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를 잃어버리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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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를 잃어버리게 될 거야
  • 곽태훈 기자
  • 승인 2017.09.23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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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고 교묘한 감정 폭력, 가스라이팅(Gaslighting)

일상 속에 만연한 가스라이팅
Cage 1.
평소 주변인들에게 친절하기로 소문난 A씨는 얼마 전 남자친구와 크게 다퉜다. 남자친구와 데이트 중 길을 묻는 낯선 남자에게 미소를 띠며 친절하게 대답해준게 화근이었다. 남자친구는 A씨에게 “내가 기분 나쁜 이유는 당신이 그렇게 남자들 앞에서 헤프게 행동했기 때문이야”라 며 A씨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급기야 “당신은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당신이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행동하면 내 감정은 어떨지 생각조차도 안하는 거야?”라며 A씨를 몰아세웠다. 처음에는 귀여운 질투로 여겼지만 그 후로도 지속되는 남자친구의 질책에 A씨는 ‘내가 정말 헤프게 행동하나?’하는 고민을 하며 비슷한 상황이 올 때마다 남자친구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용서를 구한다.
Cage 2.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B씨는 어느 순간부터 동아리 회장이 자신을 은근슬쩍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아리 행사를 B씨에게만 공지해주지 않거나 뒤풀이 때 부르지 않는 식이었다. 같은 동아리원들 사이에서 회장이 B를 싫어한다는 얘기도 종종 들려왔다. 이에 불만을 가진 B씨는 동아리 회장과 면담을 신청하여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자 회장은 “난 절대 그런 적 없어. 네가 많이 예민한 것 같은데. 어쩌면 좀 편집증적인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하네. 며칠간 활동을 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게 어떨 까?”며 되려 B씨의 성격을 문제 삼았다. 그 말을 들은 B씨는 ‘내가 정말 예민한가보다. 하긴 동아리에서 회장이나 하는 사람이 나를 소외시킬리 없어. 정말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Cage 3. 
C씨는 얼마 전 아버지께 장래계획을 말하며 전과를 하겠다고 말했다가 큰소리만 들었다. 아버지는 “내가 너를 아는데 넌 날 닮아서 그 쪽에는 재능이 없어”라고 말했고 이에 기분이 상한 C씨는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너 말투가 그게 뭐야. 아빠는 너 걱정돼서 한 말인데 그런 말을 하는 건 네가 오히려 사과해야 할 일이야”라며 역성을 냈다. C씨는 그 말을 듣고 ‘내가 정말 그 쪽에 재능이 없을지도 몰라’하는 생각과 함께 자신이 정말 아버지께 무례하게 군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이 관계에서 C씨의 아버지는 자신이 자식에게 어떠한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C씨는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들을 비난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했다.
(*위의 세 사례는 로빈 스턴 박사의 심리서「가스등 이펙트」에 소개된 사례를 각색한 것임.)

 

조용하게 세워지는 정신감옥, 가스라이팅(Gaslighting)
제시된 사례들을 보며 ‘어? 이거 완전 내 이야기인데?’라는 반응을 보였다면 당신은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 ‘가스 라이팅’이란 용어는 1944년에 제작된 미국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했다. 작중, 남편 그레고리는 일부러 가스등을 어둡게 만들고 아내인 폴라가 “집안이 왜 이렇게 어둡지”라고 하자 “그렇지 않아. 당신이 잘못 본거야” 라며 그녀의 예민함을 문제 삼는다. 그레고리의 계속되는 질타에 폴라는 자기 자신마저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처럼 가스라이팅은 의도적인 상황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을 불러 일으켜 판단력과 현실감을 잃게 만든다. 결국 가해자가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황폐화시켜 지배적 위치에 이르는, 일종의 감정폭력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가스라이팅 가해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부정적 이야기 형성 → 거짓말과 과장, 부정적인 내러티브를 만든다.
2. 반복 → 공격과 통제를 반복하며 관계를 지배한다.
3. 증폭 → 피해자가 도전하려고 하면 공격을 두 배, 세 배로 늘려 비난하고 부정해 끊임없이 의심과 혼란을 야기한다.
4. 피해자를 지치게 만든다 → 피해자가 낙담하고 두려워하고 쇠약 해져 스스로 의심을 갖도록 만든다. 이 단계에서 피해자는 자기 자신 또는 자신의 인식, 정체성 및 현실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5. 상호의존 관계형성 →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끊임없는 불안감을 유발하여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든다.
6. 거짓 희망을 준다 → 진정으로 피해자를 위해서 행동하는 것처럼 위장한다. 피해자는 이런 교묘한 행위로 인해 ‘아마도 그 사람이 정말로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7. 지배하고 통제한다 → 극단적으로 병리적인 가스라이팅의 궁극적 목적은 다른 개인이나 그룹 또는 사회를 통제하고 지배하며 이용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거짓과 강요를 통해 피해자들이 불안, 의심 및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에 머무르게 한다. 이 상황에 다다르면 가해자는 자신의 힘과 개인적 이익을 위해 피해자들을 이용할 수 있다.

