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과몰입한 세상, 러브 버라이어티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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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과몰입한 세상, 러브 버라이어티 〈1112호〉
  • 박윤 사회문화부 기자
  • 승인 2023.03.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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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 방송, OTT 플랫폼에는 〈연애의 참견〉, 〈하트시그널〉, 〈솔로 지옥〉, 〈환승연애〉 등과 같은 수많은 러브 버라이어티(love variety)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익명의 사랑 사연을 읽고 함께 의견을 나누거나, 선발된 일반인들이 직접 출연해 서로 사랑의 감정을 공유하는 등 그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러한 러브 버라이어티에 열광하고 출연진들의 모습에 울고 웃으며 과몰입한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관련한 ‘밈’이 유행하고 몇몇은 일반인 출연진들의 팬을 자처해 그들을 응원한다. 러브 버라이어티는 우리 사회가 사랑에 진심으로 공감하게 만들었다.

러브 버라이어티란?

버라이어티(Variety)의 뜻은 ‘변화, 다양성’이다. 네이버 어학사전에서는 ‘버라이어티’를 영상적인 측면에서 ‘노래나 춤 등이 이어지는 공연물 형식의 영화, 다양한 연희 양식을 영화 안에 배치하여 이색적이고 다양한 볼거리와 흥겨움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버라이어티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특징이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변화하는 영상매체, 시청자의 욕구 등에 맞춰 발전한 것이다. ‘러브 버라이어티(love variety)’는 바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사랑이 주는 설레는 감정과 그 분위기만을 그려내 대리만족을 주는 데 그쳤다면 현재는 사랑을 심리적이고 분석적으로 보여주는 성격이 강하다. 러브 버라이어티는 버라이어티의 리얼함과 현장감, 즉흥성을 추구하는데 더해 심리적 요소와 제작진의 자막을 통한 개입이 더해지며 완성된다.

다채로운 모습의 러브 버라이어티

러브(love)와 버라이어티(variety). 사랑의 다양성으로 발전한 현재 프로그램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연예인 출연진들이 익명의 사연을 읽고 의견을 나누거나 연애, 사랑 요소를 분석하는 프로그램

▲좌측은 JTBC 〈마녀사냥〉 프로그램의 포스터이고(출처/ JTBC), 우측은 KBS Joy 〈연애의 참견〉 프로그램의 포스터 이다. (출처/ KBS Joy)
▲좌측은 JTBC 〈마녀사냥〉 프로그램의 포스터이고(출처/ JTBC), 우측은 KBS Joy 〈연애의 참견〉 프로그램의 포스터 이다. (출처/ KBS Joy)

〈마녀사냥〉은 러브 버라이어티의 부흥을 이끈 프로그램으로 단순히 짝짓기 프로그램이 아닌 ‘연를 공부하고 분석한다’의 관점에 가깝다. 익명의 사연과 함께 사랑의 시작점부터 끝, 그리고 스킨십에 대한 부분까지 다소 노골적이지만 유머를 함께 곁들이는 구성은 러브 버라이어티 장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에 비해 〈연애의 참견〉은 〈마녀사냥〉의 ‘순한 맛’이라 할 수 있다. 연예인 패널들이 익명의 사연을 읽어주고 사연자에게 조언하는 구성으로 상황 에 따라 익명의 사연을 재현해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한다. 〈마녀사냥〉은 사연 중심보다는 연애, 스킨십 자체를 유머러스하고 노골적으로 풀어낸다면 〈연애의 참견〉은 사연자에게, 그리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에게 연애, 결혼, 사랑에 대한 진중고 진심 어린 조언과 위로를 건넨다.

