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해관계 〈1117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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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해관계 〈1117호(종강호)〉
  • 이영은(문창 21) 학우
  • 승인 2023.05.2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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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해관계

 

임현 지음

 

문학동네

 

 

 

 

"우리가 무언가를 말하려 들 때 필연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므로 다른 관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자세는 의식적으로

무엇이 부정되었는가를 상상하는 일이라는 것"

 

세상에 '이해'라는 말만큼 몰이해한 말이 있을까.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이해한다'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사실 타인과 자신을 온전히 일치시킨 이해는 언제든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다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또 세상에서는 가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 일들을 우리가 가진 머리로 이해해보려 했을 때, 우리는 더욱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는 일종의 기대를 품었다. 임현 소설가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그 시도는 성공했을까? 나와 그 너머의 타인, 그리고 그 너머의 세상이 하나가 되기 위한 도약을 담아낸 작품일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해를 위한 시도는 실행되었으나 소설 속 인물들은 매번 그 일을 온전히 해내지 못했다. 이 책을 읽을수록 이해라는 의미와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깨달았다. 내가 자꾸만 이해하려 든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폭력이 발생한다는 것도.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소설집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해 너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아들의 잃어버린 공을 찾는 여자에게 말없이 손전등을 비춰주는 관리인이나 잘 풀리지 않는 비닐봉지를 끙끙대며 푸는 어머니를 가만히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 같은 것들. 나서서 해결해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마음은 오히려 누군가의 상처를 무시하고 그들이 금방 나을 것이라 함부로 판단하는 오만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타인의 삶에서 내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그저 가만히 듣고 보고 기다려주면 된다.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여기에 있다고, 또 다른 아픔을 겪고 있는 내가 여기에 서 있다고, 그런 사실을 알리면서 곁을 지 키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짧게나마 등장하는 그런 기다림이 너무 따뜻해서 오래오래 이 소설들을 기억하고 싶다. 그런 기분을 학우분들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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