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학년도 백마문화상 소설부문 심사평
상태바
2015학년도 백마문화상 소설부문 심사평
  • 편혜영(문예창작학과) 교수, 신수정(문예창작학과) 교수
  • 승인 2015.12.07 0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학년도 백마문화상 소설부문 심사평

 

응모한 38편의 소설 중 1차로 6편의 작품을 추렸다. <단지 고양이 한 마리가 빠져나갈 뿐이었다>, <역류>, <남자의 시계>, <시소>, <비둘기 기자들>, <해피버쓰데이, 섬집 아기> 등의 작품이었다. 이 여섯 편은 완성도에 있어서나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소설적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응모작의 태반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이십대의 무의미한 일상과 방황을 다루고 있는 데 비해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해석하려는 태도가 엿보이는 작품들이어서 호감이 갔다.

 

이번 심사에서 <비둘기 기자들>이라는 작품을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이 작품은 사찰과 감청, 도청 등 우리 사회에 흔한 감시의 억압을 ‘데일리 트루스’라는 매체의 기자 입을 빌어 유쾌한 스타일로 전달하고 있다. 길거리의 흔하디 흔한, 그래서 불쾌감을 선사하는 비둘기에게 감시자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무감해진 감시의 일상성을 통렬하게 비웃는다. 더불어 각종 인터넷 매체에서의 수명 짧은 기사들의 생산 방식과 진실과 상관없이 여론 몰이에 집중하는 대중의 시선, 그것을 악용하는 언론사의 횡포 등을 작품 내부로 잘 안착시켰다. 시종 유쾌하고 신랄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사건의 당사자인 기자의 시선을 놓지 않음으로써 이것이 정치적이고 신랄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외로운 투쟁에 놓인 한 인간에 대한 관찰기임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남자의 시계>라는 작품도 흥미로웠다. 화장실에서 시계가 든 상자를 발견한 후, 그 시계를 무심코 손목에 찼다가 시간과 속도, 효율성의 문제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시대적 징후를 담보한 개인이라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주인공이 벗어놓은 시계를 다른 누군가 손목에 차면서 끝나는 이 작품의 결말은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의 역할이나 지위, 위치 같은 것을 되물림 받으며, 영속되는 순환의 일부일 뿐이라는 통찰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높은 완성도는 칭찬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기시감이 강하고 작가 특유의 개성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가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당선자들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축하 인사를 전한다.

 

  편혜영.jpg신수정.jpg 

 

편혜영(문예창작학과) 교수, 신수정(문예창작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