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필수요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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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필수요소는?
  • 강재호(방목기초교육대학 자연교양) 교수
  • 승인 2017.09.11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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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대선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보면, 소통은 주술, 마법, 귀신같은 미신을 극복하고 과학의 방법론을 따라야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의 주술과 마법이 먹히고, 힐러리의 과학이 망했다. 인간은 호르몬으로 소통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말로 소통하는 건 소통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드러누워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벌떡 일어서도록 에너지를 주는 것이 소통이다. 대칭과 호응의 게임으로 에너지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소통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난해하다.

소통이란 무엇일까? 소통은 간섭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고, 계산도 아니다. 소통은 감사이고, 마음이고, 사랑이다. 그리고 말 그대로 막힌 것을 통하게 하는 것이다. 소통은 서로 이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래서 진정한 소통이라면 그것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향통행이어야 한다. 소통은 경청하는 자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성립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들을 줄 알게 될 때 잘 말할 수 있게 된다. 말이라는 것은 반은 말하는 사람의 것이며. 나머지 반은 듣는 사람의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는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음식이라면 좋은 음식이 될 수 없듯,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경청하는 사람이 그것을 들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면 그것은 소리없는 메아리와 같다.

한 개인이 주관적인 입장에서 어떤 사태를 이해하는 것을 주관성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든 행위나 말에는 주관성이 있다. 따라서 사태를 객관적으로 또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말하기 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그 상황을 묘사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하늘은 파랗다고 생각하지만 우주에서 보면 하늘은 아무런 색을 가지고 있지 않다. 생수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물이라고 생각하지만 현미경으로 자세히 보면 수많은 미생물이 포함돼있다. 공기도 그렇다. 텅 비어 있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이 질소와 산소로 가득 차 있다.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꽉 차 있는 것이다.

소통에서 필수적인 조건은 상호주관성의 성립이다. 상호주관성이 성립하지 않으면 상대편의 말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가끔은 내가 하는 단순한 말들이 경청하는 사람의 복잡성 때문에 오히려 왜곡되고, 부풀려지고, 결국 오해를 만들어낸다. 오해란 경청하는 사람의 복잡함에서 비롯된다. 누가 나에게 소통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나는 소통하는 그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을 위해서 하는 말들, 표현들, 비유들, 몸짓들… 이것들은 결국 나를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누구나 느끼는 감정과 정서는 다르다. 그렇기에 화자를 이해하지 않고는 그가 표현하는 내적인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상대가 하는 말을 이해한다는 것과 상대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그가 존재하는 그 지평, 그가 처해 있는 그 상황에 나 자신을 함께 위치시키는 것이 곧 상호주관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의 토대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그토록 많은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상황에 나 자신을 함께 위치시키는 것이다. 그때 꼭! 위치시켜야 할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관심, 공감, 배려다. 모든 인간관계는 이것으로 시작해서 이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좋은 소통을 하려면, 좋은 인간관계를 가져가려면, 상대와 마주할 때 이 세 단어 관심, 공감, 배려를 내 머릿속에 잡아두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이것을 잘 잡아만 둔다면 세상에 이해 못할, 용서하지 못할 일들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소통이란? 상대를 관심, 공감, 배려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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