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인의 그릇- 빗살무늬토기
상태바
신석기인의 그릇- 빗살무늬토기
  • 최홍
  • 승인 2011.05.11 1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석기인의 그릇- 빗살무늬토기

신석기인의 그릇- 빗살무늬토기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빗살무늬토기라는 용어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유물로 국사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주로 즐문토기(櫛紋土器)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이제는 “그릇의 표면에 빗살 같은 무늬새기개로 누르거나 그어서 점ㆍ선ㆍ동그라미 등의 문양을 새긴 토기”라는 의미로 빗살무늬토기라 호칭한다. 이런 빗살무늬토기의 기본 문양은 점과 선이며, 선도 곡선보다 직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빗살무늬토기는 한반도 전역에서 출토되고 있는데 그릇 모양과 문양에서 같은 신석기시대 토기인 융기문토기보다 지역적 특색이 강하게 나타난다. 즉 한반도 중서부와 남부지방은 바닥이 뾰족한 토기가 대부분이고, 함경도 등 동북부와 서북지방에서는 평평한 바닥의 토기가 주로 발견되고 있다. 이를 학계에서는 첨저토기문화권(尖底土器文化圈)과 평저토기문화권(平底土器文化圈)으로 각각 구분한다.

토기.jpg

빗살무늬토기
입지름 23.5cm 높이 32cm

그 중 중서부지방 빗살무늬토기의 특징은 그릇 입부분이 바로서고, 그 바닥이 뾰족하거나 둥글어서 전체적인 모양이 포탄형이다. 연구자들은 그릇 외면에 새겨진 문양의 구성에 따라 그 제작시기를 구분하기도 한다. 신석기시대 전기에는 그릇 주로 외면 전체를 세부분으로 나누어 서로 구별되는 문양이 새겨졌다. 그릇의 입부분에는 짧은 빗금이나 열 지은 점을 찍어 새기고, 중간 몸통에는 세로방향의 생선뼈무늬를 그어 새기며, 하단에는 가로 방향의 빗금을 새겼다. 이번에 소개하는 우리 박물관 소장품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신석기시대 후기로 가면서 그릇 외면의 문양이 점차 생략되거나 단일화 경향이 두드러진다. 또 무늬를 새기는 기법도 거칠고 문양의 전체 구성도 엉성해진다.
사진속의 유물은 우리 박물관에서 중부서해안과 섬지역을 탐사하던 중, 시흥시 오이도의 조개무지에서 찾아낸 것이다. 깨진 상태로 채집한 것을 복원한 것으로 토기의 표면은 어두운 회색이며, 모래알갱이가 섞인 점토질로 만들어졌다. 그릇 전체적인 모습은 포탄형이며, 외면 전체에 3단으로 구분되는 문양이 베풀어졌다. 이런 문양구성의 토기는 서울 암사동이나 미사리 유적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우리 박물관이 중부서해안지역에서 문양이 3단으로 구분된 이 유물을 학계에서는 최초로 찾음으로 이 지역 유적의 편년이 보다 위로 일부 조정되었고, 암사동 등 중부내륙지방의 신석기문화가 서해안지방까지 연결되었음이 입증되었다.
인류에게 토기의 등장은 생활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구석기시대의 채집ㆍ수렵을 하며 이동하던 생활에서 농경의 시작과 정착생활에 따라 곡식을 저장하거나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토제 그릇이 필요해진 것이다. 현재 관점에서 토기는 하찮을 수 있지만, 신석기시대에는 토기제작 자체가 최첨단 기술이었다. 이런 귀중한 토기에 아무 의미 없는 단순한 문양을 새기진 않았을 것이다. 문자가 없던 시기에는 무늬가 일종의 언어이고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빗살무늬토기의 빗금모양의 문양을 머리빗모양의 단순한 ‘빗살’이 아니라 태양을 상징하는 ‘빛살’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지금처럼 제대로 된 집도, 조명도 없는 신석기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춥고 어두운 밤을 보내고 나면, 다시 떠올라 생명을 이어주는 태양과 그 따스한 햇살을 고대인들은 신(神)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이 유물에 새겨진 빛살 문양은 태양의 혜택을 그릇에 영원히 간직하고픈 염원을 표현한 조형문자가 아닐지 상상해 본다.

명지대학교 박물관 학예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