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할 나라는 어디에… 점점 고립되는 홀몸 어르신 〈1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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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할 나라는 어디에… 점점 고립되는 홀몸 어르신 〈1113호〉
  • 박윤 사회문화부 기자
  • 승인 2023.03.2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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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 어르신’은 보살펴 주는 배우자나 자녀가 없이 혼자 사는 노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최근 인천시에서 홀로 사는 노인, 이른바 ‘독거 노인’이 늘어나면서 고독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 달 사이 취약계층인 독거 노인 3명이 홀로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천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돌봄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선 실태처럼 정부는 홀몸 어르신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24시간 스마트 돌봄 체계, 노령연금, 국민연금 정책 등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공공 기관에서도 수급자일 경우 수급비를 지원하고, 특정한 날 김치, 쌀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돈과 음식이 아니다. 그들에겐 동등한 존중과 관심을 담은 사랑이 필요하다.

홀몸 어르신, 그들의 실제 삶은

필자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실제 생활 모습을 현장 취재하기 위해 홀몸 어르신 돌봄 활동, 무연고자 장례식 등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나눔코리아의 노인 돌봄 봉사활동에 참여해 그 실태를 알아봤다. 취재 지역은 서울시 강북구로 한 빌라 지하 층에 거주하는 80대 여성 A씨를 만나봤다. 10~15평 정도의 집에는 식사 흔적이 거의 없었고, 주방에는 많은 약 봉투가 있었다. A씨는 다리가 불편한지 바닥을 밀며 움직였고 입안이 아픈지 말을 잘 하지 못했다. 실제로 A씨는 여러 건강 문제가 있어 병원에 다니는 중이며 최근 치매 증상까지 보인다고 한다.

자료: 나눔코리아
자료: 나눔코리아

나눔코리아에서 제공받은 ‘강북구 후원 홀몸 어르신 대상자 추천 보고서’의 1인 독거노인 또는 1인 장년 세대, 1인 단독가구 실태 현황을 살펴보면, 거주지가 협소하거나 경매에 부쳐지는 등의 주거취약 상태에 놓여있고, 신체적 · 정신적 건강 위험도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외로움과 우울로 인한 문제가 많은데 현장 취재한 A씨는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D씨는 과거 행정복지센터에 내방할 때마다 술에 취해 한참을 울고 갔다. 그는 일을 하고 싶어도 건강이 좋지 않고, 일자리도 마땅치 않아 지속적인 우울감으로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 방문간호사와 상담하기도 했다.

현 홀몸 어르신 관련 정책과 한계

노인 고립의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년층 고독사는 2018년도 2,447명에서 2021년에는 3,603명으로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2년 어르신 지원정책’을 살펴보면 △노후 소득 보장 지원을 위해 22년 기준 소득 하위 70% 노인 대상 기초연금을 월 최대 307,500원 지급 △22년 기준 공익활동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 일자리 84.5만여 개 제공 △노인장기요양보험 △취약 노인 돌봄(노인 맞춤 돌봄서비스) △독거노인 · 장애인 응급 안전 안심 서비스 △노인 자원봉사 △예방접종 △치매 관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수급자에게는 수급비를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 지원 외에도 행정복지센터나 복지 기관에서는 김치와 쌀을 제공한다.

자료: 국민연금 재정추계 전문위원회
자료: 국민연금 재정추계 전문위원회

하지만 현재 노인정책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먼저, 자녀가 있거나 본인 명의의 재산이 있는 노인의 경우 정책 지원을 받기 어렵다. 또, 국민연금제도는 향후 몇십 년 내에 국민연금 가입자와 연금 수급자 수가 같아지거나 역전돼 재정 문제가 예견되고 있다. 위의 국민연금 재정추계 전문위원회 자료를 보면 2060년 기준으로 연금 수급자 수가 가입자보다 많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이 하 OECD)에서 발표한 ‘2020년 대비 2080년 노년 부양비 변동’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60년에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가 2020년 대비 43.4% 감소하여 연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연금을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 가입자-수급자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현재 노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역부족인 실태와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김치와 쌀도 주기적 제공이 아닌 단발성 제공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적 문제는 홀몸 어르신의 ‘문맹’

정부 정책의 한계보다 더 문제인 부분은 노인층의 높은 문맹률로 앞선 정책들이 있어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매우 낮은 국가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노년층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 는 그들이 살아온 시대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는데, 40~60년생인 그들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울 때 태어났기에 공부할 형편이 되지 않았고, 80년대까지 존재했던 속칭 ‘식모’로 생활하기도 했다. 당시 부모는 주인집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자식이 공부하는 것을 막았고 그렇게 그들은 문맹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증언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글을 아예 모르는 문맹도 존재하지만, 독해력 측면에서의 ‘실질 문맹’도 높은 수준이다. 2012년 OECD가 회원국들의 노동 인력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한 ‘문자 독해력 조사’는 우리나라에서도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바 있 다. 그 결과 우리나라 16살에서 24살까지의 젊은 층의 경우 총점 292점으로 세계 3위에 올랐지만 가장 고령군인 55세에서 65세 사이의 점수는 244점으로 조사 대상 국가 22개국 가운데 20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올해 기준, 이러한 실질 문맹이었던 노년층이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초고령층으로 이동하면서 문맹률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효과적인 정책을 내세워도 노년층의 높은 문맹률로 인해 실질적인 개선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노인 지원 인수인계 원활하지 않아

