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담담하고 애잔하게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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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담담하고 애잔하게 노래한다
  • 최홍
  • 승인 2011.04.1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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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담담하고 애잔하게 노래한다

아이콘) 집중조명- 가수 故김광석 15주년
당신의 인생을 담담하고 애잔하게 노래한다
포크 음악의 대명사 故김광석 동문을 조명하다

우리대학 82학번인 故김광석 동문(경영학 82, 이하 김 동문)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15주년이 되었다. 김 동문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 ‘동물원’ 등에서 그룹으로 활동을 하다가 1989년 10월, 솔로로 데뷔하여 첫 음반을 발매했으며 이후 1994년에 마지막 정규 음반인 4집을 발표하였다. 그는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일어나>, <이등병의 편지>, <거리에서> 등의 노래를 부르면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그의 노래 <서른 즈음에>는 삶의 한 단면이 잘 드러나 있어, 음악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노랫말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수 故김광석 동문이 지나온 삶과 음악세계, 본지가 재조명해 보았다.

삶의 애환이 담긴 가수
어린 시절 그는 가난하고 불우했다. 대구에서 살았을 때 그의 집안형편은 나날이 기울었다. 한번은 집 마당이 넓은 편이라 방 한 칸을 더 들여 세를 놓기로 했다. 공사할 돈이 없어 어머니ㆍ아버지ㆍ김 동문 셋이서 직접 공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김 동문은 트럭이 그 방을 허물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무허가 건축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창신동에서 셋방살이를 할 때에도 김 동문은 주인집 눈치 보느라 늘 발뒤꿈치를 들고 고양이처럼 걸어 다녔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때 현악반ㆍ합창반ㆍ밴드부를 누비고 다녔지만 가정형편상 음악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군대에서 세상을 떠난 맏형이 사준 라디오가 귀를 훈련시키는 유일한 ‘스승’이었다고 한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혼자 노래책을 보고 있었다. <못생긴 얼굴>, <야근>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는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당시 김 동문은 ‘이게 진짜노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자연스레 노래 운동하는 선배들과도 어울리게 됐다. 그때 당시 김 동문은 ‘이런 노래를 하면서 살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단순히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는 삶과 사람에 대해 애정이 많은 ‘김광석’이라는 인간을 낳게 했다. 故김광석 팬클럽인 ‘둥근소리’의 회원이자, 당시 김 동문과 아는 사이였던 김석연 씨(이하 김 씨)는 “김광석 형은 인간적이고 진솔한 가수였고, 형이 없던 나에게 힘들고 지칠 때 위안이 됐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 동문은 항상 노래를 진행하기에 앞서, 자신의 삶에 대해 조근조근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김 씨는 “광석이 형이 들려주던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많은 공감이 됐다”며 “이야기할 때마다 고민을 털어놓고 싶게 된다”고 전했다. ‘둥근소리’의 운영자 양성연 씨(이하 양 씨)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함과 동시에 우리의 이야기를 해준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서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동문은 다른 연예인보다 소탈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광석이 형은 내성적이었지만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음악으로 ‘관계’를 이야기하다
김 동문은 우리나라 포크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던 가수다. 그는 6ㆍ70년대 포크음악을 잇는 90년대의 대표적인 포크 가수였다. 하지만 김 동문의 추구했던 포크음악은 이전까지 전해져왔던 포크음악과는 달랐다. 사회적 억압이 심했던 당시의 상황을 음악에 반영했으며,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대중들과 소통하려고 했다. 더불어 그는 개인적으로 1000회 기념공연을 개최할 정도로 쉬지 않고 관객과 호흡하는 가수였다. 故김광석 팬클럽인 ‘김광석 매니아’의 운영자인 한규호 씨(이하 한 씨)는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요즈음 노래와는 다르다”며 “진정성이 묻어나는 노래”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 동문은 음악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었을까. 당시에 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1992년 잡지의 한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의 관계’를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고, 한없이 간단하고 쉬워보여도 어려운, 절망적이기까지 한 관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사람의 소리와 가장 닮은 포크음악을 추구했다. 또한 김 동문은 가사에 비중을 두는 음악가였기 때문에 정확한 가사전달이 요구되는 포크음악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동문은 90년대 당시 전자음악이 판치던 시대에서 기타반주 하나로 당시 대중들의 감성을 흔들어 놓았다. 한 씨는 “김광석은 음악을 통해 인생을 노래하는, 그리고 사회비판도 할 줄 아는 진정한 음유시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신세대 가요를 비판했다고 한다. 그는 쉽게 쏟아져 나오는, 진정성 없는 노래들을 금방 소모되고 마는 것으로 여겼다. 반면에 그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대중들과 호흡하는 것을 추구했다. 한 씨는 “그의 음악은 인간적”이라며 “대중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노래에 담겨있는 ‘진실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낄만한 외로움이나 힘든 삶을 노래한 것이다. 김 씨는 “그의 노래를 들으면 나만 외롭고 힘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다시 한 번 나의 삶에 대해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또 김 동문은 무대에서 노래할 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진행하곤 했다. 이에 양 씨는 “그의 노래는 이야기하듯 소탈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며 “유일하게 팬들과 소통하는 가수”라고 말했다.

