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안락사 허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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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안락사 허용해야한다
  • 장지빈 기자
  • 승인 2017.04.3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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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안락사 허용해야한다

<말해 YES OR NO>
 

'자의적 안락사 허용해야한다'

찬성 측 'Right to die'

Just live well. Just live. love, Will. 조조 모예스의 소설 ‘Me before you’에서 사지마비환자인 윌이 루이자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성공한 사업가이며 스포츠를 즐기던
윌은 불의의 사고로 하루아침에 사지마비환자가 되고 만다. 이후 윌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안락사를 하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되돌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암보다 나의 감기가 더 아프다는 말이 있다. 말기 암 환자, 불치병 환자, 하루아침에 신체에 장애가 생긴 사람 등 이들의 고통 역시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나보다 힘들고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 고통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는 없다. 필자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거나 상태 호전의 가능성이 없는 상황의 환자를 제외하더라도 본인의 의사만 있다면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고통의 무게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선택할 수 없는가? 혹자들은 생명은 오롯이 본인의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생명은 누군가에게 빚지지 않고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삶과 죽음을 홀로 선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종교계는 생명의 존엄성을 주장하며 안락사를 반대한다. 안락사를 합법화하면 생명 경시 풍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주장이다. 단언컨대 안락사를 불허하는 것이 오히려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코카인 복용 혐의로 선 법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법정에선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
다. 자의적 안락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죽음에 대한 결정을 본인이 내릴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8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통칭 ‘웰다잉법’이 시행된다. ‘웰다잉법’을 통해 존엄한 죽음과 죽음에 대한 선택을 건설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빈사진.jpg 장지빈 기자

반대 측 '미끄러운 언덕길: 안락사로부터 대량학살로'

자의적 안락사는 의사 표현할 수 있는 환자 본인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에서 비자의적 안락사보다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 죽고자 하는 환자의 망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논리이다. 러나 우리는 안락사와 같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문제에 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져야 한다. ‘미끄러운 언덕길’이라는 논증이 있다. 언덕길의 경사는 초기에 완만하지만 갈수록 가파르다. 작은 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의적 안락사 허용은 국가나 양심 없는 개인에게 위험한 무기를 쥐어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역사적 예로 나치의 만행을 들 수 있다. 의사 알렉산더(Leo Alexander)의 논문에 따르면 나치의 대량학살은 외과의사의 기본적인 태도가 초점을 잃은 것부터 시작됐다. 즉 살만한 가치가 없는 삶이 있다는 태도의 수용이 대량학살을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질병을 앓는 사람을 포함해 점차 게르만족이 아닌 모든 사람을 포괄하게 됐다.


이처럼 우리가 자의적 안락사를 허용했을 때 그것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예를 들면, 누군가 완전한 살인을 모의하면서 타인이 안락사를 요청한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 병들고 나이든 사람들이 그들의 친척에 의해 빨리 삶을 끝내도록 압력을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미끄러운 언덕길 논증 외로 자의적 안락사에 반대하는 근거도 있다. 우리는 죽여 달라는 환자의 요청이 자유롭고 합리적인 판단인지 확신할 수 없다.


병으로 고통 받아 약에 취하거나 혼돈된 정신 상태에 있기 쉬운 환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의적 안락사는 환자의 병이 기적적으로 치료될 가능성을 차단한다.
결론적으로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안락사 허용은 생명 경시 풍조를 일으켜 악용될 여지가 있다.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결정하는 사안에 관해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말해 Yes or no 윤휘종 사진.jpg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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