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는 대학생, ‘빛을 잃은 진리의 상아탑’
상태바
책을 읽지 않는 대학생, ‘빛을 잃은 진리의 상아탑’
  • 박지민
  • 승인 2015.05.21 22: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를 통한 진정한 지식습득의 중요성

2014년 OECD 통계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육 이수율은 66%로, OECD 국가들 중 1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국가인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가운데 1인당 독서량이 연평균 10.9권으로 가장 낮은 순위인 34위이다.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의 상아탑은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근래의 대학들은 상아탑을 쌓아야 하는 본질을 잃고 그저 취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듯하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쌓고 싶은 지식이 아닌 학점을 좀 더 잘 받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는 과목을 신청하기에 바쁘다. 그 결과, 대학생들은 점점 독서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며, 독서를 수업을 듣기 위한 도구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학생들은 과제를 하기 위하여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책을 펼치는 대신 인터넷에서 찾은 요약본을 훑기에 급급하다. 이렇게 필요에 의해 잠깐 받아들여진 정보들은 소위 ‘얕은 지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얕은 지식은 잘못된 판단이나 전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대학생들은 여전히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듯하다.

이에 본지는 대학생 독서율이 낮은 원인을 알아보고, 전문가를 인터뷰해 독서 증진을 위해 대학생과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알아본다.

 

빛을 잃어버린 ‘책’

미국의 대 실업가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대학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대학은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온전한 인간을 배출해 달라. 단순한 기술자는 기술연수교육 6개월이면 배출 가능하다’라며 독서가 부진하고 취업에만 치중하는 대학생과, 부실한 교양지식을 지적하였다. 이는 지성의 장이어야 할 대학이 단순히 취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는 예를 잘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정보산업 발달로 인하여 이른바 인터넷 도서관이나 E-book, 또는 전자논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고, 책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흐름에 맞게 최근의 대학생들은 시험을 치르기 위하여 학내 서점에서 필요한 전공서적만을 구입하여 시험기간에만 책을 펼치거나, 그마저도 돈이 아까워 E-book을 구입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하곤 한다.

이렇게 종이 책은 자기 통찰과 가치관 성립, 또는 지식 전달이라는 본래의 중대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그저 잠깐의 필요성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되는 물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학생 독서부진의 원인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경성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박정길 교수(이하 박 교수)는 ‘대학생 독서부진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현재 대학교육내용과 교육 방법을 분석, 평가해 본다면 반드시 이수되고 전수되어야 할 내용들은 제외되고 있거나 약화되고 있으며, 지엽적 단편지식이나 외국 원전 번역, 비실사구시적 학문 활동의 병폐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으며 인문학적 가치가 높은 일부 과목의 폐강 사태는 안타까울 지경이다’라며 대학이 본질을 잃고 있음을 비판했다. 그는 ‘대학도서관은 취업준비 학습, 고시 준비에 열중인 학생들로 가득 차 있고, 학과의 인기도는 취업률의 과다에 연관되며, 학과 선택 기준은 취업 가능성에 좌우된다’며 대학을 거대한 취업 학원으로 비유하였다.

그렇다면 실제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독서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타대학 학생과 우리대학 학우를 각각 대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강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황가영(생화학과 13, 이하 황 학생) 학생은 학기 중에 책을 접할 기회가 자주 없다고 말했다. 황 학생은 “학기 중에는 중간시험과 과제가 많다보니 책을 따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방학기간에 주로 독서를 하게 되는데, 학기 중에는 독서를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우리대학 김덕현(정외 14, 이하 김 학우)학우는 “이번 학기 수업이 전반적으로 유인물을 활용하는 커리큘럼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특별히 전공서적이나 수업에 필요한 책을 따로 구입하지 않았다”며 “과제도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지식을 얻기 보다는 편리하게 인터넷에서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검색하는 것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학우는 자신의 경우 말고도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에 있어서 “종이 책 대신 다른 매체가 다양해져서 편리성에 원인이 많은 것 같다”라며 “자신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나 독서 말고도 다양한 자극적인 매체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지금까지의 전문가와 학생들의 인터뷰를 정리해보자면, 앞서 박 교수가 말했듯 현재 대학의 실상과 분위기, 대학생들이 당면한 현실적 상황과 사회적 제반 때문에 대학생들의 자발적 독서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만의 독서 철학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책에 매력을 느껴 열심히 읽는 대학생들도 있다. 평소 책을 꾸준히 주 1~2권 읽고 있다는 김가영(국통 12, 이하 김 학우)학우는 전공서적 이외에도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즐겨 읽는다고 말했다. 김 학우는 “공부를 위한 책 이외에도 따로 시간을 할애해서 책을 읽는다”며 책을 읽으면 좋은 점에 대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하여 읽게 되는데, 작가에 따라 다르게 가진 어휘나 표현들을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독서활동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지식이 받아들여지게 되고, 후에 글쓰기 활동이나 기초적 교양을 쌓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며 독서의 장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책을 읽음으로써 순간적 필요에 의한 단편 지식을 쌓는 대신 삶의 지혜를 경험하는 것이 책의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책이 가진 이점으로 홍소라(문창 15, 이하 홍 학우)학우는 흥미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홍 학우는 “책을 읽지 않으면 우리가 가진 선입견이 그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서 공산주의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정확히 공산주의의 개념을 확립한 후에 실현 가능성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 한국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역사와 정치 배경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떠한 대상에 대한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비판하는 것이랑 무지한 상태에서 비판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하며 “이런 문제 제기에 익숙해지면서 놓칠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는 비판의식을 독서를 통해 기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리더십연구소장 김태흥(이하 김 소장)은 “현재 대학생들의 독서량이 저조해진 것은 사실이다”라며 “사회적 분위기나 시대에 상황에 따라 독서 인식이 많이 변화했기 때문에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독서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소장은 “무엇보다도 대학생들이 스스로 독서 철학에 대한 인식이 깨어있어야 한다”며 “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책은 다른 어떠한 매체가 가질 수 없는 감동이나 지적희열 등의 인문학적 힘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독서량의 증진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독서량 증진, 우리 모두 노력해야...

영국의 비평가 겸 역사가 토마스 칼라일은 이렇게 말했다. ‘책 속에 과거의 모든 마음이 잠자고 있다. 오늘의 참다운 대학의 목적은 잠자고 있는 책을 일깨우는 데 있다.’ 그는 대학의 목적이 학생들이 모여 책을 깊이 통찰하고 토론하며, 진정한 지식을 쌓는데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13년 문화일보에서 예진수 기자는 “독서 수준이 생각과 대화의 수준을 결정한다”며 “오늘의 독서력이 내일의 국력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의미있고 재미있는 영화의 콘텐츠는 책에서 나오며, 사물의 이면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은 책을 읽어내는 힘으로 키워진다”고 말하며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서를 하게 되면, 보다 명확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됨으로써 앞으로의 학문에서나 인생에서 지혜롭게 그 지식을 접목시킬 수 있다. 따라서 대학생은 독서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고 대학은 대학의 목적에 맞게 독서문화를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독서가 꼭 필요한 인문학 강의 증설이 요구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