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챗GPT와 공존할 수 있을까 〈1117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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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챗GPT와 공존할 수 있을까 〈1117호(종강호)〉
  • 정회훈 사회문화부장
  • 승인 2023.05.29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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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등 대화형 생성 AI의 교육 분야 활용에 대한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 일부 대학은 챗GPT를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여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활용하도록 권한을 넘겨줬고, 일부 해외 대학에서는 챗GPT 활용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챗GPT를 통한 혁신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학생들의 학습 능력에 부정적이라는 대립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 본부의 의견과 교수들의 견해를 청취하고자 했다.

 

챗GPT 등장, 생성형 AI의 발전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사 OpenAI가 만들어 낸 챗GPT가 공개되면서부터이다. 대화형 생성 AI(generative AI)인 챗GPT는 출시 된 지 2개월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을 돌파 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챗GPT는 Chat과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합성어로 문서 생성에 특화된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챗GPT의 상용화 이후, 구글의 Bard(구글의 채팅형 AI)나 마이크로소프트의 Bing chat과 같은 대화형 생성 AI들이 줄을 이어 출시됐다. 단순히 새로운 출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진화 역시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3 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검색엔진인 Bing을 챗GPT에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구 글이 차지하고 있는 검색엔진 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해 AI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유 료 서비스인 챗GPT+에 Bing이 포함되는 것 은 물론이고 이후 일반 버전에도 빙을 적용 하겠다고 밝혔다. 챗GPT에 Bing이 적용되 면, 2021년의 데이터에 머물러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최신 정보를 학습하게 된다.

모든 분야에서 챗GPT의 부상으로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교육에서의 적용 여부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대학을 중심으로 챗GPT의 발전에 맞춰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대립하는 주장과, 대학 교육의 위기를 주장하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적용을 긍정하는 측은 챗GPT의 등장 초기에 나타난 문제점과는 다르게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증명됐고, 활용성과 유용성의 측면에서 수용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반대 측의 주장은 소통 능력과 협업 능력 등 챗GPT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점이 효용보다 더욱 크다는 의견으로 귀결된다.

 

우리 나라 대학의 대응과 방향성

국내의 반응은 대부분 챗GPT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는 지난 3월 16일,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에 대한 기본 활용 방향을 정하고, 이를 수업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술의 확산을 막는 것이 아닌,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AI를 이용해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이다. 이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생성형 AI 활용 권리의 보장이다. 김동원 총장은 “챗GPT는 사용자의 실력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다”라며 “챗GPT에 의존하는 인재가 아닌 이를 활용할 수있는 학생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교수자들에게 배포됐고, AI 활용의 허용 여부는 개별 교수자들에게 최종 결정을 맡겼다. 단, 강의계획서에 생성형 AI 활용 원칙을 명시하고 학생에게 명확하게 전달토록 했다.

국민대학교(총장 임홍재)는 지난 3월 ‘인공지능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정보를 선별하고 진실을 확인하는 것은 나의 책임입니다’라는 문구로 대표되는 인공 지능 교수학습 활용에 관한 윤리 강령을 발표했다.

 

엇갈리는 생각 … 해외 대학의 고민

해외 대학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과제를 제출하고, 심지어는 대학 입학용 에세이를 작성하는 등 악용 사례가 속출하자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측과 현실적인 측면에서 활용을 논의하는 측의 의견이 대조적으로 갈리고 있다. 미국 뉴욕 주에서는 공립학교 내에서 챗GPT의 접속 자체를 차단했다. 또, △파리정치대학 △ 홍콩대학교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는 AI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로젠베르크 연구소의 아니타 가데만 이사는 하버드대학교와 예일대학교 등 대학에서 6,000명 이상의 교수들이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활용을 제한하기 위해 챗GPT 탐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등의 현상에 대해 “검열과 금지의 집단 히스테리”라며 비판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의 A&M 대학교 강사가 동물과학 수업을 들은 학생들 전원에게 챗GPT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를 들어 0점 처리를 하겠다고 밝혀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챗GPT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학습에 사용하는 방향을 견지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워싱턴대학교는 챗GPT의 사용을 잡아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교수진을 대상으로 지침을 제공해 학생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과 합의된 방식의 챗GPT 사용은 허용하고 있다.

