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사랑과 고독을 말하는 구태우(문창 08) 동문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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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사랑과 고독을 말하는 구태우(문창 08) 동문 〈1112호〉
  • 김나영 사회문화부 기자
  • 승인 2023.03.1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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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말, 글과 노래

Q. 안녕하세요, 구태우 동문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구태우라는 이름으로는 작사가, 구현우라는 이름으로는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예창작학과 08학번 구태우입니다.

 

Q. 시인이자 작사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두 직업의 공통점인 ‘글’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특별한 계기가 있진 않았어요. 다만 어릴 때부터 독서를 즐겼는데요, 그러다가 교실 뒤에 있는 공모전에 응모해보게 됐고, 상을 받는 경험까지 이어지니 계속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렇게 우리 대학 문예창작학과에도 지원하게 됐습니다.

 

Q. 시인일 때, 본명인 ‘구태우’가 아니라 다른 이름을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A. 작사가로 나서면서 예명을 지어보고 싶었는데 곡이 처음 나올 때 본명으로 등록되면서 구태우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인으로서의 필명만큼은 다르게 하고 싶었고, 본명에서 한 글자를 바꿔 구현우라는 필명을 지었죠. 밴드에서 베이스를 쳤던 정체성을 가져가고 싶어서 구현우의 현자는 악기줄 현(絃)자로 했어요.

 

작사가 구태우의 사랑

 

Q. 2014년 작가로 등단하시고 계속 작사가로 활동하셨는데요, 작사가라는 직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글 중에서도 가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직업을 작가로만 가져가겠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길을 모색해야 했는데 고등학생 때 친구들하고 밴드를 한 경험이 있어서 음악이 하고 싶더라고요. 작곡이나 작사와 같은 분야를 공부해보다가 ‘내 색깔을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쪽으로 집중했어요.

 

Q. 가사만이 갖는 매력이 있을까요?

A. 시와 다르게 작사는 내 목소리가 아니라 가수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보니 그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죠. 아이러니하게도 본명으로는 다른 얼굴들을 보여주는 일을 하고 필명으로는 자기 것을 하고 있지만요.

 

Q. 작사를 하실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나요?

A. 가사는 시처럼 혼자 소재나 주제를 생각하기 어려워요. 처음부터 앨범이 기획되어 있고 노래가 발라드라면 발라드에 맞게, 댄스곡이면 댄스곡에 맞게 써줘야 하거든요. 물론 자유롭게 쓰는 경우도 있지만 데모곡이 항상 있기 때문에 거기에 최대한 맞춰서 작업하는 편이죠. 그래서 작사는 영감으로만 진행한다고 하기는 힘들어요.

 

Q. NCT127의 〈Love on the floor〉는 사랑을 왈츠로 표현한 곡인데요. 사랑을 왈츠에 빗대어 표현한 이유가 있나요?

A. 처음에 그 비트를 들었을 때 춤적인 요소를 가져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곡 컨셉을 일종의 무도회로 설정했고요. 곡에서 등장하는 ‘floor’가 일종의 댄스플로어인거죠. 거기에서 나타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춤의 한 장르를 고민했는데 왈츠가 붙는 그 부분이 데모곡에서는 ‘want you’로 돼있어서 발음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려봤어요.

 

Q. 프로미스나인의 타이틀곡 〈DM〉과 〈We go〉를 작업하셨어요. 두 곡을 보면 ‘우리 사랑에 문제될 건 없어 망설이지마’, ‘우리 같이 가자’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당차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더라고요. 이런 사랑에 적극적인 모습들은 어떤 상상에서 나오곤 하나요?

A. 곡 작업에서 중요한 건 ‘빙의’예요. 구태우가 무대에서 노래한다고 생각하면 두 타이틀곡의 가사가 나올 수 없어요.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이 저처럼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들 나이대의 입장이 돼서, 소녀로 빙의된다고 생각하고 작업해요. 소녀는 여기서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혹은 여기서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까라는 것들을 계속 심어두고 출발하는 것이죠. 전부 소녀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나온 모습들이었어요.

 

Q. 작사가님의 가사들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눈빛’, ‘시선’과 같은 단어들을 자주 볼 수 있더라고요. 어쩌면 ‘눈’에서 사랑을 제일 쉽게 들키고, 사랑이 가장 잘 보인다는 뜻이었을까요?

A. 시기마다 의식하는 단어가 있긴 한데요, 그걸 깨야 작가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매몰되지 않으려고 해요. ‘눈빛’과 같은 단어들도 사실 의식해본 적은 없지만, 흔히 어떤 사랑이 시작되는 혹은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순간에 ‘눈이 맞는다’라는 표현도 쓰잖아요.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에 말로 전할 수 없는 느낌이 있어서 썼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지금 드네요.

 

시인 구현우의 고독

Q. 2014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하셨습니다. 졸업하시면서 시인으로서의 길을 생각하신건가요?

A. 등단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일은 아니에요. 운이 좀 따라야하죠. 그런 점도 있고 진로를 고려했을 때도 시인을 직업으로 가져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문학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했기 때문에 시인으로 살자는 마음보다는 독자로 남자는 마음이었죠. 다행스럽게도, 졸업 이후에 등단이 돼 시인으로의 삶도 함께 하게 됐습니다.

 

Q. 시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내가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혼자 힘으로도 충분히, 그리고 계속해서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Q. 시 작업을 할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나요?

