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들 〈1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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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들 〈1113호〉
  • 이규준(철학22) 학우
  • 승인 2023.03.2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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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준(철학22) 학우
이규준(철학22) 학우

인간의 몸에서는 수많은 액체가 흘러나온다. 침, 땀, 오줌, 고름, 피, 콧물, 토, 성적인 분비물까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우리는 타인의 액체에 대해서 그렇게 관대하지 못하다. 우리는 보통 상대방의 몸에서 나온 액체를 만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뭔가 더러운 것, 손대서는 안 되는 것, 혐오스러운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똑같이 인간의 몸에서 분비된 액체인 눈물에 관해서 만큼은 역겨워하지 않는다. 눈물만의 고유한 인문학적 위상. 눈물의 이러한 특이성이 슬픔이라는 감정의 성격을 드러내 준다.

세상에는 수많은 눈물이 존재한다. 자식의 신경질적인 비난을 잠자코 듣고 있는 부모. 얼마 전까지 사랑한다고 얘기하다가, 분노에 차서, 지금까지의 모든 속삭임은 거짓이었다고 선언하는 애인. 심각할 정도로 화려한 음식을 먹고 있지만, 문득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음을 깨달은 우울증 환자. 사는게 너무 막막해서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꿀수 없는, 그래서 잠이 오지 않는, 이불 속의 청년….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유치할 수도 있을, 끊이지 않는 눈물들.

하지만 가끔 어떤 종류의 기적이 일어난다. 그러니까, 나의 비밀스러운 상처와 고통을 타인에게 말로써 조심스럽게 건네는 일. 그때 당신은 울고 있다. 타인은 조금 당혹스럽다. 그러나 타인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오히려 눈물을 착취한다. 예컨대 사이비 종교의 우두머리는 단순히 신도들의 재산, 육체, 정신만을 착취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신도의 눈물을 착취한다. 신도들은 예배 시간에 실제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은, 상처는, 올바르게 보답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와 경제 영역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은 당파 싸움을 위해 눈물을 이용하고 자본주의 체제는 눈물을 무시하고 끊임없이 굴러간다.

또 다른 사람은 슬픔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다. 그는 행복해지고 싶지 않다. 그는 과거에 자신이 어째서 그런 종류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고통이 계속해서 유지되기를 바란다. 만약 고통을 잃어버린다면 자기가 그러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이유가 사라져버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어떤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눈물을 ‘재’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눈물에 씌워진 덧신을 벗겨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은 깊고 어지럽더라도 눈물 그 자체는 본래 투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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