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짐승 사전 〈1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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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짐승 사전 〈1116호〉
  • 송유현(문창 21) 학우
  • 승인 2023.05.15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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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짐승 사전

 

신이인 시집

 

이음사

 

 

 

 

"내가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나는 읽지도 쓰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쓰다듬고 먹이고 산책하는 사람이 되어

당신 곁에 있었겠지?"

 

<검은 머리 짐승 사전>은 올해 초 출판된 시집입니다. 제목이 눈에 띄어서 기억해두었다가, 시인이 도대체 누구인가 찾아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오리너구리가 나오는 시를 읽었던 것도 같습니다. 에는 과연 있었습니다. 오리가 아니고 너구리도 아닌 오리너구리가.

요새는 시를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시인의 말에 나온 것처럼 '읽지도 쓰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쓰다듬고 먹이고 산책'하려고 했습니다.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이들이 입을 모아 '얘, 요새는 그게 좋더라'고 말하는 것을 훔쳐 들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검은 머리 짐승 사전>입니다.

으스스한 제목이에요. 검은 머리라 는 건 왜 부정의 대표가 되었을까요. 어차피 너나 나나 다 가지고 있으면서. 나쁜 기억 말입니다. 가까이 있는 누군가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고 싶었 던 적 있지 않습니까? 기름때가 덕지 덕지 낀 후라이팬 따위로.

갈까마귀가 나오는 시 「훗날 그들이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가 좋았는데요, 갈까마귀가 유독 작고 검은 새라는 걸 안 뒤부터 그렇게 되었습니 다.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지요.

괴담을 나누는 일을 도무지 좋아할 수 없지만 어떤 일들이 끝도 모르고 기묘해질 수 있다는 건 압니다. 그리고 괴담을 즐기는 어떤 사람을 좋아해 본 적도 있습니다. 읽기 전과 후가 다르다나요. 지금껏 정면만 보고 있었는데 어깨 너머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니까요.

그제야 뒤는 생겨납니다. 그는 여전히 괴담을 읽고, 이상한 것을 줍고, 이따금 가위에 눌리는 것 같습니다. 그가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한참을 뒤척일 때까지도 미래는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빙그레 웃음 짓고 있겠지요. 그런데도 자꾸 괴담을 나누게 되는 것은 왜일까요. 거기에 뭐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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