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Cycle' 제로웨이스트가 우리집 현관으로 들어왔다 〈1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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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ycle' 제로웨이스트가 우리집 현관으로 들어왔다 〈1113호〉
  • 정회훈 사회문화부장
  • 승인 2023.03.2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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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로운 가치로

 

그간 환경에 대한 논의는 정부와 기업이 해결과 책임의 주체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생산활동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보다도 우리의 삶과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것은 바로 생활 쓰레기와 배출 문제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봉투 무더기를 보는 일이 어렵지 않은 것처럼 과밀화된 도시 속에서 쓰레기를 배출하고 처리하는 문제는 복잡한 문제다. 그런데 이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다. 환경운동이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도 자리 잡아가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의 양상과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노력들을 지면에 담고자 했다.

 

쓰레기 배출과 개인

 

▲표는 그린피스가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에서 추산된 연간 플라스틱 소비에 관한 통계이다. (출처/ 그린피스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표는 그린피스가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에서 추산된 연간 플라스틱 소비에 관한 통계이다. (출처/ 그린피스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지난 22일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장용철 충남대학교 교수팀과 함께 ‘플라스틱 대한민국 2.0’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은 △생수PET병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 컵 102개(1.4kg)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kg)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개(5.3kg)으로 네 품목에 걸쳐 1인당 일 년에 약 19.0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기존 추세로 계속될 때, 2030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추정치는 2020년 발생량에 비해 1.5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활용의 한계를 지적하기 위한 물질 재활용률 추산에서는 2021년 전체 재활용 물질 중 27%만이 재활용됐고, 그중 생활계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해 재활용만으로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냈다.

이는 곧 플라스틱으로 대표되는 생활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하고 배출하는 것만으로는 폐기물의 증가를 막을 수 없음을 증명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덜’ 배출하는 것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란

제로 웨이스트는 모든 제품, 포장이나 자재를 태우지 않고 재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즉,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토지, 해양, 공기로 배출하지 않고 생산, 소비, 재사용 및 회수를 통해 모든 자원을 보존하거나 재활용하는 것이다. 동시에 쓰레기의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을 포함한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시작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종합폐기물관리위원회가 정책 목표를 ‘제로 웨이스트’로 지칭하고 설정하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뉴욕타임즈가 ‘제로 웨이스트 홈’이라는 블로그를 보도하면서 일상적 개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몇 달간 재활용품 수거가 중단됐던 속칭 '쓰레기 대란’을 겪으며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해 낯설지 않은 존재로 자리잡았다.

 

구체적인 실천의 모습들

▲사진은 서울특별시와 함께 진행된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의 광고물이다. (출처/ 서울특별시)
▲사진은 서울특별시와 함께 진행된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의 광고물이다. (출처/ 서울특별시)

 

현재 서울시는 21개 자치구에서 총 32개의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대학이 속한 서대문구에는 서대문재활용센터가 운영 중이다. 재활용센터는 중고제품을 단순히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중고 전자제품을 쉽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의 공공배달플랫폼인 ‘배달특급’은 다회용기를 업체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해당 용기는 경기도와 계약을 맺은 전문 세척업체가 수거해살균처리까지 진행한다. 가맹점에 부담시키는 비용은 없다. 배달특급은 골목상권 보호, 친환경 유통을 모토로 경기도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배달 가맹점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서울시도 강남구를 시작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지난해 8월부터 ‘제로식당’이란 이름으로 다회용기 음식배달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배달 음식 1개당 평균적으로 18.3개(147.7g), 이용자 1인당 연간 평균 1,342개(10.8kg)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다.

