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7호]세상을 움직이는 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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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7호]세상을 움직이는 넛지
  • 권민서 기자
  • 승인 2018.04.0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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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개입의 나비효과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로 「넛지(Nudge)」의 공저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가 선정되며 전 세계적으로 ‘넛지’가 주목을 받았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으로서 작은 개입을 통해 큰 효율을 창출하는 넛지, 이는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며 여러 기업들과 정부에서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책의 또 다른 공저자 캐스 선스타인은 미국 오바마 정부 시절에 백악관의 규제정보국장으로 임명되어 활동했으며, 2010년 영국에선 넛지 이론을 정책에 적용하기 위해 특별팀을 신설하여 내각 기구로 편성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14학년도의 고려대학교 수시모집에서는 면접 문제로 ‘넛지 효과를 활용해 에스컬레이터 사용자를 계단으로 유인할 방안을 제시 하라’가 출제되기도 했으며,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우리나라 정부의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넛지를 통한 정책 수립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전해지며 또 한 번 관심을 받았다. 이렇듯 실생활과 여러 정책들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넛지를 통해 작은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 내보자.

넛지(Nudge)

2008년 출시된 도서 「넛지(Nudge)」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넛지(Nudge)'는, ‘(옆구리를) 팔꿈치로 살짝 찌르다’라는 뜻의 영단어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를 간단한 개입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전환하게 한다는 의미로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이라는 뜻으로 통용하고 있다. 이 넛지를 통해 책의 공저자인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리처드 탈러 교수가 심리학과 경제 학의 가교를 놓은 공로로 지난해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심리학과 경제학, 서로 다른 이 두 학문은 어떤 공통점으로 연결된 것일까? 경제학원론 책의 첫 장에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라 는 개념이 나온다. 기존 주류 경제학에서 경제 주체인 인간을 정의하는 개념인데, 줄여서 ‘이콘’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합리성’에 기초하여 경제 활동을 한다. 마치 기계와 같은 이성으로 선택할 때마다 편익을 따지는 이콘은 현실의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의 인간은 마트에서 폭탄 세일하는 상품을 발견하고 불필 요한 충동구매를 하는 등, 종종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류 경제학은 인간의 이런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을 설명하지 못한다. 리처드 탈러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고, 이후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약간의 외부 개입을 추가한다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인간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입을 활용해 행위자는 선택설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저비용 고효율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단, 이 때의 개입은 강압적으로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행동 하도록 옆에서 부추기는 것을 말한다. 리처드 탈러 교수는 이 넛지를 적절히 배치ㆍ활용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의 많은 주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전한다.

세상의 모든 넛지

사고를 감소시키는 넛지

세계에서 가장 경치 좋은 도로 중 하나인 시카고의 ‘레이크 쇼어(Lake Shore Drive)’. 이 곳에는 S자 커브가 연달아 이어진 매우 위험한 구간이 존재해 감속 표시를 보지 못한 많은 운전자들이 사고를 당하는 악명 높은 곳으로 알려졌다. 많은 돈을 들여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자 시 당국에서는 넛지를 사용해 사고율을 대폭 줄였다. 위험한 커브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도로에 하얀 선 들을 그려 넣고 커브 구간에 가까워질수록 간격을 더 좁게 그린 것이다. 속도가 증가하는 느낌을 받은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속도를 늦췄다.

생활속의 넛지

넛지를 사용한 가장 유명한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에선 소변기 주변으로 튄 오물 때문에 악취가 심해지자,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였다. 파리를 의식한 이용자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겨냥했고, 그 결과 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전 세계에서 이 방식을 모방하여 적용했다.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넛지는 또 있다. 한 은행에서는 이용자들이 현금인출기로 현금을 인출한 후에 카드를 그대로 꽂고 가는 경우가 많아지자, 카드를 먼저 뽑아야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또한, 현금을 다 인출하고 나면 놓고 가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달라는 안내를 내보냈다. 작은 생각의 전환으로 삶의 질을 더 향상시킨 것이다.

환경보호를 위한 넛지

 

미국의 스포츠 회사 나이키는 쓰레기통을 농구 골대로 형상화해 쓰레기통 주변이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하는 넛지 전략을 사용했다. 마치 농구처럼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정확히 넣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일부 지역의 쓰레기통에 이를 시행했는데, ‘무단투기를 하지 맙시다’라는 문구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나타내어 한 달 만에 주변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70%가 감소했다. 야생생물보호기금(WWF)은 휴지 사용을 줄여 산림 자원의 훼손을 줄이기 위해 획기적인 디자인을 도입했다. 남아메리카의 산림을 연상시키는 휴지 케이스를 만들어 초록색 휴지가 줄어드는 만큼 산림이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위 사례들은 사람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효과적인 넛지 사례로서 인정받았다.

