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선거 혁명, 민주화를 기대한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지난 8일 25년 만에 치러진 자유로운 총선에서 승리했다. 미얀마 군부의 유력 인물인 육군참모총장이 승리를 축하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곧 수치 여사를 만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총선 정국이 안정화되고 있다.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인 NLD는 이번 총선에서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위한 67% 이상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상하 양원의 664석 가운데 4분의 1은 군부의 몫이다. 소수민족의 저항으로 선거를 치르지 못하는 지역을 제외한 총 490여개 의석 중 NLD가 70% 가량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여론의 바로미터인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NLD가 하원 45석 중 44석과 상원 12석 모두를 차지하였다.
미얀마는 1962년 네 윈 육군사령관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반세기 이상 독재를 유지해왔으며 수치 여사는 27년 간의 가택 연금 등 온갖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민주화 운동을 주도해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으로 유명하다. 1991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1990년 총선에서는 NLD가 압승했지만 군부는 선거결과를 무효화했고 2010년 총선에서는 NLD의 참여 거부를 유도해 여당은 정권을 유지하였다.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가 자동적으로 민주주의 정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비록 야당이 의회를 장악했지만 내년 2월로 예정된 차기 대통령 선거는 군부 세력인 여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석의 25%를 보장받은 여당이 주요 부처 장관은 물론 유사시 정부 통제권을 이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영국 국적의 아들을 가진 수치 여사가 개헌이 없이는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얀마 헌법에 외국 국적의 배우자나 자녀를 둔 국민은 대통령으로 출마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제3의 물결 이후 거의 3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미얀마 국민과 국제사회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어떠한 시도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미얀마는 인구 5천만 명 이상을 가진 자원 부국으로 최근 고속성장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 미얀마의 4대 투자국가로 양국은 상호 국익을 위해 향후 활발히 교류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