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대학 내 대자보에 대한 사전 승인 요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대학에 「학생생활 규정」과 「교내 홍보물 게시 및 관리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와 자치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말라는 취지다.
우리 대학 인문캠 제48대 중앙운영위원회는 2021년 4월부터 공동행동 일환으로 ‘대자보 릴레이’를 진행했다. 이 공동행동은 학교법인 명지학원과 우리 대학의 문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불거진 문제는 명지학원의 파산신청 외에도 △행정처분으로 인한 정원감축 및 회생계획 △교직원 임금체불 △어반캠 공사비용 미지급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대학은 규정에 의해 허가받지 않은 대자보와 현수막을 수거해 보관했다. 이에 반발한 우리 대학 학생회 간부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 지난해 9월에 결정이 내려졌다.

우리 대학 「학생생활 규정」 제14조에 따르면, 모든 홍보물은 학생처장의 허가와 검인을 필한 후 게시하도록 규정돼있다. 인권위는 이 조항이 헌법 제21조제2항에서 제시하는 사전 제한 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사전 제한 금지의 원칙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검열과 허가를 하지 않도록 하는 개념이다. 특히, 대학의 사전 허가와 검인 이후에 홍보물을 게시토록 하는 것은 건전한 의견표명과 자치활동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문학생지원팀 윤강용 팀장(이하 윤 팀장)은 규정상 자구를 ‘허가’에서 ‘신청’으로 변경해 인권위 권고를 모두 수용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해당 규정은 이미 사문화된 것으로, 우리 대학이 홍보물을 ‘검열’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팀장은 “일부 학생이나 외부인들이 게시판을 선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기본적인 규칙일 뿐, 홍보물 내용을 기준으로 게시를 허가하거나 불허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대자보를 뗀 이유에 대해서는 “학생처 차원에서는 대자보가 무분별하게 벽에 부착돼 미관을 해치는 상황이라 허가 받지 않은 게시물을 떼서 보관했다”라면서 “일반적으로도 검인받지 않거나 게시기간이 지난 홍보물은 그린캠퍼스 지킴이들이 정리 작업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인권위도 결정문에서 학교 미관이나 홍보게시판의 질서를 위해 일정 정도의 규칙과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허가’라는 문구는 홍보물의 내용이 과도하다거나 과도하지 않다고 검열하는 차원으로 바라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 자구변경으로 수용여부를 판단하기는 곤란하며, 홍보물을 게시하는 과정에서 검열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단순히 자구를 신청으로 바꿨다고 수용한 것은 아니다. 대자보를 붙이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지 않는다는 것이 소명되면 수용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라면서 “필요할 경우에는 대자보와 관련한 대학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일어나는지 살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