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큼 착한 사람도 없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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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큼 착한 사람도 없다. 다만,
  • 장지빈 기자
  • 승인 2017.03.27 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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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사람 콤플렉스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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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큼 착한 사람도 없다. 다만,

♬착한 사람 착한 사람이 무슨 소용 있나요

내 감정조차 속여 온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일 뿐인 걸요

그래요 그런 거죠

상처받기 싫어서 보험 드는 기분으로

그저 상냥하게 대한다면 알아줄 거라 믿었죠

돌려받기 위해서 베푸는 나의 친절은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그땐 몰랐어요

아아 무얼 잘못한 거죠♪ - <Delispice, 저도 어른이거든요>

  

착한 사람 콤플렉스 Check List

1. 의사결정을 할 때 주로 다른 사람 의견에 따른다. □

2. 부탁을 제대로 못 들어주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

3. 모든 사람을 믿을만하다고 여긴다. □

4. 나쁜 기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

5. 쉽게 상처 받는다. □

6. 상대방이 화를 내면 대처하지 못한다. □

7. 눈치를 많이 본다. □

8. 할 말을 못해서 답답하다. □

9. 항상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 □

○ 5개 이상 해당된다면,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의심해봐야 한다.

  

  

착한 사람, 착한 아이, 착한 여자, 착한 남자, 좋은 사람 ⋯.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은 남들 시선을 극도로 신경 쓴 나머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싫어도 싫다고 이야기 못 하고, 화가 나는데도 항상 웃고만 있다. 착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진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무조건 양보를 하고 남에게 맞추려는 것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 착한 사람 콤플렉스이다.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는 틀 안에 가두는 것이다. “NO”라고 단호하게 얘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지못해 "YES"를 말하는 것은 당장은 당사자와 본인의 거리를 좁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거리를 점차 늘리는 행동이다. 

사람들은 으레 “남을 먼저 생각하고 이타적인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한다. 과연 남을 먼저 생각하고 이타적이기만 한 사람이 진짜로 행복할까? 이러한 말을 주입받고 자란 사람들은 자신이 왜곡된 사고 속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이 내 삶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왜 착한 사람이 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에게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보다는 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길 원한다. 우리는 왜 착한 사람이 될까? 

명지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이아영 전임연구원은 “대부분 부모님이 어렸을 때 조건을 달았을 확률이 높다.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경우가 아닐 확률이 굉장히 높은데, 예를 들어 부모님이 나를 존재자체로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고 사랑해주고 존중해줬던 경험보다는 ‘너는 공부를 잘해야 착한아이야’, ‘너는 엄마 말을 잘 들어야 사랑받고 존중받을 존재야’ 같이 어떤 조건이 달린다. 그러면 반대로 ‘나는 엄마 말을 듣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 존재야’,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쓸모없는 존재야’, ‘나는 돈을 벌지 못하면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야’라는 생각이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간다. 부모님은 어렸을 때 나의 세상이었는데 그대로 자라며 세상자체가 나를 조건화 시키는 것이다. ‘내가 대학을 잘 가야’, ‘돈을 잘 벌어야 쓸모 있는 존재야’ 이렇게 계속 조건이 달리다 보면 ‘친구가 나에게 요구를 하거나 부탁을 했을 때 거절하면 버림받을 거야’ 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YES'를 외치고, 'YES'를 외치며 마음속으로 'NO'라고 외치고 싶은걸 감정과 욕구를 계속 참게 된다. 나중에는 시간이 지나면 참는 것이 아니라 참는 자체가 자신 인줄 안다. 헷갈리는 것이다. 맞춰주는 자체가 본인 인 것으로 생각한다”며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고착화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들은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혹자들은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을 바보 같다, 멍청하다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비난할 수도, 마음대로 재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그들이 생각하는)나쁜 행동’을 요구하면 그 ‘나쁜 행동’과 더욱 거리감이 생길 뿐이다.

  

내 고민을 들어줘

명대숲 #4XXX번째 이야기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15학번 A씨. A씨는 새내기시절 만난 여자친구와 햇수로 3년째 연애중입니다. 그동안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하는 기간을 빼더라도 꼬박 1년 6개월을 만났습니다. 꽁냥꽁냥 잘 만나는 것 같고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A씨에게도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여자친구에게 모진 말도 못하고 항상 내어주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각각 수원과 하남에서 통학하는 그들은 둘 다 통학을 하며 학교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립니다. 같은 수업을 마치고 데이트를 한 뒤 헤어질 시간이 되면 A씨는 거의 매번 여자친구를 하남까지 데려다주곤 합니다. 여자친구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A씨는 처음에는 데려다 주다 나중에 데려다 주지 않는다며 변했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 학교에서 하남까지, 하남에서 수원까지 4시간 통학을 합니다.

  

명대숲 #4XXX번째 이야기

경영대학에 재학 중인 09학번 B씨. B씨는 경영대학 특성상 매학기 팀플로 진행하는 수업이 반을 넘습니다. 군대 다녀오랴, 해외인턴 다녀오랴, 여행 다녀오랴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B씨는 학교 내에서 ‘화석’으로 통합니다. 