교수들이 판단하는 챗GPT

본지는 챗GPT의 활용에 관하여 우리 대학 교수들의 의견을 구했다. 행정학과 최현선 교수(이하 최 교수)는 “미래를 꾸려갈 미래 세대는 이를 꼭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 경제 환경의 급속한 변화, 시민들의 의식과 서비스 수요 변화,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만난 이 시점에 메가트렌드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이하 신 교수)는 “챗GPT는 개요를 이해하는 수준에서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챗GPT와 Bard를 시험해 봤을 때, 답변에 오류가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 그 때문에 현 단계에서 사회과학과 관련해 학문적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라면서도 “단,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을 고려하면 가까운 미래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교육’을 생각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과 이충기 교수(이하 이 교수)는 “사회에서 챗GPT를 사용하여 개인과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생들도 이를 활용하여 개인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학생들의 학습 능력 격차가 큰 상황에서 수업을 통해 효과적인 맞춤형 교육 방법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챗GPT는 이런 현실에서 개인별 맞춤형 교육 이 가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라며 “질문을 잘할 수 있는 인재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챗GPT는 질문하는 능력을 연습할 수 있는 아주 우수한 학습 도구다”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의 수학 능력과 성취도 평가를 위해 챗GPT 사용을 검증하고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질의에 최 교수는 “과거를 지배했던 논리가 아닌가 싶다. 학생의 수학 능력과 성취도는 늘 한계와 경계를 무너뜨리는 노력에 있다”라며 “선택의 문제이겠지만, 새로운 도전은 젊은이들의 특권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챗GPT는 변화의 시작이다. 각자의 견고한 미래를 만들어 가길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신 교수는 “평가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는지 검증할 방법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섣불리 판단을 내려선 안되는 문제인 만큼, 시험 시간 동안 전자기기 사용을 철저히 금하고, 문제를 복합적으로 출제해 인공지능이 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본다”라며 “특정 이론에 대해 논하라는 형식의 문제가 아닌 특정 이론과 다른 이론의 연계점에 관해 묻는 형식이 그 예가 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어쩌면 지금까지의 과제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과제의 답을 챗GPT를 통해 얻거나, 도움을 받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제를 대체하는 평가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며 “과제가 아닌 수시 시험을 보거나, 과제를 수업 중 활동으로 바꾸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챗GPT의 자유로운 사용을 허용하고 수업을 통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의견 을 전했다

 

우리 대학이 생각하는 챗GPT 시대와 미래 방향

챗GPT에 대한 방향성과 대응 방침에 대한 질의에 자연학사지원팀 임희찬 팀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서, 챗GPT와 같은 AI 인공지능 챗봇의 활용은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대학도 챗GPT와 같은 AI 사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민 중이며 사용자가 챗GPT의 유효한 결과 도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챗GPT의 올바른 활용 방안’ 및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여 교수자 및 학습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대학 교육에서 과제나 논문 작성에 표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챗GPT가 상용화되기 이전부터 사회적인 이슈였다. 그렇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진다고 해도 ‘사용하고 평가하는’ 부분은 온전히 사용자와 평가자의 몫이라고 생각된다”라면서 “챗GPT의 활용 여부는 교수와 학생의 상호 합의 하에 과제물이나 시험에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활용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혀,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챗GPT로 대표되는 대화형 생성 AI의 활용에는 다양한 시각이 교차하는 것이 작금 의 현실이다. 뚜렷하게 ‘정답’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방향을 함께 고민해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물음을 통해 정답을 찾아나가는 도구로 AI를 활용하는 것처럼, 우리들 역시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고 공동의 합의를 찾아나가는 갈림길에 서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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