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성 vs 다양성
정부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는 5일에는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가 있을 예정이다. 지난 2010년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검정 전환과 2011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전환 이후 약 6년 만에 회귀다.
사실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보수 언론마저도 완곡하게 혹은 직접적으로 반대한 사항이다. 지금의 교과서가 불만족스럽더라도 국정화가 그 대안일 순 없다는 생각은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 사이에도 많았다. 민간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검인정도서와 달리 국정도서는 정부가 선택한 단 하나의 관점만이 교육에 반영돼 획일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가치관이 교육에 투영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찍이 헌법재판소는 1992년에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를,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함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유엔 역시 마찬가지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유엔은 파리다 샤히드(Farida Shaheed)의 보고서를 통해 ‘국가가 후원하는 교과서는 매우 정치화되어 있을 위험이 있고 단일한 역사 교과서만을 유지하는 것은 하나의 내러티브가 다른 시각들을 독점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역사학자는 물론 역사를 직접 가르치는 중고등학교 교사와 이를 배우는 학생들조차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뜻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이 모든 반대와 신중론을 뒤로 하고, 자신이 국정화의 주역이며 돌아설 생각이 없음을 공표했다. 친박계 새누리당 지도부의 ‘종북 공세’ 또한 교육부의 확정고시를 앞두고 막판 여론 뒤집기를 위해 ‘이념몰이’를 하는 편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현재의 국정화 사태를 ‘보수 대 진보’의 진영 싸움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애초 보수와 진보의 다툼일 수 없는 일을 억지 진영 싸움으로 끌고 가려는 안간힘이다. 이는 ‘전체주의 대 민주주의’의 프레임이자 ‘획일성 대 다양성’의 대립이다. 상식과 비상식, 미래와 퇴행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