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저널리즘의 만화, 르포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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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저널리즘의 만화, 르포만화
  • 최홍
  • 승인 2010.09.2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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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사회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

편주
르포만화는 만화의 형식에 르포의 현장성과 사실성이 더해진 만화다. 지난 3월, 용산참사 헌정만화집으로 기획된 르포만화 <내가 살던 용산>이 출간돼 르포만화가 주목을 끌었다. 캐나다, 일본 등 세계에서는 르포만화가 독립분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르포만화에 대한 인식조차 미비하다. 이에 본지가 사회를 보는 또 다른 저널리즘인 ‘르포만화’를 살펴봤다.

꼭지1. 르포만화, 리얼리즘로부터 나오다
현실참여적인 미술로부터 유래돼

독일의 아트 슈피겔만이 쓴 <쥐>라는 만화가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나치 치하 유대인 강제수용소 생존자인 아버지를 취재하여, 그 사연과 취재과정을 만화에 그려낸 것이다. 이 만화는 가족관계와 더불어, 인종편견을 비롯한 당시 사회의 모습들을 심층적으로 나타내어 큰 이슈가 됐다.
만화 <쥐>는 등장인물들을 의인화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유대인은 쥐, 독일인은 고양이, 미국인은 개 등으로 표현되어 각 나라의 상호관계를 특성있게 잘 표현했다. 결국 <쥐>는 저널리즘 가치를 인정받아 1992년에 퓰리처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국외 르포만화로는 팔레스타인의 삶을 주제로 한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등이 있고, 국내에는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최규석의 <100℃>, 일상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최호철의 <을지로 순환선> 등이 있다.

르포만화는 리얼리즘으로부터 나온다
르포만화는 현장성을 살리는 만화이다. 우선, 르포라는 것은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르포만화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리얼리즘 만화라고도 한다. 리얼리즘 만화의 원형은 80년대 민주화 투쟁의 민중미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민주화 투쟁이 활발했던 그 당시에는 선전물 형태로 민중미술이 쓰였다. 특히 민중미술은 대학 동아리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시사만화가 설인호 작가(이하 설 작가)는 “이런 것이 계기가 되어 선전물 형태였던 민중미술은 회지로 발간할 수 있었고, 결국은 리얼리즘 만화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은 리얼리즘 만화는 부조리를 고발하는 비판적 기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리얼리즘 만화는 시사만화의 대부라 불리는 박재동 만화가를 통해 책으로 엮이게 된다.
설 작가는 “르포만화가 사회의 문제점을 재밌게 풍자한다는 점에서 네티즌의 댓글 비판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즉, 르포만화가가 직접 현장에서 느낀 것을 독자에게 만화로 고발하면서 국민들이 갖는 분노나 답답함을 대신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르포만화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설 작가는 “르포만화가 널리 알려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단체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웹툰처럼 인터넷으로 연재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으므로, 르포만화도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만화는 재미의 역할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며 “누구든지 사회현상에 비판할 수 있듯이, 만화가도 당연히 만화를 가지고 사회의 부조리함을 비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비판의 기능과 재미를 모두 갖고 있는 것이 바로 르포만화라는 것이다.

기록해야만 잊혀지지 않는다
르포만화는 작가의 주관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문학적이라 할 수 있다. 르포만화는 일반만화보다 더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어떤 만화든 간에 사전취재는 필수다. 하지만 르포만화를 그리기 위한 사전취재는 좀 더 심층적이어야 한다. <내가 살던 용산>의 저자 김홍모 만화가(이하 김 작가)는 “용산참사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하면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용산 현장에 뛰어들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등을 취재하여, 이를 토대로 <내가 살던 용산>이라는 르포만화를 내놓게 되었다. 김 작가는 “독일의 유대인 학살은 책이나 비디오, 사진 등 여러 매체로 기록되었다”며 “이처럼 용산참사도 기록해야만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작가는 르포만화의 비전에 대해 “르포만화는 아직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르포만화가 좀 더 대중성 있게 발전하려면 르포만화를 전문적으로 출판할 수 있는 출판사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르포만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꼭지1.jpg    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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