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새끼 통구이 요리와 코 키스 여행-1
상태바
낙타 새끼 통구이 요리와 코 키스 여행-1
  • 이재희
  • 승인 2011.04.14 2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낙타 새끼 통구이 요리와 코 키스 여행-1

2011년 2월 23일 오후 2시경 운전 중에 있는 필자에게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주한 카타르 알리 하마드 알마르리 대사가 업무 차 본국에 들어가 있으면서 전화를 한 것이다. 카타르 아우카프 및 이슬람관련부처 장관이 며칠 후면 해외 순방길에 오르게 되니 최소한 27일까지, 또는 가능하면 그 이전에 카타르에 들어와 달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주한 외교관의 모든 업무는 오후 4시쯤이면 종료되고 비자신청 영사업무는 오전에 마감되어 이삼일 걸려야 비자를 받을 수 있는데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카타르 대사관으로 곧장 달려갔다.
퇴근준비를 하던 담당 외교관이 반갑게 맞이하면서 여권과 사진 한 장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매일 여권을 소지하고 다니는 한국인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집으로 달려가 여권과 사진을 준비해 가지고 갔을 때는 이미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비자발급은 물론 항공예약까지 해주었으며 그것도 비즈니스 클래스로 왕복티켓을 구입해 주었다. 1976년 ‘너 정신 나갔니?’라는 꼬리표를 달고 최초 이슬람 여행을 나섰을 때 여권발급에서 비자를 받기까지 두 달 정도 걸렸었는데 이번에는 단 두시간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27일 일요일 새벽 0시 35분 인천공항을 이륙한 카타르 항공은 11시간 비행 후 당일 일요일 새벽 5시 30분경 도하공항에 도착했다. 다음날 28일 공식일정에 들어가기 전에 비공식 만찬에 초대를 받았다. 본국에 들어가 있는 주한 카타르 대사의 안내를 받아 도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방향으로 약 80km 떨어진 카르야나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 집으로 초대를 받은 것이다. 근처에 있는 이슬람 성당에서 저녁예배를 마친 지역 주민 열다섯 명 정도의 아랍인들이 몰려왔고 집주인은 필자에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음식대접은 필자인 손님을 시작으로 오른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예수를 비롯한 예언자들이 즐겼던 ‘타므루’라 불리는 종려나무(일명 대추야자)열매와 낙타 젖에서 갓 짜낸 따뜻한 우유를 시작으로 ‘샤이’라는 홍차가 나왔다. 1976년부터 지금까지 아랍세계와 이슬람세계를 매년 드나들고 있지만 갓 짜낸 낙타 우유를 맛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술 문화가 없고 남녀가 함께 어울리는 이성간의 대중문화가 없다보니 사막에 사는 베두인들은 남자들끼리 만나도 천일야화를 만들어 갈 정도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필자가 아랍어로 그들에게 인사하고 말을 하자 신기했는지 너나 할 것 없이 말을 걸어왔다. 그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묻는 질문은 남한에서 혹은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과 북한의 이슬람에 관한 질문이었다.
대화의 일 막이 끝날 무렵 세 사람의 젊은이가 쌀밥과 어린 낙타구이 한 마리가 통째로 얹어진 큰 쟁반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집 주인의 자녀들이었다. 아랍에서는 낙타 새끼를 통째로 요리하여 대접하는 것이 손님에 대한 큰 대접이라고 그 자리에 있던 한 아랍인이 귀뜸해주었다. 필자는 쟁반에 올려진 낙타 새끼 통구이를 보고만 있어도 금방 배가 불러졌다. 식사 후 ‘마즐리스’라 불리는 사랑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자 사랑방이 남성출입금지 구역인 것처럼 남자 사랑방도 여성출입금지 구역이다. 후식에 해당하는 ‘까흐와’라 불리는 아랍 커피와 달콤한 종려나무 열매가 나왔다. <다음호에 계속>

원고매수: 8.0매
필자: 최영길(아랍지역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