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러다임 꿈의 에너지 ‘핵융합’을 찾아서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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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러다임 꿈의 에너지 ‘핵융합’을 찾아서 〈1112호〉
  • 정회훈 사회문화부장
  • 승인 2023.03.1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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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에너지 절벽, 방사능 폐기물의 한계를 넘어설 게임체인저를 꿈꾸다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와 함께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명 이전의 인류는 불의 발견으로 문명의 첫 지평을 열었고, 화석연료를 통한 증기기관의 발명이 ‘산업혁명’이라는 대전환을 이뤄낸 것처럼 오늘날까지의 수많은 혁명적인 변화의 중심에는 에너지가 있었다. 이제는 전기, 가스가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고, 자동차를 비롯한 운송수단, 신호 체계, 인터넷 등 어느 곳에서든 에너지는 삶에 밀착된 존재가 됐다. 따라서 인류는 더욱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찾아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지는 그중에서도 ‘꿈의 에너지’로 지칭되는 핵융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고, 한계에 봉착한 현재의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핵융합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면밀히 살펴 담아내고자 했다.

 

이제는 한계, 난관을 깰 과학혁명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쿤은 언어학 용어 정도로 사용되던 패러다임(paradigm)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한 시대의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인식의 체계 또는 틀”로 재창조해냈다. 이러한 측면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받아들이는 가치관이 새로운 사회, 경제, 정치적 상황이 등장함으로써 이에 적응하여 변화하는 것이다. 화석연료가 최대의 효율이었던 순간부터, 핵분열을 통한 원자력발전이 ‘최선’이자 ‘한계’ 기술인 오늘날의 현실에서 이 난관을 넘어설 수 있는 도약의 필요성은 자명하다.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벌어진 참사, 폐기할 방법이 없는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는 당장에도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토머스 쿤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한계에 봉착했을 때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은 ‘과학혁명’ 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학혁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수많은 후보군 중에서도, 핵융합 발전은 상용화 시기에 대한 고민을 제외하면 이견의 여지 없이 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태양’을 만들다, 핵융합의 작용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실제 에너지를 얻는 작용 방식을 정리한 표이다.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실제 에너지를 얻는 작용 방식을 정리한 표이다.

 

태양의 빛과 열에너지는 태양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어진다. 즉, 핵융합발전은 태양과 같이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핵융합 반응은 이중수소와 삼중수소와 같은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무거운 원자핵으로 결합하면서 거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핵반응이다. 이 과정에서 헬륨과 중성자,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때 방출된 에너지와 열을 통해서 터빈을 작동시키는 것이 매우 간략히 축소된 핵융합발전의 원리다. 통상 ‘원자력발전’으로 지칭되고 있는 핵분열발전은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이 두, 세 개의 원자핵으로 쪼개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핵반응으로, 핵융합과는 정반대의 작용 방식을 가진다. 정리하면, 핵융합발전은 태양이나 별에서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을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재현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인공태양’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구에서 상기된 핵융합 반응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해당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①핵융합 반응을 위한 연료

태양은 수소 원자핵들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지구에서 태양과 같이 핵융합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선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핵융합의 원료로 수소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강한 에너지에 의해 융합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②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

원자핵들이 서로 밀어내는 ‘핵력’을 이겨내고 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온도를 높여 서로를 밀어내는 반발력을 이기고 충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태양의 중심부는 약 섭씨 1,500만도 정도지만, 중력이 훨씬 낮은 지구에서는 핵융합발전의 성공을 위해 1억도 이상의 높은 온도의 플라즈마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③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핵융합 장치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섭씨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그릇’이 필요하다. 핵융합 반응이 유지되도록 담기 위한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상용화에 가장 가까운 핵융합 장치는 도넛 형태의 띄는 ‘토카막’ 이 유력하다.

 

*플라즈마(Plasma): 고체·액체·기체 상태가 아닌 제4의 물질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자유로운 형태임. 적절한 밀도와 열을 가진 플라즈마를 임의의 시간하에 전자기장으로 가두는 것이 핵융합 발전의 핵심.

 