② 일반인이 연애 상대를 만나기 위해 출연해 출연진들간에 데이트를 하고 최종 선택을 하는 프로그램

​▲좌측은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2〉 프로그램의 포스터이고(출처/ 채널A), 우측은 TVING 〈환승연애 시즌2〉 프로그램의 포스터이다. (출처/ TVING)
​▲좌측은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2〉 프로그램의 포스터이고(출처/ 채널A), 우측은 TVING 〈환승연애 시즌2〉 프로그램의 포스터이다. (출처/ TVING)

위 경우는 과거 2000년대 짝짓기 프로그램의 발전된 양상으로 볼 수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출연진들이 촬영 동안 실제로 합숙 생활을 하는 점, 그리고 연예인 패널들이 촬영본을 보며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추리하는 등 설렘 이상의 것을 전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출연진들이 마치 소개팅에 나온 것처럼, 나이와 직업 등을 공개하면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 촬영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최종 선택함으로써 커플이 성사된다. 는 조금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각자 자신의 전 연인과 함께 출연한다. 방송에서는 전 연인을 ‘X’라 칭하는데 각자의 관계를 공개하기 전까지 이를 숨기며 다른 출연진들과 데이트를 이어 나간다. X 앞에서 다른 사람과 연애 감정을 교류하거나 반대로 X의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을 통해 많은 시청자의 이입과 공감을 얻었다.

③ 일반인 출연진들이 서바이벌을 통해 사랑을 쟁취하거나 심리 게임을 통해 상금을 수령 받는 프로그램

▲좌측은 TVING 〈러브캐쳐 in Seoul〉 프로그램의 포스터이고(출처/ TVING), 우측은 넷플릭스 〈솔로 지옥 시즌2〉 프로그램의 포스터이다. (출처/ 넷플릭스)
▲좌측은 TVING 〈러브캐쳐 in Seoul〉 프로그램의 포스터이고(출처/ TVING), 우측은 넷플릭스 〈솔로 지옥 시즌2〉 프로그램의 포스터이다. (출처/ 넷플릭스)

두 프로그램은 러브 버라이어티에 ‘서바이벌’ 요소를 넣어 사랑 혹은 돈을 쟁취하는 오락적 성격이 추가된 점이 특징이다. 〈러브캐쳐〉는 다른 출연진들의 마음을 예측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정답을 맞혀도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와 상금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러브캐쳐 시즌2〉에서 박정진-송세라 커플은 한쪽이 돈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상금을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해 화제가 됐다. 〈솔로 지옥〉은 외딴섬 ‘지옥도’에서 단기간 촬영하고, 게임을 통해 커플이 될 시 ‘천국도’에 갈 수 있다는 설정의 프로그램이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출연자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러브 버라이어티, 그 이면은

사랑만이 가득할 것 같은 러브 버라이어티는 비극을 불러오기도 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방영됐던 은 일반인 출연진으로 구성한 초기의 러브 버라이어티 방송이다. 하지만 2014년 3월 5일 새벽 촬영을 앞두고 여성 출연자가 자살한 ‘여자 4호 자살 사건’이 발생했고, 정확한 자살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지인과의 연락, 유서 내용을 미루어보아 ‘촬영에 대한 심리적 압박, 남성 출연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좌절감’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방송은 중단됐고 짝짓기 형태의 방송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바 있다.

▲ENA, SBS Plus가 공동 제작한 〈나는 SOLO〉 방송 프로 그램의 모습이다. (출처/ ENA, SBS Plus)
▲ENA, SBS Plus가 공동 제작한 〈나는 SOLO〉 방송 프로 그램의 모습이다. (출처/ ENA, SBS Plus)

