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밥의 유래와 의미
상태바
덮밥의 유래와 의미
  •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7.05.29 0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드IN문학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덮밥이다. 싸고 맛있고 먹기 편해 인기가 높은 데 굴러다니는 돌멩이에도 사연이 있다고 무심코 먹는 덮밥에도 나름의 역사와 새겨볼 만한 의미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덮밥은 대부분 일본식 돈부리(どんぶり)로 19세기 일본이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생겨난  식이다. 역사가 짧은 만큼 유래가 비교적 자세히 알려져 있다. 먼저 우리도 좋아하는 장어 덮밥은 19세기 초, 배를 기다리며 장어구이를 주문한 일본 전통 연극계의 인사가 배가 떠날 무렵 음식이 뒤늦게 나오자 급한 나머지 밥그릇에 장어구이 접시를 엎은 후 서둘러 배에 올라 먹 은 것에서 비롯됐다. 장어 양념이 밥에 스며들 어 더 맛있어졌기에 계속 이런 식으로 먹었는 데 유명인이 먹자 너도 나도 따라 먹으며 별도 메뉴가 됐다. 튀김 덮밥은 19세기 중반에 생긴 서민 음식이다. 이 무렵 도쿄에서는 앞바다에 서 잡아 만든 생선튀김이 포장마차 음식으로 유행했는데, 이때 팔다 남은 튀김을 밥에 얹어 간단한 식사로 팔던 것이 튀김 덮밥이다. 도쿄 향토 요리로 유명한 된장국 조개 덮밥 후카가 와동은 19세기 말 일본 빈민가에서 먹던 음식 이다. 갯벌의 조개잡이 어부들이 허기를 메우려 먹었던 음식이었다. 소고기덮밥 규동은 전 골을 바쁜 상인들이 먹기 좋게 개량한 음식으 로 19세기 말 도쿄 어시장 상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대중화됐다. 닭고기 계란덮밥 오야코 동은 먹고 남은 전골 육수에 닭고기와 달걀을 풀어 후식으로 먹던 음식, 돈가스 덮밥인 가츠동은 여러 유래설이 있지만 1920년대 주머니 사정 가벼운 대학생들 사이에서 퍼졌다. 일본 덮밥의 유래 몇 가지를 소개했는데 여기에는 사실 여부를 떠나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급하게 그리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과 밥에 고기를 얹은 육류 중심이라는 점이다. 고기가 아니더라도 생선이나 채소를 기름에 튀겼거나 장어처럼 기름진 생선을 얹은 고열량 음식이 대부분이다. 일본 덮밥은 왜 고열량 패스트푸드로 발달 했을까? 덮밥이 생겨난 19세기 일본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무렵 서구 문명을 받아들인 일본은 공업화를 추진하며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공장이 쉬지 않고 돌아 갔고 상업이 발달하며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장인이나 상인, 공방 노동자나 상점 점원들은 느긋하게 앉아 식사할 시간조차 없었 다. 싸고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재빨리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이때 따뜻한 밥 위에 고기 나 튀긴 채소, 기름진 생선을 얹어 후다닥 먹 을 수 있는 고열량의 음식인 일본 덮밥은 바쁘게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안성맞춤의 패스트 푸드였다. 패스트푸드의 조건은 가격도 싸고 먹기도 편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열량이 높아야 한다. 힘든 육체노동 종사자들이 싸고 빠르게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려고 먹었던 음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19세기 미국에서 산업이 급성장할 때 노동자들의 음식으로 생겨난 햄버거와 핫도그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일본 덮밥, 돈부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똑같이 19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고열량 패스트푸드지만 햄버거는 지금 비만의 주범, 정크 푸드로 눈총을 받지만 일본 덮밥 돈부리는 오히려 널리 유행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의 차이가 아닐까? 대량 생산의 상징인 햄버거와 달리 바쁘게 사는 현대인의 속성에 맞는 간편 음식이면서도 식습관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재료를 사 용하는 덮밥의 확장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음식조차도 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에 적응해야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음식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