핵융합의 우수성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최원호 교수(이하 최 교수)는 핵융합이 꿈의 에너지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 “(핵융합발전의)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 동위원소인 이중수소는 바닷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므로 거의 무한정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핵융합발전은 이산화탄소 등 환경을 저해하는 온실가스나 방사성 폐기물을 거의 배출하지 않으므로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에 대한 영향이 매우 적다”라면서 “핵융합은 핵분열과 달리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불행한 사고가 이어질 위험이 적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 방식인 핵분열발전은 원료인 우라늄이 분열하면서 나오는 물질이 핵분열 반응 이후에도 계속 분열하면서 방사선을 배출한다. 이 같은 방사성 폐기물은 생태계에 안전한 수준까지 안정되기 위해서 길게는 수만 년까지 걸릴 수 있다. 이에 비해 핵융합은 수소의 동위원소가 원료인 만큼, 핵융합 반응 후 나오는 폐기물이 앞선 핵분열에서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 물질보다 반감기가 짧은 저준위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처리하기에도 쉽고, 안전 성에서도 더욱 우수하다. 또한, 핵분열 방식의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과 같은 안전 문제를 내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핵융합 원자로는 단순히 연료가 끊기는 것만으로도 핵융합 반응이 멈추기 때문에 폭발의 가능성이 거의 없고 문제가 생길 여지마저도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서 기술된 다양한 장점들 중에서도, 핵융합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은 사실 ‘에너지 효율’에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들이 기후위기와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목받았지만, 원자력발전을 대체하기에는 발전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장기적으로 고밀도 · 대규모의 전력을 공급할 대체 전력원으로 유일한 대안은 핵융합발전이다. 핵융합 연료 1g은 석유 8t에 해당하는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기존의 핵분열식 원자력발전이 1kg의 우라늄으로 200억Kcal의 에너지 생산이 가능한데, 핵융합은 1kg의 수소로 1500억Kcal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기존의 원자력발전보다도 7배 이상의 효율을 자랑한다.

 

순에너지 생산에 성공, 미국만의 해법

▲지난해 12월 13일, 미국 에너지부 제니퍼 그랜홈 장관이 핵융합의 순에너지생산 성과를 발표하는 순간이다. (출처/ 핵융합에너지연구원)
▲지난해 12월 13일, 미국 에너지부 제니퍼 그랜홈 장관이 핵융합의 순에너지생산 성과를 발표하는 순간이다. (출처/ 핵융합에너지연구원)

 

지난해 12월, 미국 에너지부 제니퍼 그랜홈 장관 (이하 그랜홈 장관)이 ‘주요한 과학적 발견’을 예고 하며 발표한 내용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이하 LLNL)의 핵융합 시험시설인 NIF(National Ignition Facility, 이하 NIF)가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점화 실험을 통해서 ‘순에너지 생산’에 성공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그랜홈 장관은 “이번 성공은 21세기 주요 과학적 돌파구이며, 이는 국방의 진전과 함께 청정에너지의 미래를 위한 길을 열 것”이라며 새로운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레이저를 활용한 발전 방식에 대한 본지의 질의에 최 교수는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은 ‘관성 핵융합’ 방식으로, 작은 다이아몬드 구 슬에 가득 채운 중수소 및 삼중수소를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해 순간적으로 압축, 가열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라며 “반면, 기존의 핵융합 방식은 ‘자기핵융합’으로 토카막 장치를 사용해 장기장을 통한 높은 온도의 플라즈마를 가두어 핵융합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는 관성 핵융합을 통한 방식도 에너지 증폭률이 1 이상, 즉 투입한 에너지보다 발생하여 나온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핵융합이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연구다”라고 전했다. 또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성충기 교수(이하 성 교수)는 “이 실험은 핵융합의 물리적 실증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결과물이다. 핵융합 연구가 기존의 물리 연구에서 공학연구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왔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NIF 연구팀이 실험에 활용한 실험 장치로, 구멍들은 레이저가 통과하는 경로이다. (출처/LLNL)
▲NIF 연구팀이 실험에 활용한 실험 장치로, 구멍들은 레이저가 통과하는 경로이다. (출처/LLNL)

 

NIF 연구팀은 실험에서 2.05MJ(메가줄)의 에너지를 투입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어냈는데, 이 실험에는 192개의 레이저가 활용됐다. 이에 대해서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의견도 존재 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레이저 장비는 상업용 발전소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비싸 비효율적이고, 일주일에 최대 10회 정도 사용이 되는데, 상업 시설에 쓰이기 위해선 초당 10회 정도로 빠르게 레이저를 발사 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NIF의 시설은 한 번에 한 건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 것이기 때문에, 실제 에너지 발전으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킴 부딜 LLNL 소장은 “핵융합 기술이 상업적으로 실현되려면 많은 일을 해야 한다”라면서 “상용화에는 아마도 수십 년이 걸릴 것”라고 이야기했다.