‘화석’인 그는 팀플시간에 조장과 발표자를 정할 때면 자신을 쳐다보는 저학년들의 눈길 저버릴 수 없다고 합니다. 덕분에 조장을 맡은 전공만 3개. 이번학기 역시 고통 받는 나날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갑작스런 군휴학, 헤어진 후 잠적해버리는 커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까지 각 수업마다 속칭 ‘트롤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B씨는 내가 총대를 메겠다며 중간고사기간에 몰린 발표를 위해 오늘도 경상관 9층 열람실에서 밤을 샙니다.

  

명대숲 #3XXX번째 이야기

경영대학에 재학중인 14학번 C씨. 나름 고학년이 된 그녀는 학교에 아는 사람도 많고 이곳저곳 속한 단체가 많습니다. 그런 C씨의 고민은 학교에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사실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 자체는 고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아는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C씨는 오늘도 고민중입니다.

술을 너무 오래 마셔서 막차가 끊겼으니 자취방에 재워달라는 과 후배, 밥을 혼자 못 먹는 성격이니 C씨가 밥을 먹었어도 같이 식당에 가자는 동기, 팀플인데도 불구하고 바쁘니 이해해 달라며 혼자 하기를 요구하는 동아리 선배. C씨는 오늘도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본 사연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To. A, B, C

  

사람은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히스토리를 다 알지 못한 채 답변을 하는 게 굉장히 섣부를 수 있어요. 개인의 발달과 히스토리가 모두 다르고 성향도 다 달라요.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는 이런 답변이 좋고 저런 분들에게는 저런 답변이 좋다고 말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억압하며 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충족시켜주려고 희생하는 게 3명의 공통점이에요. 이런 분들의 특징이 ‘YES 맨’인 경우가 많아요. 내가 거절하면 다른 사람이 나를 버릴까봐 두렵고, 그래서 내 감정과 욕구를 눌러야만 하고.

첫 번째로 무조건적으로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수용될 수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게 자존감이랑도 연결이 되거든요. 그걸 알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어요. 자존감이 높아져 있어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요.

두 번째는 내 감정이나 욕구가 어떤 것인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내 감정이나 욕구를 눌러왔기 때문에 누르면 누를수록 내 감정과 욕구가 헷갈리거든요. 다른 사람의 감정과 욕구가 내 것인 줄 알아요. 그러니까 내 감정과 욕구는 어떤지를 계속 알아차리고 적고 이런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스마트폰으로 일기장에 이모티콘으로 적는 거죠. 내 감정이 뭔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에게 어떻게 했는지. 나는 싫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OK를 했는지, 왜 'YES 맨'이었는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았는지를 한번 적어보는 기록지를 만들어 보는 게 참 좋아요. 기록지를 만들다 보면 공통적인 생각이 반복이 돼요. ‘나는 버림받을 것 같아’,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 같아’ 그러면 그게 나의 키워드인거죠. 

세 번째로 내 감정과 욕구를 알았으면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표현할 때도 굉장히 두려울 거예요. 내가 이걸 표현하면 싸울 거야, 버림받을 거야, 나와 관계가 틀어질 거야, 안 보게 될 거야. 이렇게 두려워하고 불안해서 말을 못 할 텐데. 처음에는 그 사람의 욕구와 감정을 잘 받아주는 거예요. 지금까지 잘 했듯 일단은 받아주되, 아이(I)메시지로 표현하는 거죠. 아이(I)메시지 라는 건 “네 얘기를 들으니 내감정이 이래” 라며 나를 주어로 말하는 거예요. “나의 감정과 욕구는 이래, 그래서 이렇게 하고 싶은데?” 감정이 들어있고 욕구도 들어갔죠. 그러면 “이렇게 하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 이렇게 물어봐주는 표현의 연습이 필요해요. 혼자하기 어렵다면 전문상담사와 같이 안정적인 공간 안에서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죠.

굉장히 불안했을 거고, 답답했을 거라는 마음을 읽어주고 싶어요. 아는 사람들이 어떤 요구를 하던지 다 받아주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좋은 사람이고 싶었을까. 나를 싫어하는 사람 나쁘게 보는 사람이 세상에 한명도 없을 수 없어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이유가 뭘까 이걸 물어보고 싶어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내가 나를 존중해주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남들을 나를 더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적절히 거절을 했을 때 관계가 더 편안해 질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한 번도 거절을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불안한 관계가 되거든요.

From. 명지대학교 학생상담센터

  

물론, 그래도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

겉과 속이 다른 상태로 행동을 계속하다 보면 남들 눈에는 착한 사람으로 남을지 몰라도 당사자의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거나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상담전문가 듀크 로빈슨은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좋은 사람 콤플렉스’를 통해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선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완벽해지려는 노력은 항상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완벽주의를 버리기로 결심하라’라는 조언을 건넨다. 쉽지 않겠지만, 이러한 결심은 자신을 위한 삶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항상 수동적이고 매사에 자신감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남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해칠 수 있다. 나의 행복을 위해 남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물론, 그래도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

 

장지빈 기자(jb9992@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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