 From : 균형심리학연구소 남상철 소장

가스라이팅이 무서운 이유는 천천히, 자기도 모르는 새에 감정을 조작 당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상대방을 모욕하는 언사를 하면서도 ‘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또는 ‘너를 사랑하니까 이렇게 말하지’와 같은 첨언을 통해 자신의 비난을 정당화한다. 이를 통해 가해자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말이 항상 옳다는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한국통합심리상담소 오미연 소장은 “가스라이팅 가해자는 복합적으로 반사 회적 성격장애와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개 양심이 충분히 발달돼 있지 않고 도덕성이 낮으며 그릇된 윤리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남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실패와 단점을 합리화한다. 이들의 이런 언사는 대인간에 사랑과 증오의 양가감정이 교차하면서도 자신은 손해 보지 않으려는 나르시시즘적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심리의 기저에는 인정이나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 강렬한 성공욕구와 지배욕구가 자리 잡고 있어 타인의 소중함보다 자신의 감정과 상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힘의 논리에 의한 타인 통제의식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스라이팅 가해자의 교묘한 말을 지속적으로 들은 사람은 가해자를 ‘나를 생각해주는 좋은 사람’ 이라고 여기며 서서히 비난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 나중엔 ‘내가 잘못해서, 내가 예민해서, 내가 부주의해서’와 같은 프레임을 스스로 씌우게 되는 것이다. 이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순간, 가해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 가스라이팅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피해자는 최종적으로 이 정신감옥에 갇혀 절망이 일상이 된다. 삶 자체를 무미건조하게 느끼며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하고 언제나 자기 자신을 최악으로 생각한다. 결국 사회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탈옥이 어려운 이유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은 해당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왜 가해자들과의 관계를 끊지 못할까?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에 대해 로빈 스턴 박사는 가스라이팅의 가해자가 대부분 친구, 연인, 가족과 같이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친한 관계라는 점을 지적한다. 오미연 소장은 “감정폭력을 당하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려는 피해자는 기본적으로 도덕적 강박이 심하고,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당위적 사고가 강하다”고 전했다. 따라서 거절에 민감하고 원리원칙을 지키는 것에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며, 논리적 사고보다 감정적 사고에 치우친 사람일수록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되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피해자는 ‘내가 이렇게 믿는 사람이 나에게 정신적 학대를 할 리가 없어’ 라는 생각으로 다시 문제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피해자가 가해자를 변호하고 있는 반면, 가해자는 평소에 잘해주다가 정작 당사자가 필요할 때 등을 돌리는 방법을 사용해 관계에서 계속 지배적인 위치를 선점한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평소에 저렇게 좋은 사람이 등을 돌릴 정도로 내가 잘못했구나’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의식구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공감 능력이 높을수록 피해자가 되기 쉽다. 이를 두고 로빈 스턴 박사는 ‘감정이입의 덫’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친감에서 비롯된 가해자에 대한 맹목적 이상화가 피해자를 정신감옥에서 벗어나기 더 어렵게 만든다.
 

나도 가스라이팅 피해자?
로빈 스턴 박사가 심리서「가스등 이펙트」에 제시한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징후 
1. 내 언행을 자꾸 뒤돌아보며 후회하고 자책한다.
2. ‘내가 너무 예민한가?’라고 하루에 몇 번씩 자문하게 된다.
3. 종종 혼란스러우며 내가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4. 나는 늘 파트너에게 사과하고 있다.
5. 나는 파트너 외의 인물들에게 내 파트너의 행동에 대해 변명할 때가 잦다.
6. 파트너 외의 인물들에게 더 이상 설명하거나 변명하기 싫어서 말하지 않고 숨기는 일이 있다.
7. 파트너에 의해 무시당하거나, 현실을 왜곡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나는 그에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8. 나는 간단한 결정조차 하기 힘들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항이 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프리즌 브레이크! 
가스라이팅은 은하게 개인의 삶을 잠식해 파멸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반드시 벗어나야한다. 그 방법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가스라이팅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라! 
가스라이팅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 스스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 상황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벗어날 열쇠를 지닌 것과 다름없다. 감정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상황을 객관화시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 하다.
  -advised by 로빈 스턴 박사
‘나’에게 선택할 기회를 줘라!
사람은 자신이 인정한 감정만 수용 가능하다. 상대방의 감정을 억지로라도 이해해 주려는 수동적 마음자세는 결국 무의식으로 억압되어 쌓이게 되고,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엘리베이터에 초과인원을 태우지 못하듯 자신의 수용능력을 초과하면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미안해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명한 경계를 세워 나 자 신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advised by 한국통합심리상담소 오미연 소장
가스라이팅 가해자와 관계를 완 전히 끊어라! 
아무리 생각해도 가해자와의 관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과감히 관계를 끊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가스 라이팅은 언쟁을 통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언쟁하는 것 자체가 가해자가 세운 논리에 빠져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SNS는 물론이고 그 주변 사람을 통해서 가해자의 소식을 듣는 것조차 거부해야 한다.
 -advised by 로빈 스턴 박사
감정을 공유하라!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려면 삶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만드는 패턴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피해자는 대개 오랜 세월 가스라이팅에 노출되어 살아온 경우가 많고 그러한 구조를 벗어날 힘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혼자 괴로워하기보다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자조 모임을 구성하거나 심리 상담에 참여하여 가스라이팅 경험을 나누면서 몸에 쌓여있던 감정을 풀어줘야 한다.  
-advised by 균형심리학연구소 남상철 소장
 

영화 <월플라워>의 샘은 어린 시절 특정 관계 속에서 생긴 트라우마로 스스로를 더럽다고 생각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만을 사랑한다. 그런 그녀가 지금껏 만난 남자와는 달리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주인공 찰리를 만나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네 인생보다 우선하는 걸 사랑이라 생각하면 안 돼” 이 글을 읽은 당신, 조금이라도 공감했다면 이를 명심하라. 그리고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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