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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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광장」
  •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2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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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 필독 도서 추천 목록에 빠지지 않는 국내 소설 3권이 있다. 모두 100쇄를 넘긴 소설들이 다. 최인훈의「광장」, 이청준의「당신들의 천국」, 조세희의「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다. 아마도 대학입학을 준비하던 중, 고등학교 때도 최소한 이 소설들의 요지는 암기해야 할 필요가 있 었을 터 모두 낯익은 제목들일 것이다. 「당신들의 천국」은 국가권력에 의해 남해안 외 딴 섬 소록도에 강제수용됐던 한센인(나병)들의 비 애가 배경이다. 타자에 대한 배려와 헌신, 공존과 사 랑의 메시지가 강렬하다. 소록도와 한센인은 여전 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난쏘공」은 산업화 시대 철거민 촌에 소외됐던 하층민들의 지난했던 삶이 배경이다. 1980년대 소위 ‘386(나이 30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 학생들과 노동자들 의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며 정치  경제 민주화를 요구하는 저항의 불씨를 지폈던 소설이다. 세 권 모두 독서의 가치는 넘치지만「광장」을 우선하는 것은 이 소설이 1945년 해방 후 공간에서 남북분단의 비극을 다룬 소설로 여전히 진행형이 기 때문이다. 미일중러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더 구나 북핵 위기로 고난을 겪고 있는 현재의 본질이 이 소설에 있어서다. 1960년「새벽」11월호에 작품 이 처음 발표된 후 57년 동안 개정에 개정을 거듭하 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 사이 영어·일어·불어·독어· 러시아어·중국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세계인의 책 이다. 작가 최인훈은「광장」에 자신의 혼을 바쳤다. 문 장 하나, 단어 하나, 느낌표와 쉼표 하나까지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을 만큼 살벌(?)하다. 이전 판과 이후 판의 변화, 이를테면 느낌표의 위치와 단어의 교체 에 대해 따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그런 만큼 문장 하나, 단어 하나 대충 읽고 지나갈 대목 이 없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시처럼 정밀하다. 시 같 은 소설이다. 주인공 이명준, 분단 조국의 현실을 고뇌하는 그는 당시 서울 혜화동에 있었다던 어떤 대학의 문리 대 철학과 학생으로 추측된다. 목련 꽃 그늘 아래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슬퍼하고, 달빛 창가에서 인간과 세상을 사유하던 평범한 청년의 삶은 어느 날 찾아온 S서 형사로 인해 처참하게 부숴진다. 북 으로 넘어간 공산주의자 아버지 때문이다. 그를 멸 시하고 때리는 형사들은 식민지 시대 일제 순사의 앞잡이로 독립군을 고문했던 ‘특고’ 들이었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부조리와 자본주의 ‘광장’ 의 몰인간에 실망한 그는 아버지가 있는 북으로 넘 어간다. 그러나 사회주의 북한 역시 부조리 천지였 다. ‘자아비판’이라는 날 선 송곳이 숨어있었다. ‘인 류를 구원하리라’ 소리쳤던 칼 마르크스의 공산주 의는 ‘스탈린과 크렘린 궁’이라는 새로운 제왕의 벽 에 부딪혀 무참히 깨져버렸다. 6.25 전쟁이 터졌다. 북한군 포로로 잡힌 그는 정 전과 함께 진행된 포로교환 때 남과 북을 모두 거부 하고 제3국행 배를 탄다. 마카오에서 인도로 향하는 어느 아침 명준이 보이지 않는다. 남중국해 바다 에 몸을 던진 것이다. 뱃전을 따라오는 갈매기 두 마 리를 보며 ‘내 딸아!’로 터지는 명준의 비탄에 독자 의 눈물도 함께 터진다. 분단의 부조리와 외세에 흔 들리는 한반도는 여전히 풀지 못하는 우리들의 숙 명, 형사들에게 얻어 맞은 대학생 명준이 잔디밭에 누워 주절거린다. “좋은 철 궁리질 공부꾼은 보람을 위함도 아니 면서 코피를 흘렸는데 내 나라 하늘은 곱기가 지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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