일반인 출연진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심리적 압박과 부담감을 안겨준다는 지적이 많은데, 2021년부터 지금까지 방영되고 있는 4기에서 비슷한 일이 포착됐다. 출연진 ‘영철’은 출연진 ‘정자’를 향한 도 넘은 행위로 다른 출연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결국 정자가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또한 〈나는 SOLO〉는 최근 성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방송에 출연한 남성 출연진 A씨의 전 연인이라 주장하는 인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A로 인해 성병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A씨의 해명을 통해 해당 주장은 허위 사실로 밝혀졌지만 프로그램의 끝없는 논란과 이에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제작진의 태도는 대중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프로그램 내 일반인 출연진들의 파급력도 짚을 수 있다. 최근 자신들의 파급력을 다소 과한 방법으로 표출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는데, 넷플릭스 출연진 조융재-최서은 최종커플이 팬 미팅 개최 공지를 올리면서 발화됐다. 일반인임에도 팬 미팅을 개최하고 거기에 상식 밖의 비용을 측정한 것이 네티즌들의 비판을 몰고온 것이다. 네티즌들은 “일반인 팬 미팅을 8만 원이나 주고 가야 하냐?”, “장소 대여, 팬 미팅 비용 때문에 가격이 높고 실제 이익이 없다고 해도 팬 미팅은 과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후 팬 미팅을 취소하고 사과문을 게시해 큰 문제 없이 일단락됐지만, 이처럼 현재 러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함으로써 일반인이 과도하게 인지도를 악용하는 현상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사랑을 소비하는 사회, 그 원인은

다양한 이면들을 알면서도 우리가 러브 버라이어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대학원에서 발행한 논문 「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트시그널〉 시청이 연애 만족/기대에 미치는 영향 : 사회적 시청의 조절 효과 분석(2020) 」 (이하 이대 논문)에서는 러브 버라이어티를 “개인이나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남녀 간의 특별한 애정과 관련된 상황을 이벤트로 구성하고, 리얼리티 효과와 오락적 가치를 가미한 것”으로 정의했는데 “한국에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수량은 생각보다 적지 않다. 한국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등장한 후 지금까지, 프로그램의 내용과 진행 방식은 계속 변화해왔으며,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서는 “실제 남녀가 만나기 때문에, 보다 현실감을 느낄 수 있으며, 모르는 사이에 어찌할 바 모르는 모습을 보면서 신선하고 친숙한 감각이 생길 수 있기 때문”라고 진단했다. 현재 러브 버라이어티의 확산 현상은 “제작 측면에서의 경제성, 시청률 확보, 포맷 모방이라는 미디어의 산업적 고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관음증적 욕망이 시청률과 연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라며, 러브 버라이어티의 탄생은 리얼리티와 미디어 매체의 변화 가능성을 아울러 사회적, 심리적 분위기에 따른 개인의 시청 욕구와 연결 된다고 시사했다.

우리에게 러브 버라이어티란

TV를 기반으로 하던 과거와는 달리, OTT 플랫폼에서 제작되는 최근의 러브 버라이어티는 공중파에 비해 젊은 세대가 청자 층의 주를 이루는 만큼 프로그램 연출에서 더욱 개방적인 측면이 두드러진다.

▲Wavve 방송 〈좋아하면 울리는 짝! 짝! 짝!〉 프로그램 캡처본이다. (출처/ Wavve 공식 유튜브)
▲Wavve 방송 〈좋아하면 울리는 짝! 짝! 짝!〉 프로그램 캡처본이다. (출처/ Wavve 공식 유튜브)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을 모티브로 한 Wavve 프로그램은 앱을 통해 누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 수 있으며 이를 매체로 사랑을 교류하는 프로그램인데 최근 ‘백장미’와 ‘자스민’의 여자 커플 연출은 수많은 시청자의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연출이 출연자들의 실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방영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동성애 연출에 대해 시청자들은 과거보다 긍정적이고 수용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브 버라이어티는 연애, 결혼 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뿐만 아니라 사랑 자체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한 〈핑크 라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줄 진짜 사랑 찾기’를 내세우며 나이, 직업 등을 속이고 데이트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와 같은 모습은 과거 그저 사랑의 설렘과 그 분위기만을 보여주던 러브 버라이어티가 연애, 사랑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심도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러브 버라이어티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콘텐츠 생산에 있어 ‘사랑’이란 가치의 현실성과 변화무쌍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사랑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사랑하는 삶’의 다채로움을 인정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 앞에서 아이처럼 솔직해지며 투명하고 아름다운 열정을 보인다. 그렇기에 러브 버라이어티에 내 이야기처럼 함께 공감하며 웃고 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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