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는 새봄, 새 학기 인사로 물꼬를 텄다. 명대신문은 한글신문이니 우리말 이야기를 해본다. 새봄에서 ‘새’는 해가 처음 솟아오르는 쪽(동쪽)을 뜻한다. 그래서 새는 처음이라는 뜻도 있어 ‘새롭다’라고 쓰기도 한다. 새날, 새해, 새터, 새마음, 새벽이 그러하다. 슬프게도 한자어 동(東)에 묻혀 ‘샛바람’이나 ‘높새바람’에서 겨우 살아 남았다. 본디 동서남북 방향(쪽)을 뜻하는 우리말은 새(샛), 하니(저), 마, 노(높)라고 한다. 즉 새쪽, 마쪽, 저쪽, 노쪽이다. 남쪽과 북쪽은 앞쪽과 뒤쪽이라고 했다. 동남쪽은 새마쪽, 남서쪽은 마저쪽, 서북쪽은 저노쪽, 북동쪽은 높새쪽이었다.
그래도 바람에 기대어 살아온 우리 민초들은 샛바람, 하늬바람, 마파람, 높바람이라고 하여 그 이름을 불러주고 글로 남겼다. 동쪽에서 부는 바람을 샛바람이라 하고, 바람이 가늘면 가새바람, 되게 불면 된새바람이라고 했다. 남쪽 바람도 같은 이치로 마파람(또는 앞바람), 갈마파람, 된마파람이라 했다. 서쪽 바람은 하늬바람 또는 가수 알바람이다. 겨울에 부는 북쪽 바람은 높바람 (또는 뒤바람)이다. 강원 백두대간의 높새바람은 북동풍으로, 알프스의 푀언(Föhn)현상처럼 늦봄에 부는 마른 바람이다. 봄바람은 마파람이다. 판소리 춘향가 한 대목을 보자. 암행어사 되어 거지꼴로 춘향이 집을 찾아온 이몽룡이 월매가 구박 섞어 내온 밥을 짐짓 고픈 듯이 먹어 치우자, 월매 하는 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
재미있는 점은 동쪽의 ‘쪽’은 한문으로 면(面)인데, 낯이나 얼굴, 체면을 뜻하기도 한다. 개학으로 마스크를 벗으니 이제 서로의 쪽, 낯, 얼굴을 마주 보게 되었다. 얼굴에 숨은 우리말을 보자. 먼저, 코를 보면 옛말은 ‘고’다. 감기가 우리말로 고뿔(곳불)인데, 코에 불났다는 의미다. 얼굴에서 길고 돌출된 ‘코’는 장산곶처럼 바깥쪽으로 나온 뭍을 뜻하는 ‘곶’과 어원이 같다. 얼굴 양 끝에 있는 ‘귀’는 구석이라는 뜻의 ‘구시’에서 유래되어 ‘구이’로, ‘귀’로 되었다. ‘턱’은 얼굴의 언덕이란 의미로 ‘덕’이라고 부르다가 거친소리 현상으로 ‘턱’이 되었다. ‘뺨’은 얼굴의 경사진 부분이라 비탈의 뜻을 가진 ‘비암’으로 불리다 ‘뺨’이 되었다. 눈 위에 털들이 풀숲처럼 나 있는 ‘눈썹’ 역시 풀숲의 방언인 ’풀섶‘과 상통한다.
아마 첫 주 오리엔테이션을 다 마쳤으리라. Orientation은 방향설정이란 의미로 한 학기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나침반이 되어준다. 마스크를 벗고 서로 마주 보니 좋다. 새마음으로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