질병을 예방하는 넛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빈민가에서는 손 씻기만 잘 해도 70%나 예방할 수 있는 장티 푸스, 설사, 폐렴, 콜레라 등의 감염성 질병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단순한 비누 공급으로 손 씻기가 성행되지 않을 것을 생각한 비영리 단체 ‘블리키스도프 포 호프(BLIKKIESDORP 4 HOPE)’는 기발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비누에 장난감을 넣어서 비누를 다 사용하면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얻기 위해 손을 자주 씻게 되었고, 결국 이 프로젝트는 질병 발생률을 70% 감소시키고, 호흡계 질환 감염률을 75%나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셀프 넛지'로 효율성 극대화 하기!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장점으로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넛지. 타인의 행동을 끌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당신에게 셀프넛지의 효과를 보여주는 한 실험과 셀프넛지를 행할 수 있는 7단계 방법을 알려주겠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페트리샤 첸 사회심리학 연구원은 넛지를 통한 15분의 실험으로 성적이 B+이던 학생들이 A를 얻는 결과를 얻어냈다. 연구는 통계학과 학생 중 성적과 학습열의 등이 비슷한 학생 50명을 선발해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만 15분 간의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은 △시험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원하는지 △그 성적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어떤 자료를 중심으로 공부할 것인지 △그 자료가 왜 유용하고 공부는 어떻게 것인지 등의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최종 시험의 성적을 집계한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했던 그룹은 대체 로 A+에서 A의 성적인 반면에 다른 그룹은 대체로 B+의 성적을 얻은 것이다. 이에 대해 실험을 진행한 패트리샤 첸 연구원은 “우리는 시험 며칠 전 단 15분 간의 온라인 설문을 통한 것만으로 자신을 중재하는 효과가 있는 걸 발견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리소스를 생각함에 따라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되며 향상 효과를 얻었다. 결국, 본질적으로 셀프넛지는 노력을 성공으로 바꾸는 데에 효과적인 힘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셀프넛지는 목표 달성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된다. 사회적 기업인 행동통찰팀의 일원 오웨인 서비스와 로리 갤러거의 저작 「씽크스몰」에선 셀프넛지의 7단계 방법을 알려준다.

넛지 실험실

간단한 개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넛지 효과를 체험하기 위해 본지가 직접 사람들이 배포대의 신문을 많이 가져가게 하는 넛지 실험을 시행했다. 실험은 인문캠에서 지난달 5일부터 12일 오전까지의 1034호 배포수와, 12일 오전부터 19일 오전까지 넛지를 적용한 1035호의 배포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① 첫 번째 전략

네 곳의 배포대에 고양이 사진을 붙이는 넛지를 적용했고 전 호에 비해 21%p 더 많은 부수가 나갔다. 1034호 : 222부 중 131부가 나갔으며 백분율은 59% 1035호 : 297부 중 238부가 나갔으며 백분율은 80%

② 두 번째 전략

네 곳의 배포대에 기자 사진을 부착했고 1034호가 9.5%p 더 나간 것으로 확인돼 오히려 나간 부수가 줄어 들었다. 1034호 : 325부 중 255부가 나갔으며 백분율은 78.4% 1035호 : 399부 중 275부가 나갔으며 백분율은 68.9%

③ 세 번째 전략

학생회관 3층 엘리베이터 앞의 구석진 자리에 있던 배포대를 학생식당 앞으로 옮겼다. 고양이 사진을 붙이는 넛지와 함께했는데, 50부 중 1부가 나간 이전 호보다 49부 중 25부가 나가서 49%p 더 신문이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같은 넛지의 적용에 대해 석다영(정외 17) 학우는 “평소에 신문 배포대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쌓여있는 신문을 봐도 별 생각 없이 지나치고 명대신문을 가져가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넛지가 적용된 후엔 배포대의 귀여운 고양이 때문에 일단 시선이 끌렸고, 신문을 가져가달라는 문구를 보고 나도 모르게 신문을 가져가게 됐다. 가져가고 나니 신문을 읽게 되었는데 안 읽었으면 몰랐을 유익한 정보도 얻게 돼서 좋았다. 사진이 붙어있는 배포대를 이후에 하나 더 발견했는데, 매우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경제학과 김갑식 교수는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연 넛지에 대해 “ 경제학에는 워낙 수많은 변수가 있는데, 행동적 요인을 경제학에 접목해서 보는 건 굉장히 새로운 시각이다. 다만, 아직은 시행 초기이니까 설계자의 의도대로 효과가 있지 않을 확률도 존재한다.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한 분야라고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 본관 3층 배포대
▲ 학생회관 1층 배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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