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4호(개강호)] 우리나라 커피 문화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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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호(개강호)] 우리나라 커피 문화의 변천사
  • 황호림 커피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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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커피의 역사가 시작된 시기는 언제일까? 정확하게 언제 어떻게 커피를 받아 들여서 음용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것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구한말에 커피문화가 꽃피기 시작했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으로 들어온 시기는 대략 1890년 전후이다. 1888년 개항지인 인천에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인 대불호텔과 슈트워드호텔이 생겨났고 여기에 커피를 파는 부속다방이 있었는데 이 다방이 우리나라 카페의 선구가 되었다. 구한말 미국, 영국 등의 외교사절들이 오면서 커피를 마시는 문화는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커피를 맛 본 대신들과 왕족들이 앞다퉈 커피를 찾기 시작했고, 이름도 영어 발음을 그대로 옮겨 ‘가배차’ 혹은 ‘가비차’라고 불렀다. 일반 민가에는 외국인 선교사나 상인들이 커피를 전파했는데 서민들은 커피의 색이 검고 쓴맛이 나기 때문에 마치 한약 탕국과 같다고 하여 ‘양탕국’이라고 불렀다.

구한말에서 해방을 지나 1950년 전까지는 적은 양이지만 원두커피를 즐기던 문화가 발달했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군이 주로 마시던 인스턴트커피가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커피의 대중화가 빠르게 일어났다. 1960년대 들어 다방은 전국적으로 퍼져 번창하게 되고 영업력이 있는 마담을 유치하기 위해 스카우트 경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커피는 수입제한 품목이었기 때문에 비싼 기호식품으로 취급되었다.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 설립을 허가하였고 1968년 맥스웰과 맥심으로 유명한 동서커피가 설립되기에 이른다. 동서식품은 기술력이 없어서 미국의 식품회사와 합작법인 형태로 공장을 지었는데 지금도 동서식품의 지분 50%를 미국계 회사인 크래프트(Kraft Foods Holdings)가 소유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경영 실적과 관련 없이 매년 1,000억 원 가량의 높은 배당 정책을 펼쳐오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정도인 500억 원이 크래프트사의 배당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는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하나를 소비하면 그 중 절반의 부가가치가 외국으로 고스란히 빠져 나간다는 의미다.

1970년 동서식품에 의해 세계최초로 개발된 커피믹스는 우리나라 커피문화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다방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황금비율의 커피가 가정과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수천수만의 다방이 문을 닫았고, 전체 커피시장의 90%이상을 인스턴트커피가 지배하는 구조로 바뀐다. 1980년대 들어서는 자판기 보급이 확대되면서 서민들의 삶과 예술을 끈끈하게 이어주던 다방문화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고 원두커피는 일부 명맥만 유지한 채 암흑의 시대를 지난다. 정치나 문화의 대변혁기인 90년대 이르러 커피문화는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들어서면서 에스프레소 커피문화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새로운 커피의 맛과 문화를 원했던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에스프레소 문화의 전성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에스프레소 메뉴의 유행과 더불어 원두의 소비량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금은 7 대 3 정도로 원두커피 시장이 인스턴트커피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커피문화는 어떻게 바뀔까? 쉽고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특별한’, ‘독특한’, ‘고급스러운’ 커피가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누구든 어디서에서나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커피가 되었고, 소비자들의 입맛은 한층 더 성장했다. 앞으로는 다른 곳에서 쉽게 즐길 수 없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대세를 이룰 것이고, 다른 사람이 따라하지 못하는 추출기술과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감성과 감정을 나누는 카페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스페셜티 카페를 론칭했으며 일반 대형마트 매대에도 스페셜티 원두가 깔리기 시작했다.

명지대 학생들도 커피를 좋아하겠지만, 우리나라 대학생들처럼 커피를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나라도 많지 않다. 기왕에 즐길 커피라면 우리나라의 커피역사도 알고 앞으로의 시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추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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