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여행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여행이란 인생을 거 닐다가 잠깐 걸음을 멈추고 한 박자 쉬어 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즉 '휴식'의 기 능을 가장 잘 발휘한 여행이 가장 좋은 여 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중국을 다녀 왔었다. 지금 그때의 여행을 다시 생각해 보면 몸이 허약했던 어린 필자에게는 무 리한 일정 때문에 코피가 자주 났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릴 적 다녀온 여행 은 그 나라를 충분히 느끼다 온 여행이 아 닌 누구나 가는 유적지를 억지로 꾸역꾸 역 보고 온 여행이었다.
최근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었다. 제 주도 여행은 '여행'이 무엇인가에 대한 필 자의 대답을 확실하게 만들어주었다. 가 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최상급 호텔이 아 닌 바다가 보이는 펜션이었다. 모든 창문 을 통하여 제주도 바다를 볼 수 있었고 계단을 내려가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바다 의 짠 내음이 풍겼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 문에 바다에서 물놀이했던 날은 하루밖에 안 됐지만 바다 근처에서 아침과 밤을 보 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특히 바다 뒤편으로 해가 지며 하늘이 연 보랏빛으로 물드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이 번에 제주도를 정말 잘 느끼고 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하면 흔히 방 문하는 올레시장, 정방폭포도 다녀오기 는 했으나 제주도의 관광지보다는 그곳에 서 보내는 평범한 일상들이 더 기억에 남 았다. 저녁에 맥주를 마시며 바닷길을 따 라 산책하고, 제주도 바닷가 앞에서 모르 는 사람들과 말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각 자 컴컴해진 제주도 밤하늘을 즐기던 그 시간은 훗날에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이다. 제주도 하면 꼭 가봐야 할 곳을 갔던 시간보다 제주도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여행이었기에 참 뜻깊었다.
제주도 여행을 통해 '여행'은 정해진 시 간 안에 최대한 많은 곳을 방문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곳이 아닌 새로운 곳 을 경험하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깨달았 다. 여행을 한 박자 쉬어가는 것이라고 정 의내린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바쁜 일상 을 피해 숨 돌릴 수 있는 여정이야말로 진 정한 여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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