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욜로’ 과학
상태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욜로’ 과학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29 0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장 소중한 시간은 바로 지금, 가장 소중한 장 소는 바로 여기,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나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세 가지 의문’에 나오는 말이다. 영어 ‘present’는 현재 라는 뜻과 함께 ‘선물’이라는 뜻도 있다. 둘 다 인생 을 너무 목적 지향적, 결과 지향적, 미래 지향적으로 살면 오늘의 행복을 상실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이 는 요즘 욜로족이 지향하는 가치관이다.

진정한 욜로는 마냥 ‘노세노세’가 아닌 긍정 에 너지 담은 행복
욜로(YOLO)는 ‘단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 자’라는 뜻이 담긴 용어다. 2011년 미국의 인기 랩 퍼 드레이크가 ‘The Motto’라는 곡에서 ‘You Only Live Once’라는 가사를 한 단어(YOLO)로 줄이면 서 유행어로 떠올랐다. 실제로 해외에 배낭여행객이 주로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는 ‘헬로(Hello)’나 ‘굿 럭(Good Luck)’ 신 ‘욜로’ 인사가 유행하고 있다. 욜로 라이프는 지금 이 순간을 기쁘고 행복하게 살려는 현재 지향적 삶의 방식이다. 무엇을 하든 미 래보다 ‘현재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욜로족의 등장은 정보기술(IT)과도 잇닿아 있다. IT 의 발달로 사이버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사람들을 직접 면할 필요성이 줄어들어 개인적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욜로족이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마음껏 돈을 쓰면서 영혼 없이 아무데나 갖다 붙이면 그게 행복일까? 행복을 연구하는 과학 자와 심리학자들은 진정한 행복감을 ‘일상이 만족 스러운지’와 ‘얼마나 많이, 자주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끼는지’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 딱 ‘이것이 행복한 상태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살면서 만족스러운 상태가 자주 있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계기는 아주 다양하 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푹 잘 때처럼 기본적인 욕 구를 충족시킬 때는 물론, 음악이나 미술을 감상하 며 문화적 만족을 얻을 때에도 행복을 느낀다. 다른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사회적 관계에 서 행복감을 얻을 수도 있다. 또 행복한 주변 사람을 통해 널리 퍼지는 행복 바이러스를 맡고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행복 바이러스 연구자인 미국 캘리 포니아학의 제임스 파울러 교수는 어떤 친구와
가깝게 지내느냐에 따라 행복도가 달라진다고 말 한다. 꼭 ‘돈 쓰기=행복’은 아니라는 것이다. 욜로라는 개념은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사실 욜로와 비슷한 개념인 ‘카 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란 말이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열심히 일해 봤자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들고, 젊은층 또한 계속되는 경 제 침체로 취업 실패를 많이 경험하다 보니 아끼기 보다는 그냥 쓰게 되고, 그러면서 악순환이 반복된 다. 결국 욜로는 일종의 현실 도피성일 수 있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만 번 욜로족이 되기를 꿈 꾼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 불안감, 자기 연민을 느낄 때가 많다. 미국의 딕 티비츠 박사는 옹졸하게 마음 쓸 때 이러한 신체적 변화는 더 크게 일어난다고 한 다. 적감을 누그러뜨리고 원망과 자멸의 고리를 끊을 때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자괴감이 줄 어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고, 건강 면에서도 좋아지 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한편 하버드학의 길버트 교수는 ‘시간을 잘 보 내는 것’이 행복을 누리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
다. 생활에 싫증을 느끼지 않으려면 다양성과 시간 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연극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한두 달에 한 번 공연을 볼 수 있 다면 매번 연극을 보는 게 낫지만, 매주 볼 수 있다 면 중간에 콘서트나 뮤지컬을 섞어 보는 게 행복을 극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취미와 정서 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고만고만하게 사 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평범한 자신의 삶 이 크게 억울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감을 얻 을 수 있다고 한다. 시가 바뀐 만큼 삶의 방식 또한 바뀌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욜로’ 가 현실 도피가 아닌 균형 잡힌 삶의 방식이라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 요하다.
명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