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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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당신에게
  • 김선혜(문정 15) 학우
  • 승인 2017.05.1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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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당신에게

5,500원, 요즘 식당에서 밥 한 끼 사 먹기 어려운 돈이다. 경상북도 김천에 사는 친구A는 시급이 5,500원인 편의점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 근처에서 일급 5만원이 넘는 아르바이트는 구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법적 절차로 넘어가면 돈을 모두 받을 수야 있겠지만, 한 달 정도 일할 단기 아르바이트에 10만원 남짓한 돈을 받자고 겪을 복잡한 절차와 긴 시간이 더 걱정이라며 체념한 듯했다. A가 그 억울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에는 누구나 그렇듯 사연이 있다.

대학 생활 후반기인 3학년, A는 이번 여름 유럽여행이 목표다. 20대의 대표적인 버킷리스트인 여행. 유럽여행 한 달에 500만원 가까이 들지만, A는 논란의 연속인 한 학기 등록금을 웃도는 돈을 위해서 일을 한다. 동시에 매일 그 90만 원짜리 항공권을 보고 고민한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얻은 4평도 안 되는 원룸의 월세. 조금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아르바이트로 용돈 벌어 쓴다고 고생이라며 보내신 돈. 그 돈을 벌기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의 땀과 눈물이 무겁다. 30시간도 안 되는 비행에 날아가는 삯은 국가장학금을 240만원을 받고도 남은 등록금에 가까운 금액으로, 이 역시 부모님께서 힘들게 마련하신 돈이었을 테다.

20대의 자신에게도 미안하다. 22살의 A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짧은 20대의 매 순간에도 나를 위한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만큼 시간을 낼 수 있는 때가 다시 올까, 다시 온다고 해서 지금 보고 얻을 그 감정과 생각과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이어야만 할 수 있는 것도 있는데,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한편으론 허무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너무 지치는 날 밤을 위로하는 따뜻한 치킨 한 조각과 시원한 맥주 한 모금. 사소하고 작지만, 일상을 밝히는 행복들을 포기해야 한다. 편의점, 식당, 호프, 호텔, 택배. 어느 하나 쉬울 것 없는 아르바이트가 빼곡히 이어지는데 학교 성적을 내려면 공부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한 돈은 한 달에 날아간다. 유럽여행에 그만큼의 의미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쩌면 비슷한 상황에 있을지 모를 당신을 응원한다.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을 리가 없을 우리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빛날 수 있기를. 그 어떤 선택을 하든 감히 시비를 가릴 수 없지만, 너무 많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기를 기도한다. 다만, 이 순간 도 무언가를 위해 고민하는 당신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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