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우주에 단 하나의 물체만 있다면 이 물체는 일정한 속도로 운동하거나 정지해 있어야 한다. 물체에 영향을 주는 다른 존재가 하나도 없으니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당연히 ‘0’이다. 이 경우 정지해 있던 물체는 정지해 있어야 하고, 등속으로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같은 속도로 운동해야 한다. 고등학생도 아는 뉴턴의 제1법칙, 즉 관성의 법칙이다. 난데없이 웬 교과서 같은 얘기? 조금만 참아보시라.
하지만 물체가 하나 더 생기면 상황이 급변한다. 두 물체 사이에 중력이 작용하며 서로를 당기기 시작한다. 이제 두 물체는 지구-달과 같은 타원운동을 할 수 있다. 또한 물체들이 갖는 초기 속도에 따라 포물선이나 쌍곡선 같이 다양한 운동도 가능해진다. 힘은 두 물체가 주고받는 것이다. 물체 하나만 가지고는 힘을 만들 수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힘에 있어 두 물체의 지분은 완전히 똑같다. 지구는 나보다 100,000,000,000,000,000,000,000배나 무겁지만, 지구가 나를 당기는 힘의 크기는 내가 지구를 당기는 힘의 크기와 같다! 이를 뉴턴의 제3법칙이라 부른다. 힘은 ‘관계’에서 오는 것이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일방적으로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물체가 하나 더 늘어 3개로 되면 이젠 그 복잡함이 도를 넘어선다. 혼돈, 그러니까 ‘카오스’현상은 서로 중력으로 당기는 물체가 3개 이상 존재 하면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20세기 벽두, 삼체(三體)문제를 연구한 프랑스 수학자 ‘포앙카레’가 얻은 결론이다. 삼각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일으키는 과학적 근거라고나 할까. 카오스가 일어나면 운동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지며 무질서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 나비만 카오스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물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숫자를 세기도 한다. 하나, 둘, 으음- 너무 많다.
TED는 Technology(기술), Entertainment(오락), Design(디자인)의 앞 글자를 모은 것으로 새로운 아이디어 대한 강연회를 개최하는 재단이다. 강연의 동영상이 웹사이트(www.ted.com)에 올라있는데, 짧지만 영감을 주는 내용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2월에 발표된 ‘데렉 시버스’의 ‘운동이 시작되는 방법How to start a movement’은 단 3분에 불과한 강연이지만 필자는 이것을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공원에서 한 남자가 일어나 웃통을 벗은 채 춤을 추기 시작한다. 주변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누워있는 좀 난감한 상황이지만, 이 남자는 개의치 않고 열심히 춤을 춘다. 얼마 후 다른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웃통을 벗은 남자는 반갑게 맞아주며 함께 신나게 춤을 춘다. 이어서 세 번째 사람이 와서는 자기 친구들을 손짓하여 부른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사람. 결국 공원의 모든 사람들이 춤의 대열에 합류한다.
분명 사람들은 처음 춤을 추기 시작한 남자를 영웅이라 부를 것이다. 하지만 시버스의 생각은 다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첫 번째 남자를 따라 춤을 추기 시작한 두 번째 사람이다. 두 번째 사람이 없었으면 첫 번째 남자는 그냥 바보가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이 용기를 내어 바보의 대열에 합류했을 때, 춤은 그냥 미친 짓이 아닌 의미를 가진 행위가 된 것이다. 이제 세 번째 사람은 훨씬 적은 용기로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으며, 세 명이 되면 이것은 하나의 운동으로 발전한다.
하나의 물체는 홀로 힘을 만들 수 없다. 두 번째 물체가 존재할 때 비로소 첫 번째 물체의 단조로운 운동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세 번째 물체가 나타나면 세상은 이미 혼돈으로 가득해지고 운동은 복잡함으로 충만해진다.
시버스의 결론을 들어보자. 혼자서 외로이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일을 하는 두 번째 사람이 되라. 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당신이 그 사람을 그냥 무시해버리면 그 사람은 바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함께 일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것은 운동이 된다.
필자: 부산대학교 물리교육학과 김상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