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집술족, 소줏값 5000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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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집술족, 소줏값 5000원 시대
  • 정수민 기자
  • 승인 2017.04.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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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집술족, 소줏값 5000원 시대

<생활>

늘어나는 집술족, 소줏값 5000원 시대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지민 학생은 최근 집술족을 자처했다. 기숙사를 나와 자취를 시작하면서, 술을 마실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엔 소줏값이 5,000원으로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감히 주점을 찾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다. 둘이서 폭탄주에 치킨 한 마리만 먹어도 30,000원을 웃도는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니 어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겠는가. 이지민 학생은 “주점에서 술을 마시면 분위기도 좋고, 따로 준비나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대가로 비싼 안주와 터무니없이 오른 술값을 지불하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서 술을 즐기기로 했다”며, “처음엔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어색하고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지만, 가격이 싸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더욱 안전하다는 것과 바로 잠들어도 된다는 편안함까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이러한 집술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6년 이마트는 주류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9% 넘게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맥주 14% △소주 10% △양주 12% 순으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혼술족’이나 ‘집술족’이 늘면서 과거 유흥주점을 중심으로 유통되던 술의 소비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초 빈 병 보증금 인상을 명목으로, 소주와 맥주의 가격을 5,000원으로 올리는 주점들이 많아짐에 따라 마트 주류 매출은 점점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환경부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지난달 9일, △서울과 경기지역 시민단체 △대형마트 △편의점 △외식업계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빈 병 보증금 인상과 무관하게 식당 판매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집술족 WHY?

안줏값 상승

안주.jpg  

누더기가 된 식당 메뉴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격을 계속 변동할 수밖에 없는 사정 때문이다. 저렴한 외식업계 브랜드로 잘 알려진 ‘치킨나라 피자공주’는 2002년 ‘피자 1판 + 치킨 1마리 + 콜라’ 세트를 1만 원에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2017년 현재는 2배 오른 20,50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마저도 이 업체는 시중의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90년대 후반에도 치킨 한 마리에 1만 원을 고집하던 BBQ는, 현재 한 마리에 18,000원을 웃도는 가격을 제시했다. 이 BBQ는 얼마 전에도 가격을 올리려다 정부의 압박에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인건비 상승 △원재료 값 상승 △땅값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합리화하고 있다. 하지만 생닭 원가가 2000년 1,468원에서 2015년 2,010원으로 500원 남짓 오른 것을 고려하면 이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파는 통닭의 경우 여전히 한 마리에 만원이 넘지 않는 수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류값 인상 

  술값.bmp   

빈 병 보증금이 오름에 따라, 식당에서 유통되던 주류의 가격이 은근슬쩍 물가 상승에 합류했다. 하지만 소주병과 맥주병의 빈 병 보증금은 각각 40원에서 100원, 50원에서 130원으로 겨우 오른 수준이다. 그렇다면 원가가 상승하기라도 한 것일까?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인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공장 출고가는 병당 1,015.70원이다. 이는 △출고원가 476.94원에, △주세 343.40원 △교육세 103.02원 △부가세 92.34이 포함된 가격이다. 공장 제조원가가 공장출고가의 47%이고, 각종 세금이 공장 제조원가를 넘는 53%를 차지한다. 이때 식당은 병당 1200원에서 1300원 사이의 가격으로 소주를 사들이게 된다. 즉, 원가가 500원도 되지 않던 소주가 중간 유통을 거치면 식당에서 5,000원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2015년 12월 3,000원이던 소줏값이 4,000원으로 인상된 지 불과 1년 만이다. 인건비와 매장 임대료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서민의 술’이라는 소주의 이름값에는 너무한 수준이다. 한 소주 업체 관계자는 “소주 업체는 3~4년에 한 번씩 가격을 올릴뿐더러, 인상 폭은 병당 몇십 원에 불과하다”며 “이런 소주가 식당으로 건너가면 몇천 원씩 이윤이 붙어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팔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탁금지법 

