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을 보며 불황을 우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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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을 보며 불황을 우려하다
  • 최홍
  • 승인 2011.09.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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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우의 한국경제이야기> 전세난을 보며 불황을 우려하다

전세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부동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저 갖고만 있어도 몇 배, 몇 십 배의 이익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수익 구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전세 제도가 질기게 유지되었다. 가령 내가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얻고 싶다고 가정하자. 내가 가진 돈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은행 융자를 받아 이를 메우게 된다. 이를 레버리지(지렛대, 빚)라고 하는데 전세금은 매우 유용한 레버리지의 기능을 한다. 큰 목돈을 무이자로 빌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효과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야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경기가 대세 하락기에 들어가자 여기저기 약한 고리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부동산PF, 저축은행, 하우스푸어, 뉴타운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전세난은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과 가장 하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하중을 떠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과거에 전세를 놓아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은행 이자보다 높은 월세로 전환한 것이다. 
향후 얼마간 우리는 고통스러운 전세난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주택 공급은 중대형 위주로 되어 있는 반면 정작 전세가 필요한 수요층은 1억 원 안팎의 중소형 주택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세난의 해법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가 넘는다. 문제는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극심한 소유의 불평등이다. 2003년 당시 1가구 다주택자는 총 276만가구이고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814만 채이다. 한편 1가구 1주택 자는 556만 가구이고 841만가구가 무주택자이다. 이 중 자기가 거주하는 집과 자기 집이 있되 여러 가지 이유로 전ㆍ월세를 사는 사람을 제외하고 사회적 통념상 투기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비거주용 주택은 대략 373만~538만 채이다.(손낙구의 <부동산 계급사회> 중) 향후 전세난은 위 비거주용 주택 중 일부가 임대용 주택으로 전환되고, 신규 중소형 주택이 건설되면서 해결될 것이다. 문제는 그 방향이다.
우리나라는 묘하게 일본 사회가 걸었던 길을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일본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고 장기 불황이 시작되면서 일본 청년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저임금을 받고 일을 한다. 당연히 제대로 된 집을 구할 수 없고 수십만 원 이상의 비용을 치러가며 고시원 같은 공간에서 살 수밖에 없다.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도 이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전세난 해결의 유력한 방도로 민간임대 사업 활성화를 택하고 있고 대기업도 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 불황에 직면했던 일본에서 2000년대 융성했던 사업이 바로 부동산 임대업이다.(현대경제연구원의 <전세의 월세화 추이 및 대응과제> 중)
물론 다른 길은 있다. 그다지 힘든 일도 아니다. 수백 만 채에 달하는 비거주용 주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늘리고 미분양된 아파트, 경매 처분된 빌라 등을 사들여 공공임대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런 수준의 조치만으로도 구매력이 부족한 청년들, 고령자들은 싼 가격에 쾌적한 소형 주택에 살 수 있고, 괴물처럼 부풀어 올랐던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연쇄적인 파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모든 문제에 때가 있듯이 작금의 전세난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변화를 요구하는 극적인 시점으로 접어들었다.   

필자: 민경우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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