A. 갑자기 영감이 떠오른다! 이런 얘기들이 많은데 저는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어요. 영감은 의도해야 오더라고요. 관찰하는 시선이 가장 중요하고요. 시를 쓸 때는 소재나 주제를 잡아가면서 영감을 받아오는 편이에요.

 

Q. 2020년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발간하셨어요. 작가의 말을 보면 “너는 사랑과 죽음이라 했다/ 나는 너를 사랑의 죽음으로 이해했다/유서 같은 것이었 . 이 세상 어디엔가 있어도 살아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이라 유서 같은 것이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유서라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시게 된 건가요?

A. 어떤 한 관계가 끝나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사이가 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유서는 남긴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고 그 말만이 남는 것인데, 관계의 끝에서 그 존재는 사라지더라도 흔적은 끊임없이 내게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유서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Q. 시집의 목차를 보면 ‘아프다고 생각하자 병이 시작되었다’, ‘네가 모르는 서울에 내가 산다’, ‘사람이 멀어지자 마음이 멀어지게 되었지만’, ‘그러나 가끔 선연한’, ‘가깝다 여기는 만큼 가닿을 수 없는 당신에게’로 이뤄져 있어서 이별 후 이별을 이겨내는 모습이 연상되는데요. 시집 속 시들을 읽어보면 꼭 이별을 한 상황이라고 해석하기 어려운 시들도 있더라고요. 목차의 흐름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A. 시집을 읽었던 다른 분들이 사랑과 이별을 그렇게 많이 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연애적인 사랑과 이별을 의도하고 낸 시집은 아니었어요. 시집에서 쓴 시의 대부분이 그렇고요.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듣고 그렇게 읽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목차로 시집의 흐름을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읽는 분이 원하는 대로 읽으면서 해석해도 괜찮아요. 이별의 아픔이라는 해석처럼요. 시집의 매력 중 하나는 중간에 아무데나 펼쳐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니까요.

 

Q. 시집을 여는 시인 「오로지 혼자 어두운」에서는 ‘외로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누군가의 침실이었던 나의 방에서 사랑을 나누는 일은 위험하다”라고 말하는데요. 사랑이 가득했던 공간에 그 흔적이 남고 외로움과 고독으로 채워진 상황이 떠오르더라고요. 고독이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잖아요. 고독이란 감정은 당연히 안고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과 이별에 대해 말씀해주셨으니 덧붙이자면 시집에서 중요한 맥락은 고독이고, 고독이란 결국 타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해요. 사랑 후 이별하며 겪는 외로움처럼요. 원래 이 세상에 나 혼자 였으면 고독이라는 말이 존재하지도 않았겠죠. 타인이 있었기 때문에 고독함을 느끼고 그 고독함 속에서 어떤 타인과 나의 거리감을 잰다든지 혹은 타인이 존재하거나 부재할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더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고독은 나에게 더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감정이죠.

 

Q. 시집의 제목 ‘나의 9월은 너의 3월’은 두 번째 목차의 「선유도」라는 작품의 한 구절입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간격이 생기고 그 간격이 시차로 나타나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먹먹함이 잘 느껴졌어요. 제목으로도 선정하신 ‘나의 9월은 너의 3월’은 어떤 의미인지, 또 「선유도」라는 작품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말씀해 주신 것처럼 시차로 인한 간극을 말하는 작품이에요. 학창시절에 양화대교를 지나서 선유도에 많이 갔었는데 선유도 공원 자체가 도시에서 좀 이질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섬에 있는 화원이 굉장히 아름다운데 그게 섬으로, 도심 한가운데 있다보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에 있는 게 맞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선유도라는 공간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만나지 못하는 것이 이 시가 의도한 바를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했죠.

 

사랑과 고독 사이 말 한마디

Q. ‘사랑해’라는 말이 없다면 ‘사랑’을 어떻게 말할 것 같으세요?

A. 데뷔 이후로 “사랑해라는 말이 없다”라고 생각하며 작업해요. 그래서 노래 가사에서도 웬만하면 사랑해라는 말을 쓰지 않고요. 하고 있는 K-POP 강의에서도 “사랑해라는 말없이 사랑을 표현해라”라고 이야기를 많이 드리죠. 그러면 온갖 것을 찾게 돼요. 저 달빛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볼까 아니면 봄이니까 ‘같이 걸을래’라고 이야기를 할까 하면서요. 사랑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 것인데 오히려 사랑해라는 말에 정착할수록 작가에겐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감정도 가능하고 저 감정도 가능한 많은 것들을 포괄하는 단어는 작가가 사용하기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Q. 시인이나 작사가 같이 여러 글과 함께 하고 싶은, 또 자신과 맞는 글을 찾아가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작가는 누구나 작가이기 이전에 독자이고 동시에 음악으로 치면 청자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많이 듣고 많이 읽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글을 쓰는 직업인으로서 이 사회를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불안하신 분도 계실 텐데 그럼에도 계속 활동하거나 준비하고 있다면 ‘하고 싶다’를 넘어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감정이겠죠. 그런 마음이라면 놓지 않고, 지치지 않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항상 저한테도 하는 이야기예요.

 

Q.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진로에 관한 고민이 클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전공을 살렸지만, 재학 당시에 만난 친구들을 보면 전공을 살리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근데 그게 그렇다고 해서 전공을 했던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전공한 그 기억을 갖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그 가치를 믿고 해나가면 행복에 가까워질 거예요. 진로 때문에 걱정이 많으실 텐데 자신이 얻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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