  양주.bmp   

최근 들어 소위 ‘양주’라고 불리며 유흥업소를 통해 접대용으로 유통되던 고가의 위스키 제품들의 출고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청탁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접대용 양주의 소비가 주춤해진 것이다. 위스키 업계 한 전문가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업체 1, 2위 업체만의 위스키 출고량이 200만 상자를 넘기던 것이 현재는 업계 전체 출고량이 100만 상자 대에 이르는 상황이다”며 “업계 관계자로 참 서글픈 일”이라며 한탄했다. 

한편, 기존 대형할인점의 양주 매출액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이마트에서 판매된 양주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 늘었으며, 롯데마트의 위스키 매출 또한 전년 동월보다 14.6%나 증가했다. 편의점의 경우엔 사실상 감소율이 0%대로 안정화된 점이 눈에 띄는 현상이다. 청탁금지법으로 고위 인사 접대 문화가 감소하면서, 일찍 귀가하는 직장인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집술족이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존 주점에서 유통되던 양주보다 저렴한 가격 층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정용 위스키의 수요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실제로 접대용 양주 중 하나인 ‘발렌타인 17년 산’을 보면, 업소에서 25만원 대 이상을 형성하고 있는 것에 반해, 마트에서는 10만 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양주를 겨냥한 안주도 함께 출시되고 있는 추세이다.

  

집술족 100% 알고 즐기기!

집술족이 증가함에 따라 대형할인점과 편의점 등에서는 집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간편 안주를 출시하고 있다. △닭발 △근위볶음 △전 같은 대표 안주 메뉴부터, △감자튀김 △치킨 △해쉬브라운까지 다양하다. 주종에 상관없이 다양한 겨냥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집술족을 선언한 본지 기자가 몇 가지 ‘홈 안주’를 추천해보겠다. △만두 △떡볶이 정도의 안주를 예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상상초월, 질도 좋고 가격도 좋은 ‘홈 안주’! 첫 번째는 ‘GS25 편의점 - 타코와사비’이다. 선술집에서 마시는 일본 청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집중하라. 선술집에서는 마트에서 만 원대인 일본 청주를 3배 이상 비싸게 유통하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먹으려고 하니, 마땅한 일본 청주 안주가 없을 것이다. 이때 3,500원짜리 편의점 타코와사비를 떠올려라. 낮은 가격과 달리 싱싱함은 높다! 두 번째는 ‘청정원 - 불막창’이다. 소주와 환상궁합을 자랑하는 막창! 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럽고, 언제까지 익혀야 하는지 모른다면 이 안주에 집중해도 좋다. 따로 구울 필요 없이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되고, 8,200원이라는 착한 가격까지. 그렇지만 식당에서 먹는 막창과 질 차이는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는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안주 ‘GS25 편의점 - 직화 어묵 우동 탕’이다. 이것이야말로 일반 주점에서 파는 어묵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용기 자체가 냄비이기 때문에, 가스레인지만 있다면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 양도 넉넉하고, 어묵탕에 필요한 채소가 진공 포장되어 있으므로 일반 인스턴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격을 5,200원으로 세 명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안주가 준비되었다면, 이번엔 분위기를 살려보자. 집술족의 가장 큰 비애는, 분위기와 모양이 안 산다는 것이다. 분위기에 취한다는 말도 있다. 똑같은 술도 어디서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취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애인과 친구는 각자 준비하시고…. 홈 파티에 어울리는 조명을 활용해보자. 너무 밝은 백열등보다 은은한 할로겐 등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벽에 트리 전구를 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또한, 오랫동안 집술족으로 거듭날 예정이라면, 접시나 테이블 등 분위기를 띄워 줄 수 있는 홈 파티 용품을 갖춰두는 것도 좋은 팁이다!

   

정수민 기자 zasmin97@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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