홀몸 어르신의 문맹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에 민간단체가 주된 역할을 하면서도, 지역 행정복지센터와의 협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노인 정책 자료에 따르면 일상생활 영위가 어려운 취약 노인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65세 이상 기초 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또는 기초연금 수급자 중 독거 · 조손 가구 등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의 신청권자는 본인, 신청자의 친족 및 이해 관계인으로 서비스 대상자는 신청서를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읍 · 면 · 동 행정복지센터로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민간단체는 돌봄 어르신의 이해관계인 신분으로 서비스 신청을 돕고 있는데 예를 들어, 건강이 좋지 않아 일상 돌봄이 필요한 홀몸 어르신에게는 방문 · 통원 등의 ‘직접 서비스’ 신청과 연계 서비스 연결을 지원하고 있다. 연계 서비스를 통해서는 △생활 지원 연계 △주거개선 연계 △건강지원 연계 △기타 서비스를 제공받는데 이 과정에서도 행정복지센터와 민간단체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행정복지센터의 홀몸 어르신 복지 대응은 미흡한 수준이고 민간단체와의 연계 활동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눔코리아 중앙회 조현두 회장(이하 조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수급자더라도 글을 모르고 신청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민간단체에서는 이러한 실태를 직접 방문하고 인터뷰한 후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대상자가 복지 사각지대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며 “그러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복지사와 대상자 선정 과정을 거치는데 행정복지센터에 이러한 신청을 넣으면 그 대상자를 사회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대부분 은둔형 외톨이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판단이 고독사와 고립사를 일으킨다. 행정복지센터에서는 현장에 나갈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민원을 넣어도 확인 후 서류상 자식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도움을 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며 “민간단체에서 현장 조사 후 자료화해 복지사에게 갖다줘야 해결된다. 정부는 민간단체가 가까이 있는 행정복지센터나 구청 등과 긴밀하게 협조가 돼서 실제 일선에서 뛰는 사람들에 대한 청취가 제도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공무원들은 보직 변경이 계속 일어나 인수인계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서 이러한 전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하며 “물론 사명감과 소명감을 가진 공무원은 지역에서 무연고자 장례식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민간단체와 공공기관 MOU 체결 필요해

조 회장은 민간단체의 현실적인 문제점도 짚었는데 “대부분의 비영리 민간단체에는 정부 지원법이 있는데, 자체적으로 돈을 쓸 수 있는 규모인지 그리고 4대 보험 자격을 취득한 직원이 상주하는지 등 정부 차원에서의 ‘갖춰져 있는 곳’에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 정도의 보조금을 준다”라며 “다만 이를 충족하기 위한 회계자료를 만드는 게 너무 어렵다. 민간단체의 직원은 복지사지, 회계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사가 회계 처리 까지 전담하려 하면 인력을 감당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구조적으로 복지사가 하는 일과 회계사가 하는 일을 구분해줘야 하는데 4대 보험 있는 직원이면 그 정도는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며 “회계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회계 지원이 필요하다. 연간 사용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복지사나 담당자가 기록할 수 있지만 자료화하고 결산하는 건 전문적인 회계의 영역이다”라고 민간단체의 정부 지원 관련 회계 처리 업무의 어려움을 전했다. 또한 조 회장은 “현장 봉사까지 담당하면서 행정까지 보는 직원을 고용하려면 임금을 400만 원 이상 줘야 한다. 하지만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는 이러한 운영은 불가하다”라며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현장에서 뛰고 있는 시민 단체들의 거점을 마련하고 MOU 체결을 통해 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의 사회복지공무원들과 협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홀몸 어르신 고립 문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언급했다.

▲사진은 홀몸 어르신과 홀몸 어르신 방문 돌봄 활동을 하는 나눔코리아 봉사자들의 모습이다.
▲사진은 홀몸 어르신과 홀몸 어르신 방문 돌봄 활동을 하는 나눔코리아 봉사자들의 모습이다.

홀몸 어르신을 돕기 위해 그들의 집 문을 두드렸을 때 수급자로서 사회보장제도권에 들어와 있는 어르신은 문 열기가 쉬운 반면, 은둔형 외톨이나 행정상 자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복지 혜택을 못 받은 경우는 자존감 문제로 사람 만나기를 꺼린 다. 우리는 그들을 돕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필요한 물품을 놓고 가는 것이지만, 이것은 어쩌면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홀몸 어르신은 외롭게 살아가기 때문에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는 것보다 그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사랑이 필요하다. 나눔이라는 건 대칭적 사고가 필요하기에 그들의 입장을 먼저 살피고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며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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