를 내리면 전체적으로 맛이 약한(연한) 커피가 된다. 커피가 가진 좋 은 맛과 향 중 채 절반도 추출해 내지 못하는 방법 이지만 대부분의 카페가 이 방법을 사용하는 이 유는 메뉴 서빙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분석해 보면 그만큼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실력이 낮기 때문이다. 세밀하고 정밀하게 핸드드립 하는 ‘정(正) 드립법’을 배우지 못했거나, 실력이 안 되기 때문에 대충 내려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같은 값이면 핸드 드립이던 에스프레소건 간에 제대로 하는 카페 를 찾아 커피가 주는 행복을 제대로 느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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