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철화삼산문산뢰白瓷鐵畵三山紋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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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철화삼산문산뢰白瓷鐵畵三山紋山?
  • 최홍
  • 승인 2011.09.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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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철화삼산문산뢰白瓷鐵畵三山紋山?

요즘 금값 상승이 연일 화제이다. 금뿐만이 아니라 은이나 구리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불안하면 공급이 한정된 광물자원이 아무래도 힘을 가지게 되는가 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의 건국이 고려 말의 정치적ㆍ경제적 불안 상황을 일거에 해결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조선시대 초기의 기록을 보면 금이나 은ㆍ구리 등의 생산에 대한 통제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온다. 명나라의 조공요구를 무마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으나 생산량에 비해 수요가 많아서 생긴 품귀현상으로 기록되어 있다. 때문에 본래는 금속으로 제작해야 할 것을 다른 재료로 만들라는 지시도 있었다. 이는 유교를 표방했던 조선에서 공공제례에 사용하는 제기를 금속이 아닌 자기로 하라는 국가의 지시에서 잘 나타난다.
이러한 배경에서 제작되었던 도자 제기는 최근 발굴조사나 전세된 유물로 확인되고 있다. 그 중 용인 양지에서 출토된 도자제기 일괄품이 우리대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학계의 주목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그 도자제기 중 하나인 ‘백자철화삼산문산뢰’를 소개한다. 산뢰는 공공제례에서 술을 담는 그릇으로 사계절 모두 사용하며, 찬실도(饌實圖)에서 현주(玄酒 맑은 물)와 청주(淸酒 제례 때 올리는 가장 맑은술)를 담는 그릇으로 나온다.
산뢰(山?)라는 명칭에 대해 <세종실록> 「오례」 ‘제기도설’에서는  “<예서禮書>에 이르기를, 산뢰는 산준(山尊)이다. 준(尊)에 그림을 그리고 새겨 산에 구름이 있는 형상을 만든다. 뇌(?)라 부르는 것은, 구름과 우레가 넓게 퍼지는 것이 마치 임금이 아래로 신하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과 같다는 뜻을 취한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중요한 공공의식에 사용되는 그릇인 만큼 생김새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았던 것이다.
이 유물의 형태에 대해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어깨가 강조된 긴 항아리 모양이며, 산뢰의 특징인 산 모양을 철화로 그려내고 있다. 즉 동체의 어깨부분과 하부에 철화안료로 가로선을 한줄 그리고, 그 위에 크고 거칠게 산 모양을 그렸다. 실록이나 국조오례의 등의 도설에 나온 삼산문을 간략화하여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또한 어깨부분 양편에 요철이 있는 손잡이를 붙였으며, 그 고리는 철화안료로 그려서 대신하였다.
산뢰의 유약은 회백색으로 전면에 걸쳐 고르게 시유했으며, 구연은 안쪽으로 기울었고, 저부는 살짝 벌어지다가 끝단을 모줄임하였다. 번조받침으로 모래를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좀 더 앞선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미술관 소장 ‘백자청화철화삼산문산뢰’가 제기도설의 내용을 충실히 표현한 것에 비하면, 우리박물관 소장의 백자산뢰는 형태가 간략화되고 문양도 단순하면서 거칠다. 아무래도 지방에서 제작되어 사용된 탓에 국가차원의 공공제례용에 비해 제작 수준이 떨어지는 까닭이라 추정된다.
이 유물의 또 다른 특징은 동체 중간에 지름 3㎝ 정도의 원형 타격흔이 있는 점이다. 같은 장소에서 함께 수습된 다른 제기 유물에서도 모두 유사한 타격흔이 발견되었다. 이는 공공제례에 사용된 제기를 사용기한이 다되었거나, 혹은 낡아 다시 제작할 때 기존 것을 그냥 버리면 다른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깨뜨려 버린 것이다.
비록 용도를 다해 무참하게 깨진 것을 복원한 백자산뢰지만, 오늘처럼 맑은 가을날, 차가운 현주 한잔을 생각나게 하는 유물이다.

백자철화삼산문산뢰1.jpg

백자철화삼산문산뢰, 높이 39.5㎝ 입지름 13.2㎝ 바닥지름 12.0㎝


필자: 명지대학교 박물관 학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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