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핵무기 보유를 원하는가? 대 표적인 논의 중 하나가 바로 핵무장이 정 권 안정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 다. 재래식 무기와 달리 핵무기는 비용 대 비 효율성이 높다. 핵을 보유하면 전력적인 면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 나 외부로부터의 실질적인 위협이 있다는 전제하에 이 모든 논의가 정당성을 갖는다. 그럼 과연 북한이 주장하듯, 미국으로부터 의 위협이 실질적인가? 사실 현재 파국의 원인은 북한에서 찾아야 한다.
국가 간의 분쟁의 원인 중 하나로 안보 딜레마를 들 수 있다. 상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무정부적 특징을 보이는 국제 관계 하에서 모든 국가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을 한다. 그런데 만약 그 과 정에서 자신의 안보 진적 행위가 타자에게 위해가 된다면, 타자도 똑같은 선택을 하 게 될 것이다. 이렇게 발생된 안보 딜레마 는 타자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인류 는 전쟁의 고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안보딜레마는 물리적인 동시 에, 존재론적이다. 북한은 북핵 사태를 통 해 자신의 물리적 생존뿐만 아니라, 자신 이 누구인지를 공고히 해줄 수 있는 정체 성 진작의 효과도 함께 모색하고 있는 듯 하다. 냉전 종식 이후 북한은 자신의 체제 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개방이 아 니라 고립을 선택했다. 자신을 사회주의 최후의 보루로 천명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 해 선군 정치를 펼쳐왔다. 그 과정에서 강 성 대국의 기치를 내걸었고, 이를 위해 주 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 정책에 전력하였다. 그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고통은 곧 미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 스스로에게 세뇌하며, 자신 만의 자아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더 나아 가, 이런 자아 정체성은 내부 정치뿐만 아 니라, 대외 관계에서도 투영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아에 대한 타자의 인식이 있어야 비로소 자아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는 통념을 실천이라도 하려는 듯이, 북한은 오늘도 한반도를 극한의 핵 공포 위기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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