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우주 과학 이야기]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는 원적외선 망원경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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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의 우주 과학 이야기]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는 원적외선 망원경 〈1112호〉
  •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23.03.1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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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우주칼럼니스트
김민재 우주칼럼니스트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캠핑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본 일이 있을까? 사실 시골로 나갈 필요도 없다. 서울 하늘이어도 가로등 같은 불빛만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을 관측할 수 있다. 별은 태어날 때의 질량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서 다소 다른 인생을 살아가지만 모두 성간물질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작은 먼지 입자들과 수소 등의 기체 등이 모여있는 분자구름에서 태어난다. 위 먼지 입자들은 태양이 탄생한 이후에도 서로 뭉쳐져서 커지고 혜성, 소행성, 지구형 행성들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먼지는 별의 탄생뿐 아니라 모든 별의 일생에 항상 함께한다. 이는 먼지를 연구하면 별의 태양계 그리고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음을 암시해준다.

이러한 먼지 입자들의 온도는 매우 낮기 때문에적외선 파장으로의 관측이 적합하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며 어둠 속에서 열을 내는 물체를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적외선 파장은 별들을 둘러싸고 있는 원반의 존재를 파헤칠 수 있기 때문에 태양계 너머의 우주 먼지를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원적외선 망원경을 들자면 미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이나 유럽우주국(ESA)의 허셜 우주망원경을 들 수 있다. 둘 다 천체물리학자의 이름을 본떠서 명명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둘의 임무는 다소 달랐다. 스피처 우주망원경은 2003년에 발사되었으며 다소 작은 구경(0.85미터)으로 인해 더욱 일반적인 적외선 관측 임무를 맡았다. 이에 반면 허셜 우주망원경 발사되기 직전까지 가장 큰 구경(반사경의 지름 이 3.5미터에 이름)을 자랑하는 우주망원경이었다. 허셜 우주망원경은 우주의 발견자라고 불리는 남매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과 캐롤라인 허셜의 이름을 본떠서 지어진 망원경이다. 특히 허셜은 스펙트럼으로부터 분리되는 색깔 온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하여 모든 색깔에 온도계를 설치하였는데, 빛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온도가 상승함을 발견하였다. 이를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아도 빛이 전달될 수 있음을 알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적외선을 발견했다. 이들의 업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허셜 남매는 천왕성 및 태양계의 여러 위성, 그리고 수많은 혜성을 발견했으며 자신만의 반사망원경을 만들며 천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허셜 우주 망원경은 탑재된 액체 헬륨에 의해 1.4 K(켈빈) 정도까지 냉각되며 열로 인한 잡음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허셜 우주 망원경의 관측기기 중 하나인 PACS는 55~210마이크로미터의 파장을 통해서 관측을 수행하였으며 위 기기의 민감도는 최대 수 밀리 얀스키(mJy)까지 내려갈 수 있었기에 수많은 원반들(예를 들어서 어린별 주위를 둘러싸는 원시 행성계 원반이나 청장년별을 둘러싸는 먼지 원반)을 관측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특히, 허셜 우주 망원경은 수십 개의 먼지 원반들을 높은 해상도와 함께 성공적으로 관측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처럼 허셜은 우주의 차가운 먼지 관측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망원경이 되었다. 또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 공간에서의 산소 분자를 확인한 망원경이며, 태양계에서 가장 큰 소행성으로 알려진 세레스가 물과 얼음을 포함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바 있다. 이처럼 원적외선 망원경은 매우 다재다능하며 우주의 감춰진 비밀에 도전해 이를 파헤칠 수 있는 파장의 망원경이다.

문제는 허셜 우주망원경에 탑재된 액체 헬륨의 양이 제한적이었기에 은퇴 시기가 다소 빨랐다는 점이다. 허셜의 은퇴 이후 현재 인류는 원적외선 망원경을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최소 향후 15년간 원적외선 망원경이 없을 것이다. 유럽우주국의 다음 세대 미션 후보로 최종 선택되었던 스피카(SPICA, 고해상도 및 초고 민감도를 자랑하는 원적외선 미션) 미션 역시 예산 문제로 마지막에 최종 탈락했다. 현재 가장 빠르게 계획되고 있는 원적외선 망원경은 미항공우주국의 오리진스(ORIGINS) 망원경이며 빨라야 2035년 발사 예정이다. 원적외선을 이용한 우주 관측 미션은 우주의 아주 미약한 열도 포착해낼수 있기에 잠재력이 엄청나지만, 이런 민감한 관측을 위해서는 역시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끌어나갈 연구 주제와 미션의 선정에는 예산적인 판단보다 과학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칼럼에서 언급된 허셜 우주망원경이다.(출처/ 유럽우주국(ESA))
 ▲사진은 칼럼에서 언급된 허셜 우주망원경이다.(출처/ 유럽우주국(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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