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은 그 시기에 가장 시의성 있다고 판단되는 소재로 작성하기에 보통 ‘지금부터는 꼭 시작해야 한다’ 싶을 때 소재를 정하고는 한다. 이번에 작성한 탑도 마찬가지였다. 기획 회의 결과, 이번 호 탑으로 올해 우리 대학 자연캠에 공과대학 반도체공학과가 신설된 것을 작성하게 됐다. 사실 필자는 반도체의 비읍조차 잘 모르고 평소 반도체에 관심도 없다 보니, 이번 기사를 작성하려면 평소보다는 더 많은 자료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는 확실한 예감에 조금은 막막했다. 그렇지만 기자가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소재, 그리고 딱히 끌리지는 않지만 시의성으로 인해 필히 다뤄야만 하는 소재 둘 사이에서 아쉬워도 후자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건 한 대학 신문사의 대학보도부 정기자로서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학내 구성원에게 알릴만 한 혹은 알려야 하는 학내 사안으로 글을 쓰는 것이 필자의 의무이니 말이다.
기사 작성을 위해 우리 대학의 반도체 산업 연구 역사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수많은 기사를 읽고 여러 반도체 관련 사이트를 뒤지며 반도체 관련 기본 지식을 얻고자 노력했다.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그 분야만 탐구해온 사람들이 적어놓은 글을 단 며칠 만에 전부 이해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였지만, ‘기사 작성에 막힘이 없을 정도로만 알아보자’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읽어나갔다.
사실 필자는 우리 대학에서 이루어진 반도체 산업 연구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다. 이번 탑을 작성하기 위해 조사하면서 우리 대학이 끊임없이 반도체 산업 연구를 지속해왔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이렇게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평소 관심 없고 잘 모르는 분야일지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탐구하고 조사해야 한다. 결과만 보면, 필자 스스로도 얻어가는 것이 많은 과정이기에 이를 ‘선한 강제성’이라고 모순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필자는 이러한 선한 강제성으로 약 일 년 간 다양한 분야의 정보들을 체득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낯선 정보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다가도 어느새 보면 갈피를 잡아 학우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정확히 찾아가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 모든 것은 기자라는 이름으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필자는 기자라는 이름으로 펜 끝을 이어간다. 여태껏 그래왔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