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시민들의 희망을 싣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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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시민들의 희망을 싣고 달린다
  • 최홍
  • 승인 2011.09.01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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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2011년의 새로운 사회운동을 상징하다

아이콘) 희망버스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부릉부릉, 희망버스를 움직이는 사람들
대학생부터 뮤지션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지난달 27일 오후 6시, 광화문거리에서 흥겨운 사물놀이가 울려 퍼졌다. 사물놀이패는 장구와 꽹과리, 북 등을 치면서 행진했고, 그 뒤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들이 종이로 만든 배를 머리에 쓰고 춤을 췄다. 거리에서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즐비했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만연했다. 4차 희망버스 행사는 말 그대로 ‘축제’ 그 자체였다.

다양한 시민들과 연대하는 희망버스
김영복(45) 씨는 온 가족이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그늘 아래에서 돗자리를 펴고 남편과 다섯 살ㆍ아홉 살 난 아들을 데리고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마치 가족 피크닉을 나온 것처럼 단란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며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희망버스 행사를 기억하고 정의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영복 씨는 한진 중공업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가족의 문제와 결부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돼야, 가정이 행복해지고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부당한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효선(30) 씨 역시 2차 희망버스 때부터 줄곧 희망버스에 참여했다. 그는 우연히 한진 중공업 사태를 알게 된 후, ‘이건 아니다’라고 느껴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희망버스를 통해서 공동체와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정부의 강경한 대처에도 많은 시민들이 평화롭게 희망버스에 참여하고 있다”며 “다 같이 즐기며 연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정명화(25) 씨는 포이동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용역업체들이 포이동의 건문들을 모두 강제철거하면서 공부방도 철거되고 말았다. 공부방의 아이들은 공부할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채 쫓겨났다. 그때부터 정명화 씨는 다양한 인권활동이나 사회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음식과 집, 그리고 교육과 같은 기본적인 인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희망버스에 참여했다”며 “돈으로만 환원되는 세상이 아닌, 모두가 평등하게 가족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의 음악으로 희망을 주고 싶다”
희망버스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엿볼 수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노동자의 희망을 상징하는 소금꽃을 함께 그리기도 했으며,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어 함께 나눠먹기도 했다. 그 중에 기타연주를 통해서 희망버스 행사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다. 손홍일(45) 씨는 평소 해고노동자 자녀의 학비를 지원하기 위해 명동에서 거리공연을 진행한다. 그는 “음악을 통해 약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위해서 ‘재즈’, ‘락앤롤’, ‘아리랑’ 등 다양한 음악을 공연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고 함께 즐기며 시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버스를 통해 무엇보다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손홍일 씨는 “나라가 튼튼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이 많아야 한다”며 “희망버스와 같은 성숙한 시민문화가 많이 발전하여 양극화가 사라지고 평등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홍일 씨와 함께 듀엣으로 음악공연을 하는 류근신(45) 씨 역시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을 지지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참여했다. 그는 “나의 노래로써 김진숙 지도위원을 도와주고 싶다”며 “더불어 시민들이 내 노래를 통해 희망버스를 함께 공감하고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류근신 씨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길 바란다”며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것에 대해 걱정 않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바라보는 따뜻한 사회
희망버스 행사 곳곳에서는 대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희대학교 이은혜(언론정보학과 05) 학생은 “희망버스는 새로운 시민운동의 형태라고 생각한다”며 “재기발랄하고 재밌는 모습이 돋보여 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특히 희망버스를 통해 잘 모르는 시민들끼리도 연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희망버스 참여를 통해 대학생들 역시 비정규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느꼈다. 이은혜 학생은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과 관련된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대학생들도 사회 구성원으로써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부총학생회장 김지영(철학과 09) 학생도 “즐기면서 한다는 점에서 시위문화의 새로운 면을 보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특히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함으로써 다시 한번 시민의 힘을 보았다”며 “희망버스와 같은 시민활동이 많아짐으로써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학생들은 준사회인”이라며 “대학생들이 사회의 지성인으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사회 현안에 대해 관심갖고 고민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이콘) 희망버스의 사회ㆍ문화성를 알아보다
희망버스는 사회에 무엇을 남겼나
수평적 네트워크 통해 시민 사회운동 형성해