 

핵융합을 위한 국제적 협력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실제 공사 현장 모습이다. (출처/ ITER 홈페이지)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실제 공사 현장 모습이다. (출처/ ITER 홈페이지)

 

핵융합 기술이 실제 에너지 발전원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전문가들 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전히 상용화에 대해서는 시기 상조라고 하지만, 세계 각국은 개별적인 연구뿐만 아 니라 힘을 합쳐 핵융합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가 그 주인공이다. 프로젝트의 명칭인 ITER는 라틴어로 ‘길’이라는 뜻이다. 핵융합에너지 시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의미다. ITER의 목표는 상용화 가능한 핵융합의 최소 효율을 실현해내는 것으로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29개국), 중국, 인도, 일본, 대한민국 등 총 35개국이 참여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연구개발사업이다. ITER 계획은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안전한 핵융합 기술’을 개발할 것을 제안하면 서 시작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EU, 일본 이 동의하면서 1988년 ITER 기구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ITER는 에너지 투입 없이 스스로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핵융합 연소시험 검증’을 목표로 핵융합의 상용화를 위해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2025년에 완공을 목표로 프랑스 남부의 카다라쉬에 실험로 장치를 건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정식으로 ITER의 회원국이 됐고, 전체 86개의 조달 품목 중 9개의 장치를 맡는 등 ITER 건설에 기술적,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ITER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 1월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사무총장이 “국제 핵융합 프로젝트가 몇 년 더 미뤄질 수 있다. 프로젝트에 두 가지 문제가 생겼고, 이 문제점이 부각되기 전부터 2025년에 완공하는 목표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라며 “ITER가 2035년으로 예정된 가동 시점에 이르기 전에 지금의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하고, 그 문제를 만회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발언함에 따라, 단시간 내에 완공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내 핵융합 발전의 현재와 미래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의 실제 모습이다. (출처/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의 실제 모습이다. (출처/핵융합에너지연구원)

 

ITER의 구축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빠르게 커진 이유는, 자체 구축한 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우수성을 꼽을 수밖에 없다. KSTAR를 27배의 부피로 거대화시킨 것이 ITER라고 할 수 있을만큼 기술적인 경쟁력에서 두각을 내보이고 있다. 현재 KSTAR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을 20초 유지한 것에 이어, 30초의 운전 시간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면서 독보적인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 초기 0.1초의 플라즈마를 구현하는 것도 버거워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성과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핵융합 기술 연구의 역할이 있음을 빼놓을 수 없다. 본격적으로 우리나라가 핵융합 기술 연구에 착수한 것은 1995년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지시한 핵융합 연구의 시작이 바로 오늘날의 KSTAR 계획의 시작이었다. 이후 꾸준한 연구와 노력을 통해 2007년에는 핵융합 연구로 독자개발에 성공했고, 2008년에 첫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하는 등 지속적인 발전을 일궈내 온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3일 ‘제18차 국가 핵융합위원회’를 소집해 핵심 사항들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등 핵융합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측은 2035년 이후 ITER의 목표치 달성 여부와 핵심기술 확보, 핵심 부품의 국내 조달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국내 핵융합 실증로의 건설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ITER이 목표하고 있는 에너지 증폭률은 10배 수준이다. 2026년까지 예비개념설계를, 2030년까지 개념설계, 2035년까지 공학설계 등의 단계를 거쳐 구체적인 실증로의 구축 기반을 닦겠다는 계획에 입각해 올해 상반기까지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실증로 설계 TF팀을 꾸리고, 올해 안에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석재 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은 “과거 핵분열에너지의 경우 연쇄반응에 성공한 뒤 상용화되기까지 14년이 걸렸다. 같은 맥락이라고 하면, 2035년~38년 사이 ITER가 핵융합에너지의 연쇄 반응에 성공하면 최소 2050년대엔 상용화된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핵융합이 가져올 패러다임의 변화

지금까지 기술의 혁신으로 넘지 못했던 장벽을 깰 수 있는 ‘게임체인저’이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핵융합이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최 교수는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된다면 인류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급을 만족시키고, 기후변화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기술적인 도전이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아직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용 핵융합발전소의 전 단계인 한국형 핵융합 실증로 개발을 위한 과학적 및 공학적 난제 해결과 첨단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선도적인 정책 지원이나 관련 분야의 인재 양성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지원과 사회적인 수용성에 대한 뒷받침이 있다면, 핵융합발전은 충분히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 또한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같은 질문에 성 교수는 “핵융합은 분명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궁극의 에너지원으로 불리지만 장점이 많은 만큼 실현에 이르기까지는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또한, 핵융합 실험 장치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그 구조가 복잡해, 실험을 하고 결과를 해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러한 핵융합 연구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의 사회적인 기대가 금방 식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당부했다.

에너지 위기는 당장 오늘의 문제이면서도, 다가올 내일에는 한층 악화된 형태로 돌아오는 악순환이다. 이미 국제 유가 상승과 화석 연료의 고갈 시점이 너무나 명확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일으킨 지구온난화의 가속 등 전 세계적인 몸살을 겪으며 시름에 빠져있다. 뿐만 아니라 저개발국가들의 개발 열풍과 전력 소모 증가는 이미 예정된 미래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류는 대체에너지를 통한 해법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확실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길에 있는 것이다. 핵융합 발전이 다가올 어두운 미래를 당장 해결할 비상구는 될 수 없을지언정, 진정한 미래 기술이자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밝은 전망만 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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