서울시는 1회용 컵이 없는 제로카페를 포함해 제로식당을 민간 영역뿐만 아니라 공공 영역으로까지 확장해, 일회용품 사용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강력한 제로 웨이스트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배달앱 내 다회용기 이용 서비스는 올해까지 10개 자치구로 확장할 계획이다. 공공부문에서는 본청 외 구청, 산하 사업소, 기관, 민간 위탁기관에 이르기까지 ‘일회용 컵 없는 공공기관’을 확대 시행해 청사 내 일회용 컵 사용을 제한하고 음료 등은 다회용컵 또는 개인컵을 사용하도록 한다. 행사·축제 대행업체 선정에는 ‘일회용 컵 사용 억제’ 조건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하기

▲사진은 오늘부터 조금씩 제로 웨이스트의 표지이다. (출처/ YES24)
▲사진은 오늘부터 조금씩 제로 웨이스트의 표지이다. (출처/ YES24)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 배출을 감축시키는 저마다의 일상과 노하우들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독려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폐기, 환원, 재사용, 재활용’에 기반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이를 시작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용기를 내야 할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위한 SNS 등지에서 시민사회의 일상적인 노력은 고무적이다. 이에 대해 『미쉐린가이드』에서는 총 11가지의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시민들에게 일상 속 참여를 시작할 것을 권하고있다. 그 중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빨대는 필요 없다고 말하기 △플라스틱 식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메모하기 △재사용 가능한 물병을 사용하기 △장바구니를 사용하기 △충동구매를 줄이기 △유리제품을 사용하기 등으로, 어렵지 않으면서도 일상 속에서 가볍게 마음먹을 수 있는 내용으로 시민들의참여를 독려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어렵거나 번거로운 경우에는 제로 웨이스트 샵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제로 웨이스트 샵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포장재 사용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가게를 말한다. 2016년에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샵 ‘더피커’가 개업한 이후 전국적으로 수많은 업장들이 문을 열었다. 제로 웨이스트 제품만을 판매하는 가게도 있는 반면, 커피나 디저트를 판매하면서 제로 웨이스트 방식을 지켜나가는 등 다양한 형태의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의 입문서로 널리 읽히고 있는 『오늘부터 조금씩 제로 웨이스트』는 제로 웨이스트가 어렵고 용기를 내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일상 속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경험과 방법들을 담아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 △조금만 신경쓰면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 △업사이클링(Up-cycling))* △환경에 대해 알지 못했던 여러사실 △친환경 브랜드 소개와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개인적 일화와 정보를 갈무리해 친절하고 배려심깊게 전달한다. 또한 저자는 ‘둥코’라는 이름으로 SNS 계정을 운용하면서 제로 웨이스트뿐만이 아닌,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등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제로 웨이스트를 일상에 녹여내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 생활 속에서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것을 수선해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의 상위 개념으로,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걱정될 리바운드 효과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란 환경을 위해서 한 행위가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한다. 다회용품을 오래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쓰지 않고 보관만 할 경우에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몇 배 혹은 몇백 배의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서 적극적으로 권장되는 텀블러 사용과 에코백 사용의 예시로 봤을 때, 텀블러를 구매하고 실제로 사용을 하지 않으면 자원을 낭비한 것으로 볼 수있다. 또한 굿즈와 같은 형태로 수집이 이루어지는 문화를 감안하면 이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환경파괴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또 영국 환경청에서 진행된 포장 가방의 수명주기 평가에 따르면 종이봉투는 비닐봉지보다 3번 이상 재사용해야 하고, 면 재질의 에코백은 131번 정도 재사용해야 환경보호 효과가있다고 한다. 즉, 무심코 구매한 에코백과 텀블러가 도리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지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친환경의 대표사례로 손꼽히는 전기차, 태양광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는 생산 공정을 포함하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10%에서 최대 25% 높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 역시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의 생산 및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오히려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약 7년에 불과해 폐차 또는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생길 수 있고, 폐배터리를 방치하면 심각한 환경오염이나 폭발 우려도 있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에는 발전을 위한 패널의 수명이 다했을 때 이를 처리해야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많은 폐패널이 발생한다는 점과 태양광 발전을 위해 주거지역, 산림, 농경지를 가리지 않고 시설을 건설해 실질적으로는 환경을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일상의 노력이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는 긍정적인 현상의 대표사례가 제로 웨이스트라는 것에는 이견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좀 더 용기를 내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내게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면서 직접 일궈나가는 환경의 값어치는 쉽게 매길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해, 환경을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어떤 면에서는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까지 기억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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