1996년 1월 6일 그날 이후
1996년 1월 6일, 김 동문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김 동문의 부인은 “평소에 스스로 음악적 한계를 느껴 우울증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시에는 김광석 형의 죽음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며 “같이 공연을 준비하다가 일어난 일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김광석 팬클럽인 ‘둥근소리’는 당시에 김 동문과 함께 진행했던 음악회 모임이었다. 김 동문은 게스트로 참여하고, ‘둥근소리’ 회원들이 그를 위해 공연을 준비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김 동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음악회는 추모공연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김 씨는 “추모 공연 때, 김광석 형의 <외사랑>이라는 노래를 자주 부르곤 했다”고 말했다. 한번은 김 씨가 어김없이 추모공연을 위해 <외사랑>이라는 노래를 무대에서 부르고 있을 때였다. 객석에서 김 동문의 어린 딸이 공연을 보고 있었다. 김 씨는 “광석이 형의 딸을 보자마자 노래 부르다 말고 화장실로 달려가 울었다”며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와중에 광석이 형의 딸이 쫒아와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광석이 형을 생각하면 항상 슬프다”며 “청춘ㆍ그리움ㆍ추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원고매수: 16.4매
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TIP1. 故김광석 동문을 위한 음악회의 모습
김광석의 음악을 사랑하는 모임인 ‘둥근소리’는 매년 1ㆍ2월에 정기적인 음악회를 개최한다. 1년 이상 활동한 회원들과 가수 ‘동물원’과 ‘풍경’이 함께 공연을 진행한다.
김광석 팬클럽인 ‘김광석 매니아’에서도 故김광석 동문의 기일에 맞춰 매년 추모공연을 열고 있다. 회원들이 같이 공연을 진행하며, 신문이나 인터넷 홍보를 통해 관객들을 모집한다. 티켓을 팔고 남은 수익은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 한편 오는 30일에는 대구에서 ‘김광수 다시부르기 길’이라는 행사를 진행한다. 거리공연을 진행한 뒤, 행사에 참여한 대구 시민들과 함께 뒷풀이도 가질 예정이다.

원고매수: 1.6매
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TIP2. 학우들에게 추천하는 故김광석 동문의 노래들

1. 거리에서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무얼 찾고 있는지
뭐라 말하려 해도 기억하려 하여도
허한 눈길만이 되돌아와요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 버린 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 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

거리에 짙은 어둠이 낙엽처럼 쌓이고
차가운 바람만이 나의 곁을 스치면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옷깃을 세워 걸으며 웃음 지려 하여도
떠나가던 그대의 모습 보일 것 같아
다시 돌아보며 눈물 흘려요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 버린 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 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

거리에 짙은 어둠이 낙엽처럼 쌓이고
차가운 바람만이 나의 곁을 스치면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옷깃을 세워 걸으며 웃음 지려 하여도
떠나가던 그대의 모습 보일 것 같아
다시 돌아보며 눈물 흘려요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 버린 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 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

2.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 부신 곳 그 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 곳으로 가네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 곳으로 가네
나무잎이 손짓하는 곳 그 곳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 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원고매수: 7.5매
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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