희망버스라는 새로운 시민 사회운동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희망버스는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과거 사회운동과는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희망버스의 운동 형식과 양상, 시민 참가자들의 특징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해보았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이하 신 교수)는 “희망버스는 21세기 한국 사회운동의 새로운 주기 속에서 생겨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사회는 2002년, 2004년, 2008년 세 차례에 걸친 대규모 촛불집회를 경험했고, 특히 이명박 정부 하에서 촛불집회는 새로운 사회운동 수단이자 의례로서 일반화 되었다. 그 특징 중의 하나는 전문화된 특정 의제부문의 사회운동조직(노동, 여성, 환경, 평화, 통일 등)에 속하지 않은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시민이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이하 전 교수)는 “80년대에는 희망버스와 같이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운동은 없었다”며 “오히려 과거의 사회운동은 조직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따로 참여할 필요 없이, 모든 사회운동은 해당 관련조직이 맡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해당 관련조직이 약화되면서, 조직들이 직접 진행하는 사회운동이 아닌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역 시민운동이 강화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SNS를 통한 수평적 네트워크
시민들은 일상의 물밑네트워크(이탈리아의 사회학자 알베르토 멜루치의 개념)에서 여론을 형성하다가, 특정 이슈가 공론장에 부상하면 다양한 행동을 통해 대규모의 저항 네트워크를 만들어낸다. 신 교수는 “조직되지 않은 시민들이 특정 단일이슈를 중심으로 느슨하지만 유연하고 폭넓은 저항공동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며 “희망버스는 이러한 한국 사회운동의 새로운 주기를 반영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물밑 네트워크를 통해 여론을 빠르게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SNS 확산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과거 사회운동이 조직 안에서 상명하달의 형태였지만, 현재는 SNS으로 통한 풀뿌리 시민들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 형태”라고 말했다. 이러한 수평적 네트워크로 인해서 시민과 사회운동의 구분이 없어지게 되고, 노동운동은 이제까지 자신들과 다른 낯선 세계라고 생각했던 네트워크형 시민 사회활동과 만나게 됐다.

문화적 창조와 사회운동
사회운동에서 보이는 다양한 문화행사 역시 ‘수평적 네트워크’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대로 하는 ‘상명하달’의 네트워크는 대의명분에 의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엄하고 엄숙하다”며 “하지만 2000년도 이후부터는 수평적 네트워크가 활발해지면서 자발적 참여와 창의적 운동을 중점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1980년대에도 풍물패, 연극운동, 문예운동, 민중가요, 등 다양한 문화적 창작물들을 집회 또는 사회운동 현장에서 공유하고 향유했다. 그럼에도 80년대와 현재의 문화시위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신 교수는 “사회운동 전반의 변화에 상응 하에 문화적 창조의 생산자가 과거에 비해 무척 다양하고 개인화했고, 그만큼 문화적 풍경이 다채로워졌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한국 사회운동의 새로운 양상은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신 교수는 “현대의 문화시위의 강점은 많은 시민들을 더 쉽게 참여의 장으로 초대할 수 있고, 그만큼 전체 사회의 여론에 큰 영향을, 빠른 시간 내에 미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운동권과 그 타자들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느슨한 네트워크 안에서 폭넓은 동의의 기반이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약점에 대해 그는 “조직운동과 달리 휘발성이 커서 지속적인 집단적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여론을 통한 영향이 정치이외의 압력수단과 협상력을 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신 교수는 “이런 성격의 시민행동은 많은 경우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중간계급이 다수이기 때문에, 정치참여에서의 계층적 불평등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홍 기자 g2430@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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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4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행진도중 비눗방울을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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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무대공연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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