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쓰이기 위하여 〈11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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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쓰이기 위하여 〈1115호〉
  • 이서하 수습기자
  • 승인 2023.05.08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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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은 스러져도 기자의 얼은 푸르다”. 어린 시절 놀던 공원에 세워진 6 · 25 전쟁 종군기자 추모탑의 비문 중 한 구절이다. 진실을 전하고자 최전선에 온 이들의 흔적 속에서 기자의 꿈을 키운 셈이다. 무릇 기자의 덕목이란 진실이라지만, 그 진실이 당최 무엇인지 고민할 의무도 있다. 저널리즘의 진실이 아닌 세상의 진실을 말하고자 다면적으로, 넓게, 보이지 않는 것까지 알고자 하면서도 모자란다는 생각은 계속된다. 지면은 거둬들일 수 없으니, 손끝이 무겁다. 한정된 지면과 기회 안에서 알리고 싶은 것보다도 세상이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이유다.

이번 사회기획은 운이 좋았다. 알리고 싶은 것과 알아야 할 것이 맞아떨어졌다. 물론 혼자 쓴 기사가 아니다. 선의로 인터뷰에 응해 주신 분들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기사다. 수많은 손이 얹혔다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기사가 가지는 무게에 대해 생각한다. 으레 의제라는 조약돌을 던졌음에도 어떤 파문도 일지 않는 상황에 대한 걱정이다. 독자가 읽도록 썼는가. ‘잘’ 읽히도록, 올바르게 썼는가. 대상화하고 있지 않은가. 얄팍한 시각으로 손을 댄 것은 아닌가. 글을 칼처럼 휘둘러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닌가. 끊임없는 사유 속에서 기사 하나가 쓰인다. 완성이라는 말이 어울리는지는 의심의 영역이다. 진실이라는 명목으로 의심을 답습하는 셈이다.

그럴 때마다 서두의 비문을 떠올린다. 먹물은 스러질 수 있다. 오늘의 진실이 내일은 오답이 될 수도, 기사가 읽히지 않아 낡아갈 수도 있다. 그러니 영혼만큼은 푸르게 깨어 있어야 한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썼노라고,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는 부끄럽지 않아야 할 테니까.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쓰이기 위해 기자라는 직함으로 이 자리에 있다. 필자는 그렇다. 끊임없이 보다 나은 길을 고민하되 결국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자 한다. 분명 비슷한 마음으로 이 길에 올라섰을 많은 기자와 지망생에게 바람이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보고, 듣고, 말하고, 쓰는 것에 책임감을 가지기를. 그렇게 쓴 글이 알맞게 쓰이기를. 마음이 흐트러졌을 때 자신의 지표로 되돌아올 수 있기를. 모든 글이 바른 자리를 찾기 바라며 짧은 말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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