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밖에 〈1111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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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밖에 〈1111호(개강호)〉
  • 한지유 편집장
  • 승인 2023.02.2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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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유 | 편집장
한지유 | 편집장

필자 역시 하고픈 말은 많았다. 하지만 다른 기자들에게 양보하다 보니 결국 편집장 퇴임을 맞아 1년 만에 기자수첩을 쓰게 됐다. 명대신문의 가치는 독자만이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신문사를 떠나며 드는 단상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정든 우리 신문을 떠나면서 드는 생각은 ‘이것밖에’다. 고작 ‘이것밖에’ 하지 못했다는 질책과 ‘이것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동시에 떠오른다.

독자에게 더 많이 읽히고 싶었다. 이것밖에 안 되는 노력이지만, 이 노력의 진심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독자권익위원회를 설치하고, 뉴미디어부를 확장하고, 1면을 바꾸고, 흑백지면에 색을 입혔다. 독자에게 보이기에는 작은 노력일 수 있겠으나, 열악한 신문사 사정을 생각할 때는 이것밖에 할 수 없기도 했다. 모순적이게도 최소한의 노력인 동시에 최대한의 혁신인 셈이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신문사는 필자의 대학생활 전부였다. 그렇기에 ‘이것밖에’ 하지 못했냐는 질책이 매섭고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지면에 오타가 나고, 오보가 나고, 아쉬움이 묻어나올 때마다 “그때 최선을 다했으면”이라는 자책을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것밖에’ 할 수 없었음을 알기에 이제 그 후회의 마음을 내려두고자 한다.

적어도 ‘느리더라도 정확하게, 올곧은 시선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 매우 행복한 시간이었다. 신문사 생활을 버텨온 이 가치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면서 떠날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임을 알기에 신문사와 함께한 기억과 그 노력이 더더욱 애틋하다. 복잡다단한 우리 대학의 상황을 지면을 통해 알리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이제 무거운 편집장의 책임을 내려두고, 새로운 길을 떠나려고 한다. 그간 필자와 함께 발맞춰 걸어온 우리 대학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우리 신문을 함께 가꿔온 선 · 후배와 동기 기자에게 각별히 고맙다. 힘겨운 취재와 고난스러운 새벽잠을 쫓아 제대로 된 기사를 써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들의 덕이 컸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신문은 ‘이것밖에’ 안 되는 노력이 모여 바뀌고 발전한다고 믿는다. 후배 기자가 우리 신문을 더욱 빛내리라 의심치 않는다. 그 땀방울을 독자가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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