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 연어 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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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 연어 초밥
  •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7.06.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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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초밥의 뿌리가 어디일까? 초밥의 기원 이 일본이니 연어 초밥 역시 당연히 일본 음식 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간 단하지가 않다. 연어 초밥을 처음 먹기 시작한 나라는 일본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연어 초밥 을 전통 일본 음식으로 보는 데 주저하는 이 유가 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연어 초밥은 양 식 연어로 유명한 노르웨이 발명품이기 때문 이다. 조금 더 분명하게 하자면 노르웨이의 양 식 생연어와 일본의 초밥이 결합해 만들어진 다문화 음식이다. 어쨌거나 일본에서 처음 먹 기 시작했으면 일본 음식이라 할 수 있는데 굳 이 그렇지 않다고 어깃장을 놓는 이유는 일본 인들도 처음 연어 초밥을 보고 기겁을 할 정도 로 질색을 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수산업자 들이 연어를 판매하려고 생연어를 이용해 초 밥을 만든 후 맛있으니까 먹어보라고 권하자 일본에서는 어떻게 익히지도 않은 생 연어를 밥에 얹어 먹을 수 있냐며 노르웨이 사람들을 야만인 쳐다보듯 바라봤다는 것이다. 생선 초 밥 스시, 그리고 생선회 사시미의 나라 일본에서 연어 초밥을 만들어 온 서양의 노르웨이 사람을 보고 야만인 취급을 했다는 게 주객이 전 도된 느낌이다. 동서양의 문화교류가 드물었던 수백 년 전 이야기도 아니고 불과 40년 전쯤의 사연이니 연어 초밥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 던 것일까? 물고기를 익히지도 않고 날로 먹고, 심지어 밥 위에 날 생선을 얹어 서양인을 놀라 게 했던 장본인은 일본인이었다. 이런 일본에 서도 연어만큼은 날로 먹지 않고 반드시 굽거 나 졸여 먹었고, 아니면 소금에 절이거나 연기 에 그을려 훈제해서 먹었는데 이유는 연어 기 생충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연어는 바다에 살 다가 태어났던 강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종 으로 강과 바다를 오가는 과정에서 기생충이 생겨 날로 먹으면 자칫 감염될 수 있기에 반드 시 익혀 먹어야 하는데, 무지한(?) 노르웨이 사 람들이 초밥의 나라에 생연어 초밥을 가져와 먹으라니 기겁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노르 웨이 사람들은 왜 일본인에게 연어 초밥을 먹 으라고 권했던 것일까? 진짜 뭣도 모르고 무지 막지했기 때문일까?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노르웨이는 최초로 연어 양식을 산업적 으로 시작한 나라 중 하나로, 1970년대 초반에 연어 양식을 시작했는데 곧 문제에 직면했다. 유럽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양식업자들 이 줄도산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래서 새로 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 곳이 세계 최대 수산물 소비국인 일본이었지만, 일본이 전통적으로 생연어를 먹지 않는다는 문화장벽에 부딪혔 다. 포기할 건지 밀어붙일 것인지를 고민하던 중 1980년에 ‘프로젝트 재팬(Project Japan)’ 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면 돌파를 시도 했다. 일본의 문화장벽을 깨기로 한 것인데, 노 르웨이의 양식 대서양 연어는 바다에서만 키 우기 때문에 기생충이 생기지 않고 성장 과정 에서 백신을 접종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사 실을 강조하며 일본인에게 연어 초밥을 권하는 판촉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연어 초밥을 접했던 일본인들이 기겁한 것인데 이에 굴하지 않고 주일 노르웨이 대사관을 비롯해 10년에 걸쳐 꾸준히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90 년대에 접어들며 거부감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일본에서 연어 초밥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한국과 홍콩, 타이완 그리고 미국으로 유행이 번지며 지금은 연어 초밥이 세계 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초밥 중 하나가 됐다. 10년 이라는 기나긴 세월에 걸쳐 일본인 밥상에 연 어 초밥을 올려놓은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자 들, 그 뚝심의 배경이 무엇이었을까? 절실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 는 연어처럼 우리가 맛있게 먹는 연어 초밥에 이런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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