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Frame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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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Frame의 심리학
  • 박세희
  • 승인 2010.11.08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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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Frame의 심리학

담배를 좋아하는 신도가 목사님에게 물었다. “기도하면서 담배를 펴도 되나요?” 그랬더니 목사님 대답은 단호히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를 지켜본 친구가 “담배를 피울 때, 기도 해도 되나요?”라고 바꾸어 물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껄껄껄 웃으시면서 “기도는 아무 때나 가능하다”고 하시더란다. 이 이야기는 똑같은 사건을 단어의 순서만 바꾸어 제시하는 경우 전혀 다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틀 효과Frame effect라고 부른다.

틀 효과의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보험을 권유할 때, 1년에 36만원 납입하면 된다고 설명하는 경우와 하루에 천 원씩만 아끼면 된다고 설명하는 경우 후자가 훨씬 덜 부담을 느끼고 흔쾌히 수락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액수는 같은데 1년이라는 틀을 적용했느냐 아니면 하루라는 틀을 적용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부담을 느끼는 정도가 크게 다르다. ‘하루에 그 정도쯤이야’하며 결정은 흔쾌히 했지만 매월 납입하는 3만 원의 보험료는 그리 녹녹치 않다. 이것과 유사한 사례가 초등학교 때 많이 해본 방학생활계획표 만들기다. 하루의 틀에서 보면 하루 2시간 정도 공부를 하면 방학이 끝날 무렵 간단히 방학숙제가 마무리 되는 것으로 계획이 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이것이 하루의 틀로 계획을 잡는가 아니면 한 달의 틀로 계획을 잡는가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실천도 극적으로 달라진다.

이런 프레임의 효과를 활용하여 마케팅에서 성공한 사례가 바로 ‘펩시’다. 코카콜라에 뒤져 만년 2위인 펩시가 1975년 흥미로운 이벤트를 벌인다. 이른바 ‘펩시 챌린지’로 알려진 행사로 소비자들의 눈을 가리고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맛보게 한 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집어드는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였다. 결과는 매우 흥미롭게 나타났다. 거리, 쇼핑몰, 방송 등에서 실시된 ‘펩시 챌린지’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다 펩시를 선택했다. 펩시콜라는 이 ‘펩시 챌린지’를 TV 광고를 통해 전 세계에 배포했으며, 이와 같은 사실을 적극 홍보했다. 그 결과 1980년대에는 코카콜라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10% 수준으로 줄이고, 2004년 말에는 펩시가 연매출 292억달러를 기록하며 219억달러를 올린 코카콜라를 누르고 음료업계 1위로 올라선다.

여기에는 중요한 프레임의 비밀이 숨어있다. 즉 시음을 하는 양의 정도인 한 모금은 펩시의 선호도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콜라는 집에다 사다 놓고 먹는 경우 한 모금 보다 훨씬 더 많이 마신다. 홀짝 마실 때는 펩시가 좋지만, 벌컥벌컥 마실 때는 코카콜라가 더 좋다고 코카콜라 직원들은 억울해한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버스는 지나가 버렸고 많은 사람들은 펩시가 더 맛있다고 반복되는 광고를 통해 이미 그렇게 믿게 되었다. 이것을 길로비치Gilovich라는 심리학자는 ‘틀 바꾸기’라고 설명하였다. 즉 이 말은 단순히 순서를 바꾸어 나타나는 틀 효과를 의도적으로 가져오기 위해 내용을 바꾸어 틀을 변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틀 효과와 틀 바꾸기는 똑같은 현상을 전혀 다르게 판단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그 이유는 어떤 사건을 해석하는 기준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라는 점과 그 기준의 선택은 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충분히, 쉽게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행복한 사람들은 긍정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반면, 불행한 사람들은 부정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실수를 새로운 배움의 기회로 생각하는 경우와 더 큰 실패의 전주곡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심기일전! 무언가를 정리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하는 말이다. 날씨도 갑자기 추워지고, 올해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무언가 새로운 각오와 깔끔한 마무리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내가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프레임을 점검하는 일은 정신건강을 위해서나 실제 일의 효과를 위해서도 매우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글이 독자들에게 주변사람들을 바라보는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프레임을 설정하는데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올 한 해 동안 연재했던 ‘알고심리’ 칼럼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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