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6호]사랑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데이트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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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6호]사랑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데이트폭력’
  • 김은영(사회과학대학 아동학과) 교수
  • 승인 2018.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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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애정(가명)이는 동갑 연인인 관심(가명)이와 4년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 왔다. 애정이는 대학교 1학년 때 소개팅으로 만난 관심이가 취미도 같고 평소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연인관계가 됐다. 하지만 연애 6개월쯤부터 애정이가 친구들과 놀다 관심이의 연락을 못 받으면 관심이는 애정이와 연락이 될 때까지 수십 번의 전화와 카톡을 보내고 애정이의 통화내역이나 문자 등 휴대전화를 체크하기도 하였다. 또한 애정이가 아르바이트나 과제로 관심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면 욕하고 화내는 모습도 보였고 특히, 술을 먹은 후에는 이런 행동이 더 심하였다. 애정이는 관심이의 시달림에 지쳐 헤어짐을 요구하였으나, 관심이는 그럴 때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사과하였고 헤어지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하여서 애정이는 관심이와의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점점 관심이와의 관계에 지쳐가는 애정이는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어 최근 미술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관심이의 행동이 사랑이 아닌 데이트폭력임을 알게 되었다.

최근 애정이의 사례처럼 연인관계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데이트폭력이 만연화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피해자들은 데이트폭력을 연인관계에서 일어나는 관심의 표현, 사랑으로 착각하면서 가해자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관계는 심각할 경우 상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폭력으로 나타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갖게 한다.

데이트폭력이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심각한 상해를 입힌 폭행만을 데이트폭력으로 인정하였고, 한편으로는 누구의 개입도 필요 없는 단순한 남녀간의 흔한 싸움으로 인지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 조차도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속담처럼 가해자의 통제를 사랑으로 착각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며 괴롭힘을 당해왔다. 데이트폭력의 종류에는 신체적 폭력, 정서적 폭력, 성적 폭력이 있다. 신체적 폭력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신체적인 폭행을 가하여 상해를 입었을 경우 해당되는 것이고, 정서적 폭력은 욕설과 폭언으로 정서적 불안감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다. 성적 폭력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행위를 강제하는 것이다.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먼저 주양육자와의 불안정애착으로 연인에게 헌신적으로 잘해주다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느낄 때 분노를 표출한다. 또한 어린 시절 주 양육자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 아빠에게 맞는 엄마를 목격한 경험, 연인에게 집착하거나 여자를 물건 취급하는 경향이 크다. 한편 피해자의 특징은 감정과 성격의 급변화, 가족과 친구들을 회피하여 고립된다. 그리고 잦은 결근과 결석, 낮은 성적과 실적을 보이고, 몸에 상처가 있으며 알코올과 약물을 자주 복용하기도 한다. 또한 폭력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성향이 있다.

이와 같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해서 ‘데이트폭력 체크 리스트’를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연인관계에서 “이 정도쯤이야” 하고 넘겨왔던 행동들에 대해,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데이트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지는 않는지, 내가 데이트폭력 가해자인지를 확인해 봄으로써 데이트폭력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문제인식을 통해 변화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데이트폭력 체크 리스트 사항이 반복된다면 데이트폭력을 의심하여 피해자는 주변사람에게 알리고,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 가해자에게 ‘나는 원하지 않는다’, ‘나는 싫다’ 등의 내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증거물(진단서, 녹취, 녹화영상, 상대방과 주고받았던 메신저 내용)을 남기고 데이트폭력 신고(경찰 112, 여성긴급전화 1366)를 통해 더 이상의 데이트폭력 피해를 막아야 하며, 피해자 ‘트라우마’ 심리치료와 가해자의 문제행동 변화를 위한 ‘분노조절’ 심리치료가 병행되어야만, 반복적인 데이트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림자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사랑하는 동안은 안전한 연인으로, 헤어지는 순간에도 안전한 이별을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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